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 숨어있는 ‘돈스코이호 사기범’ 류승진
베트남에 숨어있는 ‘돈스코이호 사기범’ 류승진
  • 김태언 기자
  • 승인 2018.08.20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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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그것이 알고싶다의 한 장면

지난 715일 신일그룹이라는 회사는 1905년 러일전쟁 도중 침몰한 러시아 함선 드미트리 돈스코이호를 울릉도 근처 해역에서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이 배에는 약 150조원어치 금괴가 실려 있다는 확인되지 않은 루머가 돌며 관심을 모았고, 이를 활용해 신일그룹은 신일골드코인(SCG)’이라는 가상화폐를 발행해 투자자들로부터 약 100억원의 인양자금을 거뒀다.

지난 4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는 돈스코이호의 보물과 관련한 신일그룹 회장의 행적을 파헤쳤다.

돈스코이는호는 지난 2003년 한국해양연구소와 동아건설의 수중 탐색으로 처음 실체가 확인됐다. 당시 외교문제 등으로 실제 인양이 이뤄지지 않았고 사람들의 시선에서 멀어졌지만 15년이 지나 난데없이 신일그룹이 돈스코이호를 화제의 중심으로 다시 끌어올린 것이다.

돈스코이호 인양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고, 실제 배에 보물이 있다는 근거조차 없는 상황에서 돈스코이호의 인양을 거론하며 관련 코인까지 발행, 투자금을 모은 것은 전형적인 사기 수법이라는 것이 경찰의 판단이다.

이 모든 작업을 계획하고 실행한 인물은 신일그룹 류승진 회장이다. 그는 한때 류지범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등 자신의 실체를 철저히 숨겨왔다.

현재 인터폴 적색수배령이 내려진 류승진 회장은 베트남에 숨어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베트남 호치민은 류 회장의 친형 류모씨가 오래전부터 거주하던 곳이기도 하다. 류 회장의 친형 역시 이번 사건과 무관치 않다. 신일골드코인 투자금 일부가 호치민에 있는 친형의 개인계좌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류 회장의 친형은 몇 달 전 호치민 중심가에 가라오케를 오픈했다. 가상화폐 투자금을 모은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류승진 회장 역시 이미 몇년 전부터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 일대에 머물러 온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014년 사기 등의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바 있어, 한국에서 자신의 본명으로 정상적인 비즈니스를 하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류지범이라는 가명으로 활동했고 싱가포르 신일그룹이라는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만든 것이다.

류승진 회장
류승진 회장

류승진 회장 본인은 국내의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스스로 라오스 국적을 취득해 베트남이 아닌 라오스에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실제 그의 지인들은 그가 여전히 베트남에 있다는 증언을 내놓고 있다.  류승진의 한 지인에 따르면  류씨는 불과 3주전까지 호치민에서 목격됐으며 실내에서도 짙은 선그라스를 착용하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6일 그에 대한 인터폴 적색수배가 정식으로 떨어진만큼, 이후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로 도주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지면 인터폴 190개 회원국 경찰이 한국의 체포영장을 갖고 수배자의 신병확보에 나서게 된다. 인터폴 수배 등급 중 가장 높은 등급이다.

한국경찰은 지난 주 전담수사팀을 꾸려 류승진 회장의 주변인물들을 소환해 그의 행적을 추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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