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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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진구 기자
  • 승인 2018.11.05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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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유학생 유치에 사활 거는 한국 지방대학

한국 교육부는 지난 2015년 ‘유학생 유치 확대 방안’을 발표하며 2023년까지 최대 20만명의 유학생을 확대 유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것이 기폭제가 돼 한국 대학들이 앞 다퉈 외국인 유학생 모집에 사활을 거는 분위기다.

특히 줄어드는 중국 유학생을 대체할 베트남 유학생들이야말로 한국 대학들 입장에서 중요한 고객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2018 교육부 기본통계’에 따르면 베트남인 유학생 비율은 2010년 2.3%에서 2018년 19%로 국적별 유학생 중 가장 큰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학생수 부족에 등록금 동결로 전례 없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방대학들은 베트남 유학생 유치 노력을 한층 더 치열하게 전개 중이다.

대표적인 예가 동아대학교이다. 올해 동아대학교의 학부 및 대학원 학위과정에 진학한 외국인 학생 중 베트남학생 수는 97명이다. 여기에 어학연수과정을 듣고 있는 베트남 학생 149명까지 포함하면 총 246명에 이른다. 이는 전체 외국인 유학생 가운데 31%로, 불과 5년전 59명에 불과하던 것에 비하면 4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반면 중국 유학생 수는 같은 기간에 비해 1.6배 늘어나는데 그치고 있다. 특히 어학 연수생 숫자는 이미 베트남 학생 수(149명)가 중국인 학생 수(53명)를 크게 추월했다.

베트남 유학생 증가는 동아대학교의 재정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동아대의 전체 외국인 유학생은 5년 전보다 두배 가량(377→789명) 늘어 대학 측은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동아대 뿐만이 아니다. 부산대학교와 부산외국어대학교, 부경대학교 등 부산지역 주요 대학들도 최근 1~2년 사이에 베트남 학생들을 대규모로 끌어 모으고 있다.

대학들이 베트남 유학생 유치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데는 중국 유학생 급감에 따른 새로운 대안 찾기의 성격이 짙다.

대부분의 대학들이 지난 해 중국의 사드 배치 보복의 여파로 중국 유학생을 대거 잃었다. 그동안 어학연수를 목적으로 부산지역 대학을 찾았던 중국 학생 숫자는 사드 사태 이후 현재는 반토막이 난 상태다.

반면 베트남의 경우, 한류 열풍과 경제 성장에 따른 중산층 증가, 한-베 대학간 교류협력 등으로 한국으로 유학을 가려는 학생들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

 

‘묻지마 모집’으로 끝나지 않도록

동아대학교의 베트남 유학생들

하지만 학생 유치만 하면 그만이라는 대학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늘어나는 베트남 유학생들의 학업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 및 관리는 신통치 않다.

부산의 모 대학에서 2년간 공부한 베트남 유학생 출신 응웬탕축(25)씨는 “학교에서 이런저런 차별이 심했고, 베트남 학생들에게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학비자로 한국에 들어와 불법 취업을 하거나, 학업을 중단해 불법체류자 신분이 돼버리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지만 대학들은 손을 놓고 있기 일쑤다. 최근에는 일부 한국 브로커들이 동남아인들을 대상으로 유학을 위장한 취업을 알선하다 한국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또한 일부 베트남 유학생들이 자신이 원하는 과목을 듣지 못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한-베 대학간 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에 오는 학생들은 정해진 과에서만 공부를 해야 한다는 조건이 달려있는 경우가 많다. 또한 한국의 대학들이 한국 학생들이 기피하거나 정원이 미달된 학과로 베트남 유학생들을 유도하기도 한다. 한 부산지역 대학 관계자는 "실험이나 연구가 많아 힘들게 인식되는 공대 대학원에는 국내 학생들이 지원하지 않아, 베트남 학생이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고 말했다.

유학생들을 돈벌이로만 인식하고 ‘묻지마 모집’을 하는 한국 대학들은 여전히 많다. 대학들의 노력은 물론, 베트남 유학생들이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지자체와 교육부, 정부 차원에서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의원은 “대학들이 유학생 관리도 제대로 못하면서, 유학생 유치만 늘리려 한다”며 “유학생 유치 실태에 대해 철저한 감사와 체계적인 유학생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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