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영원한 멋, 밀짚모자
베트남의 영원한 멋, 밀짚모자
  • 베한타임즈
  • 승인 2013.08.25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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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베트남 여성들은 가난하거나, 돈이 많다거나, 나이가 많건 적건 간에 밀짚모자가 항상 머리 위에 하나씩은 있었다. 어머니들의 말씀에 따르면, 여자는 항상 옆에 밀짚모자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비가 올 땐 비를 막아주고, 더운 날에는 해를 가려주는 밀짚모자를 써야 여성스럽다고 조언한다. 밀짚모자를 쓰고 있는 저 언니들을 보아라. 여자가 얼마나 말쑥해 보이고 사랑스러워 보이느냐고 말했었다. 밀짚모자는 고향에나 있을 법한 풀로 엮어 만든 모자이기 때문에 우리네 고향의 산뜻함과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밀짚모자를 만든 손길 또한 뛰어난 솜씨다. 가느다란 풀들을 하나하나 정성스레 닦아 빛깔이 나게 만든 후에 튼튼히 엮어 동그란 모양으로 만들고 모자의 윗 모양은 뾰족하게 살려 마무리를 한다. 옛 여자들 머리 위에 있던 그때의 그 밀짚모자는 우리네 마음속에 깊게 새겨져 있다. 밀짚모자는 특별한 장식, 혹 다른 여느 액세서리와 같은 화려함은 없지만 베트남의 영원한 특징이자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오후 늦게 열리는 시장에 갈 무렵, 어머니는 항상 딸들에게 시장을 가자고 하셨다. 어머니가 이르기를, 딸들이 다 컸으니 새로 밀짚모자를 사주겠다는 것이다. 옛날 시장에는 두 종류의 밀짚모자가 있었다. 하나는 신선한 풀로 만든 모자였고, 나머지 하나는 오래된 풀로 만든 모자였다. 이 두 종류는 여자의 나이 대를 분별할 수 있게끔 나눠져 있었다. 아주머니들께서는 보통 오래된 풀로 만든 밀짚모자를 주로 쓰셨다. 왜냐하면 그 모자의 색깔이 갈색이기 때문에 나이든 이들에게 잘 어울리곤 했다. 젊은 아가씨들은 신선한 풀로 만든 밀짚모자를 썼는데 그 모자는 보통 색이 하얗기 때문에 더 산뜻해 보이고 젊어 보였다.



시장안의 밀짚모자 파는 곳은 항상 사람들로 붐벼댔다. 시장에서 제일 활력이 넘치는 구역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많은 여자들이 밀짚모자를 써보기도 하고 사기도 하고, 가격을 흥정하며 사람 사는 정이 제일 많이 느껴지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언니들은 시장가는 어머니를 항상 따라가서 밀짚모자를 원 없이 구경하곤 했다.

밀짚모자는 얇은 풀로 만든 모자이기 때문에 금방 망가지곤 했다. 하지만 집의 어른들은 하나 사서 오래오래 쓰고 싶어 한다. 그래서 밀짚모자를 구입하고 나면 엄마나 할머니께서 바늘과 실을 이용해 그 밀짚모자를 다시 촘촘하게 바느질을 해주었다. 그 밖에도 집안 어른들은 두꺼운 비닐을 이용해서 밀짚모자 테두리에 한 번 더 덧대어 비가 올 때 모자가 젖지 않도록 해준다. 하지만 멋을 부리는 아가씨들은 집안어른들이 바느질 더 하고 비닐을 덧대는 것이 모양을 상하게 한다고 싫어했다. 젊은 아가씨들은 밀짚모자를 어떻게 해야 예쁘고 오래 쓸지를 항상 고민한다. 보통 아가씨들은 고무 숲으로 가서 고무 액을 모아 구워서 휘발유를 넣고 만든 액을 밀짚모자에다가 발랐다. 이렇게 하면 그 밀짚모자는 일반 밀짚모자보다 빛나고 오래 쓸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오래가지 못하고 자주 덧발라줘야 하는 불편함이 따랐다.

예전 고향에서는, 여자가 시집을 가면 반드시 새 밀짚모자가 있어야 했다. 그때 당시에는 화장품 혹은 옷가지들보다도 밀짚모자가 가장 중요했었다. 말일에 결혼하면 달초에 새로운 밀짚모자를 구입하고 고무 액으로 만든 기름을 다시 발라 예쁘게 준비해뒀다. 결혼식 끝내고 신랑 집으로 인사하러 가는 길에 밀짚모자를 쓰고 걷는다. 한 동네를 지나고, 또 대나무로 만든 다리, 아주 약해서 위태로운 그 다리를 지나면서 밑을 바라보면 물 위에 떠있는 연꽃들이 참 예쁘고 온화했다. 정말이지 '밀짚모자를 쓴 아가씨가 지나가다 한 남자를 만났을 때 부끄러워하며 고개를 숙이면 너무 아름다워 바로 첫눈에 반해버린다' 라는 베트남 속담이 와 닿는 장면이다. 결혼식이 끝난 후 신부 친구들도 신부와 같이 밀짚모자를 쓰고 있다. 하얗게 빛을 발하는 밀짚모자와 베트남 여성들의 모습은 아름답고 조화로운 장면이 아닐 수 없다. 신부의 얼굴은 긴장되어 보이면서도 부끄러워하는 모습으로 신랑 집을 찾아가면,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반갑게 맞아준다. 그때 신부는 밀짚모자를 벗어 인사를 하면 시어머니가 모자를 받아 든다. 이 풍습은 베트남에서의 며느리를 환영하는 시어머니의 마음을 표현하는 하나의 인사법이다.



밀짚모자는 베트남 민족과 오래 전부터 함께한 전통 모자이다. 비를 피하거나 햇빛을 피할 수 있는 모자 개념으로만 쓰이는 게 아니라, 베트남 사람의 일생이 담겨있는 풍습이라고 불릴 수 있다. 요즘 베트남 생활에서는 전통이 많이 없어지고 있는 추세이다. 전통적인 밀짚모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보기 힘들어지고 있다. 길거리에 나가보면 많은 여성들은 자기들의 개성을 표현하기 위해 여러 가지 형태의 모자를 고집하고 있다. 지금, 현재 이 시점에서 누군가가 밀짚모자를 쓰고 있다면 낙후된 아이템이라고 생각할까? 세상이 변함에 따라 밀짚모자는 불편하고 낙후된 이미지로 변해버린 건 사실이다. 하지만 밀짚모자는 우리 베트남 민족에게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되어야 한다.


[베트남통신사_ 글: 응엔테르엉(Nguyen The Luong)기자, 그림: 베트남픽토리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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