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나’ 미·중 무역전쟁, 그리고 베트남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나’ 미·중 무역전쟁, 그리고 베트남
  • 정진구 기자
  • 승인 2018.07.29 0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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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점입가경이다.

지난 6일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기계, 전자 수입품에 대한 340억달러 관세부과를 발효하자, 중국은 이에 상응하는 보복관세를 부과했다. 그러나 미국은 10일, 2000억달러 규모의 추가 과세대상 리스트를 제시하며 한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두 나라가 상호 보복 위협을 주고 받으면서 세계경제는 패닉상태에 빠졌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러한 분위기가 적어도 미국의 11월 중간선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라는 속담처럼 두 나라의 무역전쟁의 여파는 아시아 개도국을 강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베트남은 이 영향권의 한가운데 설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이 받는 무역전쟁 직격탄

최근 로이터통신은 ‘미중 양국 모두에 무역 의존도가 높은 베트남 주식시장이 무역 전쟁에따른 아시아의 첫 희생양이 됐다’ 고 보도했다.

베트남 주식시장은 2분기에만 18.19% 나 하락했다. 여기에는 6억달러가 넘는 피해를 남긴 가상화폐사기사건, 시장유동성 위축 등 여러 원인이 있었지만 최근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은 베트남 증시의 반등을 힘들게 만드는 요소로 지적된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국경간 공급망으로 미국의 관세부과가 확대되면 중국에 중간 재를 수출하는 베트남도 악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뿐만아니라 높은 관세로 미국과 중국 제품의 수출이 제한될 경우, 이 물량이 베트남으로 대거 몰릴 수 있어 베트남의 대미국 및 대중국 무역적자가 심화될 수 있다.

특히 베트남의 가축 및 가금류 시장은 미국산 제품의 파상공세를 견뎌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저렴한 가격으로 베트남 내 점유율을 높여온 미국산 육류는 25%에 달하는 중국의 높은 수입관세를 피해 베트남 수출을 더 늘릴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미 지난 5월에만 육류 1만1000톤을 수출해 130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장기적으로 베트남 가축 시장의 어려움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베트남은 새로운 대안이 될까?

그러나 베트남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단기적으로는 미국과 중국의 관세가 적용되는 상품, 예를 들어 기계, 전자, 옥수수, 콩 등은 베트남의 주력 수출품목이 아니라 즉각적인 타격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미국의 높은 관세를 피해 베트남이 그 대안으로 부각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실제로 세계적인 스포츠용품사인 아디다스는 중국산 제품의 관세부과 가능성에 대비해 생산기지를 베트남으로 대거 옮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의 긍정적 영향을 받게 될 생산품목도 있다. 베트남의 주요 특산품인 캐슈넛이 대표적이다. 베트남캐슈협회의 뜨란번햅 (Trần Văn Hiệp) 의장은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는 없지만 캐슈넛에 있어서는 미중 무역전쟁의 수혜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햅의장에 따르면 중국이 미국의 최대 수출품 중 하나인 아몬드에 대한 높은 관세를 부과할 경우, 아몬드 수출에 차질이 불가피 하고, 그 대체품으로 베트남 캐슈넛이 중국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 될 수록 베트남 경제에 미치는 영향 또한 적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은 모든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에측불가한 미국과 중국의 자국우선주의 정책하에서 베트남 경제가 안정적인 순항 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세계시장 상황을 면밀히 살피고 유연성을 길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베트남의 경제학자 팜치란(Pham Chi Lan)은 “이번 기회에 베트남 기업들이 특정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EU같은 제3의 시장과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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