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한류의 중심에는 빅뱅과 BTS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분야의 한국인 크리에이터들이 한류의 새로운 견인차가 되고 있다. 이제까지는 거대 기획사의 아이돌그룹이 베트남 한류를 이끌었다면, 최근에는 유튜브 등 개인방송 형태의 플랫폼을 활용해 베트남 젊은 층을 파고드는 한국인 크리에이터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이들은 베트남 내에 우호적인 한국 이미지를 활용해 참신한 한류 콘텐츠를 만들어 인기를 누리고 있다. 유튜브의 파급력을 바탕으로 인기연예인 못지않은 주목을 받고 있는 이들을 소개한다.
베트남어로 한국어를 가르치며 60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거느리는 ‘체리 혜리’(Cheri Hyeri)
유튜브 영상을 재미 삼아 시작했지만 어느새 60만 명 이상의 구독자를 거느린 체리혜리(본명 김혜리)는 대표적인 한류 크리에이터이다. 한국외대 베트남어과를 졸업한 김혜리의 개인채널은 리액션 영상(특정 영상을 보고 실시간으로 반응하는 모습을 공개하는 영상)이 인기다. 그중에서도 베트남 유명 가수 누푸억띤(Noo Phuoc Thinh)의 뮤직비디오에 대한 리액션 영상은 600만뷰 이상을 기록했다.
생기 넘치는 분위기의 영상 속 자막은 한국어뿐만 아니라 베트남어로도 함께 보여준다. 그녀의 유튜브 채널을 즐겨 본다는 베트남인 흥응웬(Hung Nguyen) 씨는 “평소 한국어 공부에 관심 많은 베트남 사람들이 그녀의 영상을 통해 쉽고 재밌게 언어 공부를 할 수 있다”며 콘텐츠의 유익함을 강조했다
체리혜리는 한국과 베트남을 자주 오가며 생생한 한국어 강의를 꾸준히 업로드하고 있다. 한국어 문법 등 네티즌들의 질문도 친절하게 답변해 주고 있으며 한국어 교재 출간도 준비 중이다. 한국어 능력시험(TOPIK)을 준비하는 베트남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베트남 방송활동을 통해 대기업 사원 수준의 수익을 올리는 평범한 여대생 진주(Jinju)
또 다른 한국외대 베트남어과 재학생 진주(본명 신진주)도 베트남 관련 크리에어터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진주가 크리에이터의 길로 들어선 것은 우연이었다. 대학 입학 후 베트남어 공부에 어려움을 겪었던 진주는 베트남어를 효율적으로 습득하기 위해 유튜브를 통해 베트남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는데, 이것이 대박을 쳤다.
진주는 베트남의 인기곡들을 커버하며 꾸준히 업로드했다. 한국의 인기가요도 베트남어로 번안해 불렀다. 빼어난 노래 실력과 외모 덕분에 한국에 거주하는 베트남 커뮤니티 사이에서 화제가 됐고, 결국 본토에서까지 유명세를 탔다.
진주는 2016년 베트남 공영방송 VTV '미우 레'(MIU Le)에도 출연하며 베트남 전국구 스타로 발돋움했다. '미우 레'는 한국에서 방송된 '히든싱어'와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이다. 당시 대학생 신분이었던 진주는 베트남 가수의 노래를 멋지게 소화해 우승까지 차지했다. 이후 베트남 언론은 진주를 집중 조명했다. 평범했던 여대생에서 한국을 빛내는 크리에이터로 인생의 2막을 연 것이다.
올해 초에는 VTV의 듀엣가수 오디션 프로그램 ‘자이 디에우 쭝 도이’(giai đieu chung đoi)에서 베트남 인기가수 제이솔(J-SOL)과 출연해 순위권에 오르는 저력도 보여줬다. 유튜브 조회 수 460만 뷰 이상을 기록했고 현지 음원차트 ZING 6위까지 오른 진주의 인기는 계속 치솟고 있다.
진주 외에도 유튜브를 통해 베트남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가수 아우라(AOORA) 역시 한류를 넓히는 디지털 문화대사 중 하나다. 아우라는 베트남의 유명 유튜브 채널 '콰띵비엣(Khoa Tieng Viet)'의 2018년 기대되는 새로운 뮤즈로 선정되며 인기를 얻고 있다. 꽈띵비엣 제작진은 "과거 아이돌 그룹 더블에이로 활동한 경력과 아티스트로 변신 후 계속해서 자신만의 확고한 색깔을 갖고 음악 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가능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아우라는 현재 솔로앨범을 준비하며 베트남에서 본격적인 활동을 예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