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원수도 없다. 오직 이익만이 영원하다
[사설]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원수도 없다. 오직 이익만이 영원하다
  • 김종각 변호사
  • 승인 2018.10.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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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중 무역 전쟁이 세계경제를 흔들고 있다. 오늘 아침 기사에는 미국이 우편요금 불합리성을 이유로 유엔우편연합에서 탈퇴하겠다고 선언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미국으로 보내는 우편요금을 올려 이 또한 중국 압박카드의 하나로 사용하겠다는 취지라고 한다. 현재 미국은 할 수 있는 모든 카드를 꺼내들고 있는 모습이다. 이를 통해 보면, 미중 무역전쟁은 간단히 끝날 것 같지 않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강력해지는 힘을 배경으로 세계 경찰국가를 자임해 왔다. 세계를 호령할 뿐만 아니라 약소국을 지원하고 케어하는 자애스런 모습까지 보여주었다. 그러나 냉전 체제하에서 중국을 비롯한 공산국가만은 예외였다. 이들 국가들을 철저히 적대 국가로 분류해 대치했다. 하지만, 이것도 시간에 따라 변화하게 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중국의 개방 정책 성공에는 미국의 응원이 뒷바침 하고 있었다.

미국은 1971년 핑퐁외교(탁구 경기)를 통해 굳게 문을 닫고 있던 적대국가 중국에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한다. 1972년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면서 화애무드는 급물쌀을 타게 되었고, 정치 교류는 경제 분야로 발전했다. 중국은 1979년 미국과 수교한 이후 1992년까지 무역적자를 면치 못하였다. 하지만, 1993년  처음으로 63억달러 흑자를 기록한 이후 지금까지 미국과의 교역에서 흑자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 미국은 중국과 친구가 되었지만 계속되는 중국의 흑자를 지켜보며 서서히 불편한 기색을 들어내기 시작했다. 급기야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더 이상 친구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무역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 심각한 두 강대국의 싸움에 휘말려 고래등이 터지게 되었다. 사드 배치 문제로 중국으로부터 한 뻔치 먹고, 미국 또한 흑자를 내고 있는 한국을 곱게 보고 있지 않다. 역사 속에서 한국은 주변 강대국의 변화의 추이를 잘 읽고 현명하게 대처해야 했던 숙명을 안고 있었다.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결국 망국으로 치닫기 때문이다. 최근 광해군을 새롭게 조명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이다.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대의명분을 쫓아 명나라를 선택했지만, 현실파악을 잘하고 있었던 광해군은 청나라를 선택하는 예지력을 갖고 있었기에 이를 새롭게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강대국의 틈바구니에 낀 변방국가의 설움은 베트남도 역사적으로 한국과 비슷했다. 베트남이 프랑스의 100년 지배를 벗어나기 위해 막바지 전쟁을 벌이던 1949년부터 1954년까지 주변 강대국 중국의 지원은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절대적 열세를 극복하고 1954년 승리로 마감한 디엔비엔푸 전쟁의 승리 요인 중 하나는 중국에서 지원 해 준 다량의 화포였다.

1954년부터 1975년까지 벌어진 베트남과 미국의 전쟁에서도 중국은 든든한 우방이었다. 그런 중국이 미국과의 전쟁 막바지인 1974년 1월 돌연 베트남 동해인 황사군도를 침범하여 점령한다. 베트남이 전쟁의 포화를 벗어나 통일의 기쁨으로 재건을 꿈꾸던 1979년에는 65만 대군을 이끌고 북부지역을 침공하여 2주만에 6만명에 가까운 베트남 인명이 살해되었다. 중국은 더 이상 베트남의 친구가 아닌 적으로 돌변한 것이다.  

하지만, 1991년 베트남의 최우방 소련이 쓰러지며 베트남은 다시 중국과 손을 잡게 된다. 그리고 현재 베트남과 중국은 최대 무역교역국이 되었다.

베트남과 미국과의 관계 또한 마찬가지이다. 미국은 베트남과의 전쟁이 끝난 1975년 이후 경제봉쇄령으로 베트남을 빈사상태까지 몰아 붙였다. 하지만 1995년 외교수립 이후 현재 베트남에게는 미국이 최대 무역 흑자국이 되었다.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원수도 없고, 오직 영원한 이익만이 존재한다는 것이 외교의 철칙인지 모르겠다. 인류는 4차 산업혁명을 여는 새 시대의 목전에 있지만, 세계경제는 구조적 불황에 갇혀 있어 약육강식의 형국을 띠고 있다. 지금 강국들조차 살아남기 위해 자국의 이익에 집중하고 있다. 주변국의 운명이 어쩌면 풍전등화인지 모른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현명한 사람, 현명한 국가는 살아남게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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