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어느 베트남 여성 CEO의 경영철학
[사설] 어느 베트남 여성 CEO의 경영철학
  • 김종각 변호사
  • 승인 2018.06.08 13: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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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정부는 최근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이를 강력하게 추진 중에 있다. 척결 대상과 성역을 두지 않고 전방위적으로 실시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비단 공직자뿐만 아니라 민간인 중에서도 경제 부패 문제를 일으킨 자들을 가차 없이 처벌하고 있다.

세계 180개국을 대상으로 부패 정도를 측정하는 부패인식지수(Corruption Perceptions Index, CPI)가 있다. 국제투명성기구는 매년 부패인식지수를 조사해 발표하고 있는데, 2017년 베트남은 107위이다. 한국은 51위이고, 북한은 171위이다. 뉴질랜드, 덴마크, 핀란드, 노르웨이 등이 최상위 국가들이다. 수년전부터 부패척결을 국가 제1 과제로 삼아왔던 중국은 77위이다.

필자가 베트남에서 업무를 시작할 무렵 은행을 소유, 경영하던 여성 CEO를 알게 되었다. 당시 연세가 60대 중반이었으니 어머니 같은 분이었다. 처음 만난 날 베트남 식당에서 점심 식사까지 같이 하게 되었다. 식사 중에 갑자기 필자가 먹는 수저에 반찬을 올려놓아 주시는 것이다. 어릴 적 할머니가 해 주시던 추억이 떠오르며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신뢰로 인해 그 후로 몇 가지 업무를 협력하며 왕래하였다. 한번은 필자가 힘에 부치는 업무가 있었는데, 이를 적극 도와주기도 했다. 모 기업에서 추진하는 대형마트 허가 취득업무였는데, 법규에 명확히 규정되어 있지 않은 내용으로 애를 먹고 있었다. 이를 해결 받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준 것이다. 필자에게 어떠한 대가도 받지 않으면서......., 그분이 아주 좋아하는 김치를 선물로 주었다.

그런데 현재 그분은 가장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은행을 경영하면서 천문학적인 금액을 개인적인 목적으로 유용했다는 죄로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아마도 그분이 받을 형량을 고려하면 교도소에서 생을 마감해야 할 것 같다. 인정 많은 분이었는데, 개인적으로 너무나 씁쓸하고 안타깝기만 하다.

후덕하고 정 많았던 분이 왜 이런 지경에까지 이르렀을까 뒤 돌아보면 그분의 경영철학에 문제가 있지는 않았었나 싶다. 그녀는 어릴 적에 아주 명석하고 똑똑한 학생이었지만 돈이 없어 초등학교 졸업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공부가 너무나 하고 싶었지만 공책을 살 수 없어 땅 바닥에 글을 쓰며 공부했었다고 했다. 이런 정서로 인해 돈 버는데 지나치게 집착했었는지 모르겠다.

문제는 고객들이 맡긴 은행의 돈을 자신의 돈으로 생각하였다는 점이다. 이런 착각을 일으킨 사람은 이분만은 아니다. 2009년 세계금융위기가 발생하고 나서 베트남에서는 제일 먼저 은행들이 휘청거렸다. 부실채권이 문제가 된 것이다. 그런데 부실채권의 상당 부분은 은행 오너들이 사금고처럼 돈을 유용한데 있었다. 고객이 은행에 맡겨놓은 돈을 갖고 은행 오너가 희망하는 부동산에 투자를 하고, 투자된 부동산을 담보로 하여 또 다른 부동산을 사고, 이런 연쇄 투자는 금융위기에 연쇄 부실로 들어나게 된 것이다.

ACB은행, 사콤뱅크(Sacom bank) 오션뱅크(Ocean Bank)와 같은 대형 은행들 오너들역시 타인 재산을 맡은 청지기 직분을 충실히 수행하지 않고 오히려 개인 돈처럼 사용하다 교도소에 간 같은 사례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IMF가 지나면서 2000년 이후 벤처산업 육성에 따라 창업 자금을 조달할 목적의 벤처캐피탈 금융사들이 무수히 생겨났다. 한 때 백개 이상이 되었지만, 현재 건실하게 평가받는 창업 금융사는 손에 꼽을 만하다. 수십년 간 창투사에서 CEO를 했던 분의 말에 이르면, 창투사들이 왜 외면을 받았는가 이해할 수 있다. 초기 창투사들은 자기자본과 고객이 맡긴 타인 자본을 구분하여 운영했다고 한다. 큰 수익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투자 프로젝트에는 자기자본을 투입하고, 그저 그런 투자 프로젝트엔 고객들이 맡긴 자본을 투자하는 방식이다. 자기 고객의 이익보다는 오너들의 욕심을 앞세운 것이다. 고객들의 이익이 지켜지지 않는 구조에서 누가 계속적으로 창투사에 돈을 맡기겠는가? 결국 자기 욕심을 먼저 채우려다 자기들 순수 자본마저 위험에 빠지고 만 것이다.

성경에는 주인의 자산을 맡아 관리해 주는 위임관계에 대한 여러 예화들이 나온다. 멀리 여행을 떠난 주인을 대신 해 포도원을 관리해 주는 종의 이야기, 주인이 맡기고 간 달란트를 갖고 장사를 하는 이야기 등. 이렇게 타인의 재산 관리를 위임 받아 일을 보는 사람을 청지기라고 부른다. 성경에는 칭찬받는 청지기도 있는 반면 심판받는 청지기 이야기가 더 많이 등장한다.

칭찬받는 청지기의 특징은 주인의 입장에서 최선을 다해 주인의 재산을 관리하는데 충실했다는데 있었지 주인에게 많은 소득을 남겨 돌려주었다는데 있지 않다. 물론 주인을 위한 충실한 관리는 주인이 가장 바라는 바이고 그것 자체가 주인에게 큰 재산적 가치가 있었을 것이다. 반대로 처벌받는 청지기는 주인의 재산을 자신의 것으로 착각하고 행동하는데 있었다.

실제로 타인의 재산 또는 업무를 위임 받아 행하든 아니면 오너의 입장에서 일하든 우리 모두는 어떤 면에서 타인을 위해 일하는 청지기들이다. 타인의 이익을 우선으로 하고, 타인과의 신뢰를 우선으로 하는 마음이라면 가장 성공하는 청지기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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