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 환자가 수백명?’ 언론사의 낚시기사
‘신종플루 환자가 수백명?’ 언론사의 낚시기사
  • 정진구 기자
  • 승인 2018.07.03 12: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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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신종플루 관련 과장된 수치로 잘못된 보도를 낸 한국의 한 인터넷언론 기사

지난 25일 <글로벌이코노믹>이라는 인터넷 매체에서 ‘베트남 신종플루 급속확산, 한국 중국 감염비상’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올라왔다.

 

이 기사에 따르면, ‘베트남 보건당국은 25일 이른바 신종플루로 불리는 돼지독감(A/H1N1) 환자가 수백명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그중 양성 확진 환자가 100명을 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으며, 그중 수 명은 이미 사망했다’고 한다.

 

하지만 베트남 언론 어디에서도 신종플루 환자가 수백명 발생했고, 수명이 사망했다는 수치는 없다. 현재까지 알려진 공식적인 신종플루 환자는 모두 40명이며 28일 현재 사망자는 3명이다. 본지는 <글로벌이코노믹> 측에 이메일을 통해 외신의 출처를 문의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

 

베트남 신종플루 관련 소식이 한국에 처음 알려진 것은 지난 24일 <연합뉴스> 하노이발 ‘베트남서 돼지독감 환자 40명 발생...2명 사망’ 기사를 통해서였다. 연합뉴스는 베트남에 특파원을 두고 있지만, 해당 기사는 자체 취재가 아닌, 베트남 국영통신사 산하 영자신문인 <베트남뉴스>를 번역한 내용이었다.

 

곧바로 10여개의 한국매체가 연합뉴스 기사를 받아쓰기 시작했다. 대부분 토씨하나 다르지 않은 판박이 기사였다. 그런데 <글로벌이코노믹>의 기사만 달랐다. 유일하게 신종플루 환자가 40명이 아닌 수백명 발생했고, 사망자 수도 명확하지 않게 ‘수명’이라고 언급했다.

 

호치민시 예방보건센터(HCM City Preventive Health Center)도 신종플루 확진환자는 40명이며 이중 상당수는 완쾌된 상태라고 확인했다. 알려진 ‘오피셜’은 이뿐이다. 기사의 출처를 함구하고 있는 <글로벌이코노믹>의 기사는 명백한 오보일 가능성이 높다.

 

빈번한 외신오보, 이유는?

 

외신 오보는 빈번하게 발생한다. 모든나라에 특파원이나 통신원을 두지 않은 이상, 현지 언론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한국에 머물며 해외기사의 팩트체크를 하기도 쉽지 않다. 때로는 번역 과정 중 오역으로 잘못된 기사가 나가기도 한다.

 

하지만 <글로벌이코노믹>의 오보는 단순히 실수로만 볼 수 없는 구석이 많다. 번역오류가 날만한 내용도 아니었고, 하루 앞서 <연합뉴스>를 비롯해 많은 매체가 관련뉴스를 내놓은 상황이었다.

 

일부 인터넷 매체들이 흔히 사용하는 ‘어뷰징(Abusing) 기사’의 전형적인 유형일 가능성이 높다. 알려진 내용보다 기사를 과장해 독자들의 클릭을 유도하는 형태다. 베트남내 신종플루 환자를 40명에서 수백명으로 늘리고, 사망자 수도 25일까지 2명이었지만 ‘수명’이라고 언급했다. 심지어 ‘세계보건기구 1만8000명 사망 보고’라는 부제목을 덧붙였다. 지금까지 세계에서 신종플루로 사망한 환자가 1만8000명이라는건데, 단순 참고사항에 불과한 내용을 제목에 붙인 것은 큰 숫자를 통해 자극을 주려는 의도가 다분하다.

 

소위 독자들을 ‘낚는’ 인터넷 어뷰징기사는 왜 끊임없이 생산되는 것일까? 자극적인 기사로 클릭수와 방문자수를 늘려 광고 수익을 늘리려는 것인데, 진실을 알리는 언론의 기본적 책무는 후순위로 밀려난다. 특히 외신기사의 왜곡과 과장은 외교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더 하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몇 안되는 직원을 고용해 광고수익만으로 영위하는 인터넷 매체들이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기사들을 집중 유통시켜 인터넷언론의 저널리즘적 가치를 훼손시킴과 동시에 여론조작까지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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