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신드롬의 비밀 '5 CHANGES'
박항서 신드롬의 비밀 '5 CHANGES'
  • 정진구 기자
  • 승인 2018.05.28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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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베트남 축구의 전성시대다. 박항서 감독 부임 후 베트남 축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U-23챔피언십 준우승과 아사안컵 본선진출이라는 눈에 띄는 성과를 일궈냈다.

베트남 축구팬들은 열광했고 박감독은 일약 베트남 국민영웅으로 떠올랐다. 2002년 당시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했던 ‘히딩크 신드롬’과 무척 닮았다.

베트남은 지난 20년 동안 거의 매년 감독이 바뀌었다. 누구를 데려와도 결과는 시원치 않았고 선수들도 패배 의식에 젖어있었다. 그런데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 축구가 수십년 동안 해내지 못했던 일을 부임 반년도 안돼 이뤄냈다. 국민 전체가 놀랄만도 하다.

환희와 감동의 시간이 지나고 이제 차분하게 박항서 감독의 성공 비결을 찾아야 할 때다. 여러 축구전문가들과 언론들이 앞다퉈 나름의 분석을 내놓기에 바쁘다. 과연 베트남 대표팀은 어떻게 달라진 것일까. 박항서 감독이 가져온 베트남 축구의 다섯가지 변화를 짚어보자.

고정관념을 바꾸다

앞서 언급했듯이 베트남 선수들은 세계축구의 변방이라는 패배 의식에 젖어있었다. 의욕적으로 나섰지만 결과가 신통치 못하다보니 지레 자신감을 잃는 모습이 반복됐다.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 대표팀 지휘봉을 처음 잡은 후 선수들에게 “너희들의 문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많은 선수들이 ‘체력’이 라고 말했다. 베트남의 축구 원로들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그들은 “베트남 선수들은 예전부터 체력이 약했다. 강호들과 경기를 하면 체력적으로 밀려 힘든 경기를 치렀다”고 입을 모았다. 선수들도 이를 당연시 여겼다.

그런데 실제로 지켜본 베트남 선수들의 체력은 여타 아시아국가 선수들과 크게 다를바 없었다. 박 감독은 “하도 체력체력 하길래 유심히 봤더니, 한국선수들에 비해 월등하지는 못하지만 그렇다고 부족하다는 느낌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체력보다는 베트남 선수들의 체격이 왜소하다보니 몸싸움이나 제공권에서 밀리는 경우가 많았다. 아마도 피지컬의 열세가 체력 부족으로 잘못 인식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후 박 감독은 선수들에게 “우리는 결코 기초체력이 약하지 않다. 체력적으로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베트남 선수들도 박 감독의 지속적인 세뇌로 기존의 생각을 접고 점차 자신감을 갖게 됐다.

식단을 바꾸다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 대표팀 합류 후 선수들의 식단을 보고 크게 실망했다고 한다.

식단이 대부분 탄수화물 위주로 부실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먹는것이 훈련만큼 중요하다'는 지론을 갖고 있던 박 감독은 ‘이렇게 먹어서는 선수들이 버틸 수 없다’고 생각했다. 베트남 축구협회의 예산이 충분치 않았지만 박 감독은 다른 부분을 절감하더라도 잘 먹여야 한다는 입장을 협회측에 전달했다.

이후 식단이 크게 업그레이드 됐다. 매끼니마다 스테이크가 포함된 고단백 메뉴가 나왔다. 베트남 대표팀 선수들도 확연하게 달라진 식단에 큰 만족감을 나타냈다고 한다. 심지어 박 감독은 베트남 축구협회 후원사로 우유회사를 추천하기도 했다. 선수들이 마음껏 우유를 마실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결과적으로 업그레이드 된 식단은 선수들의 체격과 근력의 증가로 나타났다.

훈련시간을 바꾸다

'베트남 선수들은 체력이 약하다'는 근거는 후반에 실점이 많다는 점이었다. 박항서 감독이 직접 데이터를 분석해 봤더니 실제로 후반에 실점이 집중돼 있었다. 그중 75분(후반 30분) 전후로 유독 실점율이 높았다.

박항서 감독이 찾은 해답은 훈련시간이었다. 그동안 베트남 선수들의 공식 훈련시간은 1시간 30분인데 휴식시간을 제외하면 75분 가량이었다. 이로인해 경기에서 75분 이후 집중력과 체력이 떨어지는 현상이 생겼던 것이었다.

이후 박 감독은 공식 훈련 시간을 정확하게 30분 더 늘렸다. 75분 이후에도 좀 더 뛸 수 있는 체력과 정신력을 기르는데 집중했다. 훈련의 성과가 경기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박 감독의 말마따나 선수들의 몸과 마음이 달라진 것이다. 지난 U-23 챔피언십에서 베트남이 무려 3차례의 연장승부를 소화해 낸 비결이 바로 여기에 있었다.

수비전술을 바꾸다

축구의 수비전술 중 3명의 수비수를 두는 쓰리백은 4명이 포진하는 포백에 비해 좀 더 수비적인 전술이라 할 수 있다. 센터백은 3명이지만, 윙백 두 명이 공격보다 수비에 치중하기 때문이다. 2002년 월드컵 당시 히딩크 감독이 이끈 대한민국 대표팀은 쓰리백을 활용해 큰 효과를 봤다. 

박항서 감독 역시 베트남 대표팀의 기존 포백을 쓰리백으로 바꿨다. 전력이 약한 팀이 강팀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쓰리백만한 전술이 없다는 판단에서 였다. 이후 탄탄한 수비라인을 구축한 베트남은 지지 않는 축구를 펼칠 수 있었다.

수비를 안정시킨 박항서 감독은 다음으로 미드필드 자원의 활용을 극대화 했다. 힘있고 제공권을 가진 최전방 공격수가 부족한 팀 사정상 미드필드의 역할이 중요했다. 베트남U-23 대표팀의 주득점원이었던 응웬 꽝하이는 오른쪽 윙포워드로 많은 골을 만들어냈다.

대표팀 문화를 바꾸다

박항서 감독은 때로는 엄하게, 때로는 큰형처럼 팀을 이끌었다. 박 감독은 몇 가지 원칙을 세워 선수들이 무조건 이를 따르게 했는데, 대표적인 것이 식사시간과 이동시간 중 핸드폰 사용 금지였다. 지키지 않는 선수들에게는 벌금을 물게 했다. 그러면서도 박 감독은 훈련시간을 조정하면서까지 베트남의 낮잠 문화를 충분히 보장해 줬다. 새로운 원칙을 세우면서도 베트남만의 문화는 존중해 준 것이다.

친형같은 리더십도 화제였다. 원래부터 스킨십이 많은 지도자였던 박 감독은 "잘하면 선수들을 안아도 주고, 머리도 쓰다듬어 줬는데 이런 모습들이 편하게 받아들여진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같은 유교문화권인 베트남에서 박 감독은 '대표팀도 가족'이라고 강조하며 선수들간의 유대감과 팀워크를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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