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와 정치, 그 뗄 수 없는 관계
축구와 정치, 그 뗄 수 없는 관계
  • 정진구 기자
  • 승인 2018.06.25 13: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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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의 엘클라시코는 단순한 라이벌전이 아니다. 정치적, 역사적 대립관계를 반영하고 있다.
스페인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의 엘클라시코는 단순한 라이벌전이 아니다. 정치적, 역사적 대립관계를 반영하고 있다.

지난 2002년 한국이 월드컵 4강에 올라 온 나라가 들썩이던 시기, 많은 국민들이 한국 대표팀을 이끈 거스 히딩크 감독을 대통령으로 밀자고 주장했다. 실제로 월드컵이 끝난 후 이어진 대선정국에서 대한축구협회 정몽준 회장은 유력한 대선 후보로 급부상했다.

비단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축구는 정치와 밀접한 연관을 맺어왔다. 왜 다른 종목이 아닌 축구가 정치와 유독 얽히는 것일까. 바로 축구의 대중성 때문이다. 가까운 예를 들어보자. 월드컵 기간이면 많은 시민들이 도시의 가장 번화한 장소에 운집해 길거리 응원을 펼친다. 많은 기업들은 월드컵 마케팅을 하고, 보수, 진보 할 것 없이 모두가 한마음으로 한국 팀을 응원하는 내셔널리즘이 강하게 작동한다. 정치인들에게는 유권자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낼 이만한 수단을 찾기 쉽지 않다.

축구라는 종목 자체의 특성도 한 몫 한다. 골키퍼를 제외한 10명의 선수들이 골이라는 목표를 위해 온갖 몸싸움을 거쳐 적진으로 돌격해 간다. 축구의 이런 역동성은 베이스를 돌아 홈으로 돌아오는 야구보다 더 격렬하다. 혹자는 이런 축구를 전쟁에 비유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의 엘 클라시코(레알 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의 경기)이다. 스페인 국민들에게 엘 클라시코는 단순한 ‘라이벌전' 이 아니다.

15세기 무렵 카스티야 왕국이 주변지역을 통합하면서 스페인 왕국을 세웠는데, 이 과정에서 독립을 희망하는 카탈루냐와 끊임없는 대립을 이어왔다. 카탈루냐 지방을 연고지로하는 축구팀 FC바로셀로나는 카스티야를 대표하는 레알마드리드와 앙숙이 될 수밖에 없었고, 두 팀간의 정치색 다분한 경쟁은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현재 월드컵을 개최 중인 러시아도 축구를 정치에 활용한 대표적인 국가이다. 러시아의 유명 축구클럽인 디나모 모스크바는 20세기 초, 체제유지와 공동체의식 강화 목적으로 비밀경찰에 의해 창단됐다. 이후에도 구 소련 정보기관인 KGB의 후원아래 디나모 모스크바는 국내리그 우승 11회를 차지하는 등 최강팀으로 군림했다. 한 번은 전반전 0-3으로 뒤지던 하프타임 중 경찰들이 상대팀 라커룸에 들이닥쳐 승리하면 총살하겠다고 위협해 4-3으로 승부가 뒤집어진 웃지 못 할 일화도 있다.

독일 분데스리가의 명문팀, 샬케04는 나치시대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독재자였던 아돌프 히틀러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이었다. 히틀러 역시 독일 국민의 단합을 꾀하기 위해 샬케 구단을 후원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전 이탈리아 총리를 지낸 실비오 베를루스코니는 이탈리아 최고 명문팀 AC밀란의 구단주였다. 그는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는데 AC밀란을 적극 활용하기도 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총리도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마케팅을 직접 챙겼고 남미의 정치지도자들도 축구를 정치에 적극 활용했다.

국가 대항전인 월드컵이야말로 축구의 정치화가 매우 용이한 이벤트이기도 하다. FIFA(국제축구연맹)는 그러한 부작용을 차단하기 위해 공식적으로 경기장 안팎에서 정치와 관련된 구호나 플래카드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FIFA 자체가 그동안 온갖 비리와 로비의혹을 노출한 정치집단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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