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베트남 한류의 실체를 확인하다
[르포] 베트남 한류의 실체를 확인하다
  • 정진구 기자
  • 승인 2018.07.17 12: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관련 행사 통해 본 베트남인들의 한국사랑
호치민에서 열린 정해인 팬미팅 현장
호치민에서 열린 정해인 팬미팅 현장

"베트남에서 '한류(韓流)'면 무조건 통합니다. 우리 한국인들에게는 정말 기회의 땅이예요."

베트남에 10년째 거주하는 사업가 김모씨의 말이다. 요즘 그는 입만 열면 '한류'를 부르짖는다.

K-POP과 드라마 등 대중문화 콘텐츠를 뛰어넘어 이제는 한국과 관련된 모든 것들이 '한류'라는 이름을 달고 등장한다. 한국음식은 물론, 한국사람들의 헤어스타일까지 모두 한류라 부른다.

베트남에 부는 한국 열풍은 세계 어느나라보다 빠르고 강하다. 기자도 세계 여러나라를 다녀봤지만 베트남처럼 한국이라는 이미지 자체에 우호적인 나라는 없었다.

지난 7일 호치민에서 열린 행사 두곳을 다녀왔다. [한국어말하기대회]와 [정해인 팬미팅]이다. 기자가 각 행사장에 머문 것은 다해봐야 두어시간 남짓. 그러나 그 짧은 시간 동안 '한류'가 얼마나 베트남 깊숙이 파고들었는지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제 1회 한국어말하기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쩐티민탄 양(가운데)

모두가 놀란 베트남 중고교생들의 한국어실력

호치민인문사회과학대 강당에서 열린 한국어말하기대회(주최 호치민한국어교육원, 충청권역대학협의회)는 올해 처음으로 열린 행사다. 1부 중고등부, 그리고 2부 대학일반부로 나뉘어 진행됐으며 총 23명의 참가자가 나서 '나의 꿈, 나의 미래' 그리고 '베트남의 숨겨진 매력'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했다.

특히 1부 중고등부 학생들의 실력은 객석에 있던 한인들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대상을 수상한 쩐티민탄(투득고 2년) 양은 거의 완벽에 가까운 한글 표현과 억양을 구사했다. 그밖에도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또박또박 자신의 의사를 전달했는데, 한국인으로서 이해에 전혀 지장이 없을 정도로 출중한 실력을 자랑했다. 현재 베트남 중고등학교에서 한국어는 의무과목이 아닌, 시범교육 과목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한국어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대회에 참가한 학생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처음 한국어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계기에 대해 K-POP과 드라마 등 한국의 대중문화를 언급했다. 대상을 받은 쩐티민탄양은 소녀시대의 노래로 한국어를 공부했다고 밝혔으며, 또 다른 참가학생 역시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보며 의사의 꿈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대중문화를 통해 한국어를 접하는 과정이 대동소이했다. 문화한류가 한글한류로 이어지고, 이것이 한국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선순환을 이루고 있는 셈이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주호치민 임재훈 총영사는 "학생들의 한국어 실력이 예상보다 훨씬 뛰어나다. 이 대회를 통해 베트남에서 한국어 보급의 저변확대가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해인 팬미팅을 찾은 베트남 소녀팬들

절정에 이른 '정해인 앓이'

같은 날 오후 호치민 떤빈 육군극장에서 열린 배우 정해인 팬미팅(주최 네이버 V라이브)은 그 열기가 한층 더 뜨거웠다. 800석의 육군극장은 베트남 젊은이들로 가득 찼고, 정해인의 몸짓 하나하나에 극장이 떠나갈 듯한 함성이 터져 나왔다.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누나]를 통해 일약 톱스타로 떠오른 정해인은 베트남 등 아시아 전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베트남에서도 [밥 잘 사주는 예쁜누나] 신드롬은 대단했다. 적어도 지금 베트남에서는 김수현이나 BTS보다 정해인에 대한 인기가 더 높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를 증명하듯 정해인 팬미팅은 시종일관 뜨거웠다. 베트남MC 가 나와 토크쇼 형식으로 진행한 이날 팬미팅에서 정해인의 답변은 통역을 통해 팬들에게 전달됐는데, 재미있었던 것은 상당수의 팬들이 통역을 거치기 전, 정해인의 답변에 실시간으로 반응을 보였다는 점이다. 이들이 한국어를 어느정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또 정해인의 과거 작품을 영상으로 소개하는 시간에는 상대역이었던 공유, 이종석, 손예진 등 또 다른 한류스타들이 화면에 나오자 객석에서 함성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한류스타들의 인기가 한두명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방증이다.

정해인은 이날 베트남어로 첫인사를 했다. 이어 "어제 베트남에 도착해 쌀국수, 분짜, 반세오 등등 다 먹어봤다. 맥주까지 너무 맛있었다"며 베트남 음식 예찬론을 펴자 팬들은 또 한번 박수갈채를 보냈다. 베트남 팬들의 '정해인 앓이'는 거의 절정에 달했다.

10대 여성팬 탄투이는 "잘생기고 연기도 잘한다. 세계에서 가장 멋진 배우" 라고 했고, 즈엉 핸이라는 또 다른 여성팬도 "그가 웃을때마다 떨린다. 오늘 이 시간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젊은이들의 정해인 사랑은 고스란히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로 연결된다. 20대 후반의 여성팬 응웬투투이는 "정해인을 보면 한국남성들은 매우 친절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쯤 되면 정해인만한 민간외교관은 쉽게 찾지 못할것 같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