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피벌룬 사태의 시사점 
[사설] 해피벌룬 사태의 시사점 
  • 김종각 변호사
  • 승인 2018.09.28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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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주 동안 베트남 사회에서 가장 핫한 이슈는 해피벌룬 사태였다. 지난 16일 하노이 서호 워터파크에서 열린 음악축제에서 20대 청소년 7명이 풍선 안에 들어 있는 이산화질소를 과다 흡입하여 사망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이는 언론을 통해 전국에 순식간에 전파되었고, 베트남 사람들은 이게 도대체 뭔가 어리둥절하게 된 것이다.    

하노이, 호치민시 등 대도시에서 노래방 까페나 바에 가면 이산화질소를 담은 풍선을 5만동에 쉽게 살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를 들이마시면 20초 내지 30초 동안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등  환각증세를 나타내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생긴 명칭이 해피벌룬(웃음 풍선)이다. 이를 체험하는 관광객들조차 있을 정도였다고 하니 안전 불감증이 심각한 상태였다고 할 수 있다.

베트남에는 이에 대한 제재 규정이 없다보니 이를 판매하는 자나 흡입하는 자를 처벌할 근거가 없었다. 그렇다보니 공공장소에서 판매되고 흡입하는 일이 일반화 된 것이고, 급기야 대중들이 함께 이를 행하고 즐기는 축제까지 벌어진 것이다.

특히, 미성년 청소년들이 아무런 범죄 의식없이 이를  즐기게 된 것이다. 베트남 스포츠 문화 신문 기사에 따르면, 이런 종류의 환각물질을 사용하는 미성년 청소년들이 13%정도나 된다고 하니 아주 심각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하노이시에서는 2017년 시 조례로 정해 이를 문제 삼았지만, 시 조례로 규정하다보니 처벌 규정을 둘 수는 없었고, 건강에 유해하니 삼가해 달라는 캠페인 정도에 머물고 말았다. 이제 베트남 국회를 통해 본격적으로 입법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도 청소년들이 신나, 본드 등을 흡입하여 환각 상태에 이르는 것이 사회 문제화 된 적이 있다. 이를 금지시키기 위해 처벌 규정을 두어 단속하게 된 것이다. 현재 화학물질관리법에 따라 3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게 된다.

이번 사태를 통해 베트남 정부에서는 처벌 규정을 만들어 단속하고, 일반 시민들은 사회 인식으로 환각류 물질이 갖는 위험성을 자각하고 깨닫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통해 더 근본적인 것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해피벌룬 중독에 빠진 어떤 청소년들은 아마도 학습 능력이 결여되어 학교생활에 태만하거나 정상적인 궤도에서 이탈한 비행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더 많은 다수는 그저 호기심에 의해 출발되었을 것이다. 이점에서 베트남 청소년들이 건전하게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가 아직 충분하지 않은 점을 지적할 수 있다.

필자도 베트남에서 아이들을 교육하면서 가장 아쉬운 점이 아이들에게 제공할만한 문화 프로그램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학교생활 이외에 아들은 축구교실에 가는 정도, 딸 아이는 친구들과 영화관에 가는 게 전부인 것 같다. 청소년들끼리 모여서 즐기고 발산할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부족한 것이다.

어쩌면, 베트남에서 K POP이 대단한 인기를 끌고 팬클럽 활동이 성행하는 것도 이런 요인에서인지 모른다. 별로 할게 없는 상황에서 흥미진지하며 끼를 발산할 수 있는 클럽이 생기게 되니 얼마나 반갑고 즐겁지 않았겠는가?

독일을 비롯한 유럽 선진국의 부러움 중 하나는 청소년들에게 제공하는 다양한 클럽활동이다. 각 종목의 스포츠 클럽활동, 그리고 다양한 예술, 문화 프로그램. 어릴적부터 청소년들은 자기 관심사에 따라 선택된 클럽활동을 통해 즐기고 자기 재능을 키우게 된다. 예를 들어 축구선수가 되는 것도 처음에는 동네 축구 클럽에서 또래애들끼리 뒹굴고 뛰다가 두각을 나타내는 아이가 있으면 이를 더 체계적이고 전문화된 클럽으로 보내고, 이렇게 몇 번 클럽을 바꾸며 발전하다가 프로팀에 스카웃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학교 안에 있는 별도의 축구팀에서 공부대신 축구만 하는 구조가 아니다.

물론 이러한 사회 구조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경제력이 뒷바침되어야 하는 부분도 있고 사회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하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이번 해피벌룬 사태를 접하며, 베트남 청소년들에게 재밌게 즐기고 자기 재능을 키울 수 있는 문화 엔테테인먼트 제공이 절실하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이와 더불어 한인사회에서도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하노이에서 활동하는 미러클합창단, 호치민에서는 청소년오케스트라, 그리고 하노이 한인회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문화교육 프로그램은 우리 한인사회가 잘 형성해 놓은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청소년들이 더욱 활기차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더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 제공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에 대해 종교단체, 교민단체에서 더 좋은 대안들이 만들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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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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