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시대, 대베트남 투자 북한으로?
한반도 평화시대, 대베트남 투자 북한으로?
  • 정진구 기자
  • 승인 2018.06.19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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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 평화의 시대가 열렸다. 향후 북미간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 합의가 이루어져야 하겠지만 북한이 개방의 길로 들어설 것은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북한 경제가 개방되면 한반도에 엄청난 변화가 불가피하다. 많은 한국 기업들이 북한을 새로운 기회로 여기게 될 것이 자명하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베트남식 개혁, 개방을 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북한은 과연 '제 2의 베트남'이 될 수 있을까? 그리고 북한의 개방으로 한국의 주요투자국인 베트남 시장은 어떻게 변화하게 될까? [편집자주]

삼성만 투자해도 북한 경제성장률 5% 상승

베트남이 지난 해 6.8%, 올해 1분기 7%가 넘는 GDP 경제성장률을 이룬데는 한국기업의 역할이 적지 않았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현재 6100여개의 기업이 베트남에 진출해 있다. 그중 삼성전자는 베트남 전체 수출의 4분에 1을 책임지고 있는 최대 외국투자기업이다. 삼성이 지금까지 베트남에 투자한 비용만 어림잡아 170억달러(약 18조원)에 이른다.

미국의 경제전문가인 슐리 렌은 최근 블룸버그 통신에 기고한 글에서 "김정은은 북한을 삼성의 새로운 안마당으로 만들 것"이라고 전망했다.렌은 북한이 개혁 및 개방에 나설경우 삼성을 비롯한 한국 기업들이 투자처를 북한으로 옮길 가능성에 주목했다.

베트남은 1986년 '도이모이 개혁'을 통해 자본주의를 받아들였다. 바꾼다는 '도이'와 새롭게한다는 '모이'를 합친 이 정책으로 베트남은 비약적인 경제 성장을 이뤄냈다.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공산체제하에서 개혁을 준비하던 당시의 베트남과 지금의 북한이 놀랄만큼 닮아있다고 진단한다. 오히려 지금의 북한이 80년대 베트남보다 더 산업화 돼 있어 좀 더 유리한 조건일 수 있다.

렌에 따르면 현재 베트남 국내총생산(GDP)에서 외국인투자 비율은 26% 정도지만 북한은 0%에 가깝다. 북한이 경제개방으로 외국인투자를 20%까지 끌어올린다면 5%의 경제성장률 달성이 가능하다고 예측했다. 북한의 GDP가 300억달러를 조금 넘는 수준임을 고려하면, 삼성만으로도 외국인투자 20% 충당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베트남의 치솟는 인건비, 대안으로 떠오른 북한

그러나 최근 급격한 경제 성장으로 베트남의 임금상승률도 최근 5년간 연평균 11.2% 올랐다. 향후 몇 년 안에 베트남에서 저임금 매리트를 누리기가 힘들어 진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한때 라오스 캄보디아 등이 대안으로 떠올랐지만 한정된 노동력과 노동의 질이 걸림돌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부상했다. 베트남에 이어 새로운 제조업 기지를 발굴하려는 한국기업들에게 북한은 현실적이면서도 매력적인 대안이 아닐 수 없다.

인건비 뿐만이 아니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의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는 언어 문제다. 그러나 북한이라면 의사소통을 간단히 해결할 수 있다. 엄청난 매리트다. 스포츠용품 제조사 대표 A씨는 과거 중국에서 사업을 하다 2012년 개성공단에 입주해 2016년까지 제조공장을 운영해왔다. A씨는 "시간당 임금 1.1달러를 받는 근로자들이 언어까지 통하니 매우 만족스러웠다. 중국에서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등장, 대베트남 투자의 변화

그렇다면 북한의 개방으로 한국의 베트남 투자는 줄어들까? 적잖은 영향이 있겠지만 단기간에 베트남에 몰리던 투자가 곧바로 북한으로 옮겨갈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김일구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북한의 산업화를 위해서는 전력과 운송망 확보가 먼저인데, 북한에 대한 인프라투자는 우선적으로 전력과 철도에 집중될 것"이라며 "중국 북부 내륙 시장 외에는 당장 북한에서 만든 제품의 글로벌 수요가 많지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또한 베트남은 전체 인구 약 1억명 중에 노동인구 비중이 70%를 넘는 젊은 국가인 반면, 북한은 인구 2500만명에 노동인구는 44%에 불과하다. 이밖에도 북한은 재산권 행사를 비롯해, 치안과 정치 불안 등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리스크가 존재하지만, 베트남은 오랜기간 각종 친기업 정책을 펼쳐온 만큼 예측가능한 경영을 할 수 있다는 장점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북한은 베트남을 대체할 투자처가 될 것이 유력하다. 향후 베트남에 진출하는 기업들은 제조 및 생산기지로서의 가치 보다는 인구1억의 베트남 내수 시장을 노리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은 "이제 베트남에서는 전통제조업을 4차산업혁명 관련 미래형 사업으로 고도화해야 하고, 금융과 법률 같은 고부가가치 서비스 분야로 사업을 다변화해야 한다. 그리고 한류문화 확산의 분위기를 살려 급성장하는 내수시장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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