[사설] 미래는 전문가보다 창조적인 멀티플레이어를 원한다
[사설] 미래는 전문가보다 창조적인 멀티플레이어를 원한다
  • 김종각 변호사
  • 승인 2018.05.08 17: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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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교민들이 베트남에 사는 만족도 중에 자녀 교육부분이 차지하는 비중이 클 것이다. 한국국제학교를 비롯하여 다양한 국제교육을 시킬 수 있는 길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우리 자녀들도 한국에서 타이트한 경쟁에 시달리는 것보다 훨씬 자유롭게 활기찬 학창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경쟁적 노력은 이곳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얼마 전 골든벨 프로그램에서 한 학생이 나와 열등아였던 자신이 어떻게 우등생이 되었는지 소개하며, 이제 자신감 있게 공부하고 있으며 앞으로 좋은 대학에 가서 좋은 직장을 갖고 행복한 미래를 꿈꾸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 학생은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인생의 공식과 같은 말을 한 것이다.

우등생 = 명문 대학 진학 = 전문가 또는 대기업 취업 = 인생 성공. 하지만 4차산업 시대에 접어든 미래에서도 이 방정식이 얼마나 통할까? 얼마 전 4차 산업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를 설명해 주는 세미나가 있었다. 강의 중에 인공지능 시대에서 가장 먼저 없어질 직업군이무엇이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이 있었다. 청 중은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고, 강사는 “판사, 변호사 등 법조인일거다”라고 말했다.

그 근거로 판사, 변호사의 직업들은 많은법조문, 사건 사례들을 기억하고, 기억한것들을 문제에 적용하여 해결하는 업무 특성을 갖고 있는데, 앞으로 인공지능 컴퓨터가 사람보다 훨씬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이업무를 대체할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변호사 업무를 하고 있는 필자로서도 이 말에 충분히 동의가 되었다. 이런 특성에 비추어 보면 의사들 또한 마찬가지다. 방대한 의학 지식을 기억하고 체계화하느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임상실험을 통해 고도의 의학 기술을 가진 전문의로 탄생한다. 그러나 이제 컴퓨터가 환자를 수술하고 있다.

그 정보 지식체계는 한 인간과 비교할 수 없는 데이터 베이스를 갖고 어떠한 감정에도 흔들리지 않는 기계적 사고로 수술 부위를 정확히 찾아가는 것이다. 단적으로 말하면, 학교 공부에 뛰어난 학생들은 좋은 기억력을 갖고 있는 학생들이다. 결국 이 좋은 기억력 덕분에 좋은 대학에 진학할 수 있게 되고, 전문가가 되는데 유리한 경쟁력이 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이제 인공지능을 갖춘 컴퓨터와 기억력 싸움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길 승산이 있겠는지? 이미 알파고를 통해 인간과 인공지능의 경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우리는 학습하였다.  그렇다면 승산이 없는 게임은 피하는 게 상책이다.

여기 한가지 힌트가 있다. 안나 윈투어(Anna Wintour, 사진) 는 패션계의 교황으로 불리는 넘볼 수 없는 철의 여성이다. 1988년 패션잡지 보그(Vogue)의 편집장이 된 이후 전 세계 유행을 죄지 우지 하고 있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라는 영화의 주인공 모티브가 바로 그녀이다. 하지만 그녀의 학력은 대단한 명성과 이력에 걸맞지 않게 15세때 학교를 그만두고 인턴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한 이색 경력자이다.

안나 윈투어

최근 옥스퍼드 대학에서 한 그녀의 초청 연설 내용이 우리 자녀들에게 참조할만하다. “나의 부모, 형제들은 영국의 명문대학인옥스퍼드, 캠브리지 대학 출신들입니다. 여러분들도 각자의 전공에서 최선의 학업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나는 여러분들에게 자기에게 주어진 분야만이 아니라 주변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세계에 관심을 갖고 창조적인 일에 눈을 돌리라고 하고 싶습니다. 내가 보그지의 편집장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글만 잘 쓰는 기자로서가 아니라 사진도 찍고, 마케팅도 하고…  이것 저것 가리지 않고 뭐든 다 해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녀의 연설을 듣고 있노라면, “너희들 옥스퍼드에서 공부하기 때문에 뻐기고 있을지 모르지만, 그런 엘리트 정신을 갖고는 아마 성공하기 힘들걸…. 상아탑 강의실을 박차고 차라리 저 세상으로 뛰어들어 닥치는 대로 뭐든 해봐라. 그러다 보면 너희가 할 수 있는 진정한 가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 다” 이렇게 외치는 듯하다. 

정확히 예측한다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미래는 분명 지금과 다르게 변할 것이다. 기존의 방식이 아닌 변화할 방식에 좀 더 가깝게 준비한다면 더욱 성공적일 것이라는 것은 자명하다. 아마도 그 방식은 지금과는 다르게 전문가 세상이 아닌 다양한 것에 적응력을 갖고 유연하게 대응하는 창조적 멀티플레이어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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