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 울린 세입자의 ‘야반도주’
집주인 울린 세입자의 ‘야반도주’
  • 최정은 기자
  • 승인 2018.10.23 10:35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풀옵션 아파트 세입자가 집에 비치된 고가의 물건을 훔쳐 몰래 이사를 했어요."
 
호치민시의 모 아파트 입주민 단체톡방에 올라온 사연이다.

 

교민 A씨는 호치민시에서 고급 주거단지로 손꼽히는 아파트를 2년전 구입했다. 완공 후 입주가 시작됐고, 다른 거처가 있던 A씨는 이 아파트를 풀옵션 임대하기로 결정했다.  

 
베트남의 세입자들은 '노옵션'과 '풀옵션' 중에 선택이 가능하다. 노옵션은 가구가 없는 대신 월세가 다소 저렴하며, 풀옵션의 경우 집주인이 TV, 침대, 소파 등 생활에 필요한 일체의 물품을 구비해놓는다. 노옵션에 비해 월세는 비싸지만 세입자들 입장에서는 몸만 들어오면 생활이 가능해 풀옵션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A씨는 3개월전 40대 중반의 여성 베트남인을 세입자로 맞이했다. 여성은 어린 딸이 있었고, 남편은 인도인으로 해외 출장이 잦다고 했다. 로컬 부동산 중개소를 통해 임대 계약서를 썼다. 그때까지만 해도 A씨는 이 세입자에 대해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

 

3개월째 되던 지난 12일 밤 사건이 터졌다. 세입자는 밤 9시 무렵, A씨에게 알리지 않은 채 집에 구비돼 있던 TV 2대와 세탁기, 냉장고, 오븐, 그리고 침대 매트리스와 이불까지 싸들고 몰래 이사를 가버린 것이다. 원래 세입자가 이사를 나가려면 집주인의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세입자는 물론, 아파트 관리소에서도 A씨에게 이를 알리지 않았다. 심지어 A씨의 재산인 물건까지 가지고 가버린, 일종의 도난사건이었다.  

 

A씨는 1억 동 이상의 금전적 피해를 봤을 뿐만 아니라 이사를 가는 과정에서 집안 곳곳이 파손돼 수리까지 해야 할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집수리로 인해 당분간 새로운 세입자도 받지 못하게 됐다.
 
A씨는 사건 발생 후 곧바로 공안과 한국 영사관에 도난 신고를 하고 아파트 관리소 측에도 항의를 했다. 세입자가 아무런 제지 없이 A씨의 재산을 들고 이사를 가는 장면이 아파트 CCTV에 고스란히 찍혔지만 아파트 측은 자신들에게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아파트 측이 책임을 회피하는 근거는 A씨가 이 세입자를 아파트 관리소에 정식으로 등록하지 않았다는 점 때문이다. 집주인이 직접 공안에 신청해야하는 땀주(Tam Tru)도 없었다.

 

A씨는 “세입자가 들어오면 집주인이 직접 아파트 관리소에 임대계약서 공증을 받아 등록도 해야 한다고 들었다. 하지만 나는 정확하게 알지도 못했고, 중개해준 부동산이 알아서 해 줄거라 생각하고 이를 소홀히 한 부분이 있다”고 털어놨다.

 

A씨의 실수일 수 있지만, A씨가 알아본 바에 따르면 다수의 입주자가 등록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A씨처럼 베트남어가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 입장에서는 땀주 신청이나 세입자 등록 절차는  복잡하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일부 부동산 중개소는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이를 대행해 주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집주인이 직접 신청하는 것이 원칙이다. 최근 베트남에서 부동산을 구입하는 한국인들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인 집주인들이 이런 부분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한편 한 달에 한 번씩 열리는 아파트 입주자 회의에서 A씨가 당한 도난사건이 안건으로 올라왔다. A씨와 아파트측이 책임소재를 놓고 대립하자 상당수의 베트남인 입주자들이 A씨 입장을 이해하고 편을 들어주었다. 그제야 아파트측은 달아난 세입자가 잡히지 않을 경우, 일부 보상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야반도주한 세입자는 19일 현재 여전히 체포되지 않았다. A씨는 임대계약 당시 받은 세입자의 신분증 사본을 공안에 제출했지만 이 신분증이 위조된 것인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김헌수 2018-11-18 14:09:28
헉. 어이없네요. 외국인에게만 집을빌려주는게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