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합리적인 베트남 사람들
베트남 문화와 한국 문화의 유사성에 대해서는 너무나 많이 들어왔다. 실제로 이 덕분에 모든 생활이 편한게 사실이다. 한국이나 베트남이 모두 중국 문화를 모체로 하고 있는데도, 오히려 중국과 베트남간, 중국과 한국간의 문화 유사성보다 한국과 베트남간의 문화 유사성이 더 높은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는 문화 유사성에 젖어있다보니 문화 차이점에 의해 발생하는 문제점을 간과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베트남에 처음 왔을때 호치민에 먼저 와 있던 학교 선배가 한 말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베트남은 이쑤시개 빼고는 모두 돈을 받는다”는 말이었다. 베트남 식당에 가 보니 실제로 그랬다. 음식이나 반찬을 시키는대로 돈을 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물수건, 엽차 조차 대가를 지불해야 사용할 수 있었다. 이렇게 야박할수가……. 인심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이런 문화에 익숙해졌고, 가만히 한국식탁 문화와 비교해 보기 시작했다. 한국식탁에는 갖가지 밑반찬이 서비스로 제공된다. 단지 주메뉴만 선정해 돈을 지불하면 된다. 밑반찬은 언제든 더 달라고 해도 된다. 이것이 풍성한 한국 인심일 것이다. 그러나 베트남 식탁 문화에 조금 익숙해져서 그런지 어느 순간부터인가 내가 먹고 싶은 것만 대가를 지불하고 먹는게 더 합리적이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사실 갖가지 밑반찬이 있어도 대부분 자기 기호에 맞는 몇가지만 먹고 마는게 보통이다. 그러다보니 버리는 음식을 줄이자고 캠페인도 했었다. 베트남사람들에게 이런 캠페인은 우스운 일로 여길 것이다. 각 메뉴마다 대가를 지불하고 음식을 구매했는데 먹지 않고 그냥 버리는 사람이 있겠는가? 자기가 원하는건만 골라 대가를 지불하고 먹는 것이 어쩌면 더욱 합리적인 생활패턴이라 할 수 있다.
필자는 머리를 깍은 후 샴푸와 머리 마사지를 동시에 받을 수 있어 베트남 미용실을 자주 찾았다. 머리 깍는 비용과 샴푸와 두피 마사 비용을 별도로 지불해야 한다. 당연히 머리 깍은 후 샴푸를 할지말지는 선택사항이다. 최근에는 한국 미용실을 찾았다. 머리를 깍기만 하면 샴푸는 필수로 제공해 준다. 머리를 깍는 비용만 내면 나머지는 무료 서비스로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베트남 미용실에서는 샴푸와 머리 마사가 1시간 가량 정성을 다해 제공해 주는 반면 한국 미용실에서는 샴푸로 간단히 머리만 감겨주는 정도이다. 당연히 유료와 무료 서비스에 따른 질적인 차이가 날수밖에 없다.
이같은 문화차이가 바로 비즈니스에 녹아져 있는 것이다. 어느 문화가 더 효과적인 비즈니스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베트남에 와서 베트남 사람들을 상대해야 하는 입장이라면 베트남 사람들에게 익숙한 문화패던을 고려해 보는 것은 아주 자연스런 일이라고 본다.
호치민이든 하노이든 수백개의 한국 식당들이 있다. 베트남 사람들이 자주 찾는 한국 식당들도 있지만, 대부분 한인들을 상대하고 있다. 하지만, 당연히 베트남 현지 손님들이 많이 오길 바라고 있다. 이것은 다수의 고객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호치민에서 베트남 주인이 운영하는 고깃집(Gogijib)이란 상호의 한국식 레스토랑이 있다. 한국식 바베큐, 김치를 팔지만 고객은 거의 대부분이 베트남 사람들이다. 몇개의 분점을 갖고 있고, 아주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평이다. 베트남에 진출해 있는 우리 한식당들이 희망해 보는 꿈이 실현되고 있는 곳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입맛도 약간은 베트남 사람들에게 맞게 현지화한 것도 있겠지만, 베트남 식탁문화에 맞게 운영하는 것이 주요한 성공적 마케팅 요인이라 생각해 본다. 베트남 사람들은 내가 먹고 싶은 것만 선택해 지불하는 것이 더욱 합리적인 비용지출이라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했을 때 아직 소비능력이 약한 베트남 사람들에게 더욱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곳이 베트남이기에 베트남 사람들의 문화를 더 고려해 보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혹시 내가 현재 하고 있는 비즈니스에 적용하여 더욱 효과적인 모습을 만들어 낼 수 있다면 굳이 우리 문화를 고집할 필요가 있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