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부터 사흘간 북한을 방문,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함께 '9월 평양공동선언'을 발표하는 등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정착을 위한 커다란 디딤돌을 놓았다. 세계는 이번 남북 정상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지만, 그보다 두 정상이 2박3일간 보여준 파격행보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그간 봐왔던 회담과는 사뭇 다른, 이례적 장면이 여러 차례 연출됐다. 평소 소탈한 성품의 문재인 대통령과, 그런 문 대통령을 배려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있었기에 가능한 장면이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연출된 파격적이었던 다섯 장면을 소개한다.
#1.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는 18일 오전 10시9분쯤 공군 1호기에서 내려 북한땅을 밟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는 공항에서 박수로 영접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지난 5월, 2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작별인사처럼 세 번의 포옹을 반복하며 환영했다.
북한 인민군은 21발의 예포를 발사하는 최고 예우의 공식 의전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 인민군 의장대를 사열한 뒤 단상에서 내려와 환영하는 평양 시민 1000여명에게 허리를 90도로 굽혀 인사했다. 1인 지도체제에 익숙한 북한 주민들에게는 지도자의 90도 인사가 신선한 충격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2. 문재인 대통령은 공항에서 숙소인 백화원 영빈관으로 이동하면서 평양 시내 카퍼레이드를 펼쳤다. 지난 2007년 노무현 대통령의 방북 때도 카퍼레이드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좀 더 특별했다. 공항에서 각각 다른 차량에 탑승했던 문 대통령과 김 국무위원장은 카퍼레이드를 위해 오픈카에 동승했다. 수많은 평양 주민들은 길가에 도열해 한반도기와 인공기, 꽃을 흔들며 열렬히 환영했고, 문 대통령도 연신 손을 흔들며 화답했다.
#3. 문재인 대통령은 둘째날인 19일, '9월 평양공동선언' 발표 후 북한의 일상을 경험하기 시작했다. 지난 베트남 방문시에도 현지 주민들이 즐겨 찾는 쌀국수집에서 식사를 했던 문 대통령은 이번에도 평양대동강수산물식당을 방문하는 식당외교를 선보였다.
'초밥식사실'과 '서양료리식사실'에서 식사 중인 북한 주민들과 악수를 한 문 대통령은 "음식 맛있습니까? 우리도 맛 보러왔습니다"라고 말하며 먼저 다가섰다. 부인 김정숙 여사가 "이제 그만 가십시다"라고 말하며 옷깃을 잡아끄는 장면도 볼 수 있었다. 이날 만찬 자리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뒤늦게 참석의사를 밝히면서 두 정상의 2번째 만찬이 즉석에서 이루어졌다. 문 대통령은 이를 의식해 김 국무위원장에게 "오늘 내가 너무 시간을 많이 뺏는 것 아닙니까. 먼저 와서 둘러봤습니다"라며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4. 만찬을 끝낸 후 두 정상 내외는 오후 9시부터 평양시 중구역 능라도 소재 북한 최대 규모 종합체육경기장인 5·1경기장에서 대집단체조 예술공연 '빛나는 조국'을 관람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공연 후 15만명의 북한 주민들 앞에서 약 7분 가량 연설을 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전쟁의 공포와 무력 충돌의 위험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한 조치들을 구체적으로 합의했다"며 "지난 70년 적대를 완전히 청산하고 다시 하나가 되기 위한 평화의 큰 걸음을 내딛자고 제안한다"고 밝혔다. 북한 주민들은 문 대통령이 인사말을 하는 과정에서 12차례나 박수를 보냈다. 김 국무위원장은 북한 주민들에게 문 대통령을 소개하며 "이 순간 역시 역사는 훌륭한 화폭으로 길이 전하게 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5. 마지막날인 2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제안으로 문재인 대통령은 백두산을 방문했다. 평소 백두산과 개마고원 트래킹에 대한 꿈을 가졌던 문 대통령을 배려한 일정이었다. 김 국무위원장 내외는 삼지연공항에서 문 대통령 내외를 맞이했고 백두산 천지로 내려가는 케이블카에도 함께 동승했다. 김 국무위원장이 "천지에 내려가겠느냐"는 제안을 하자 문 대통령은 "예. 천지가 나무라지만 않는다면 손이라도 담가보고 싶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 내외는 천지에 손을 담그고 천지 물을 물병에 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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