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베트남 관련 MOU 체결, 무엇이 문제인가?
너도나도 베트남 관련 MOU 체결, 무엇이 문제인가?
  • 김태언 기자
  • 승인 2018.11.19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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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1) 한국의 한 건설업체는 지난 2016년 베트남 골프빌리지 건설과 관련해 베트남의 지방도시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 건설사는 MOU를 통해 본격적인 베트남 투자에 나서겠다는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현재까지 아무런 진척이 없고 향후에도 별다른 계획이 없는 상태다.

 

사례 2) 몇 년 전 한국의 A 증권회사는 베트남의 B 증권회사의 지분 20%를 인수하기로 하고 MOU를 맺었다. 그러나 지분 인수는 끝내 실행되지 못했다. 당시 A사는 B사의 부실이 생각보다 심각했다고 밝혔으나, 증권가에서는 A사가 MOU를 통해 자사의 주가를 부양하려 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법적 구속력 없어 남발되는 양해각서

 

 베트남 관련 양해각서(MOU)가 남발되고 있다. 최근 한국의 기업 혹은 지자체가 베트남 정부기관, 지방정부, 그리고 기업 등과 MOU 체결을 하는 경우가 매우 흔하다. 정확한 집계 조차 어려울 정도다.  

 

MOU를 맺으면 어김없이 보도자료를 내며 적극적인 홍보에 나선다. 일반인들이 MOU 뉴스를 접하면 해당 기업이나 지자체가 당장 베트남에서 사업을 시작하는 것으로 인식하기 십상이다.


일반적으로 MOU란 공식계약 체결 이전 단계에서 계약 일부 사항의 이해를 위해 이를 문서화 한 것이다.

 

상품을 거래할 때 물량확보를 위해 간단한 MOU 형태로 진행하거나 당장 확정이 어려운 사항은 추후 합의하기로 하면서 거래의 일반조건만 정하기도 한다. 제품의 특성상 품질이나 제품인도 방식, 가격결정의 구조 등 기본 원칙을 정할 필요가 있을 때는 여러 장의 문서를 작성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MOU는 집행할 수 있는 법적문서로서의 효력은 없다. 간혹 내용상에 계약 이행에 필요한 요건들이 담겨지고, 당사자들이 계약 효력을 의도한 경우에는 구속력을 갖기도 하지만 그런 경우는 흔치 않다.


실례로 최근 한국의 C지자체는 베트남의 수입업체 D사와 가공식품 수출에 대한 MOU를 체결했다. MOU에는 수출 제품의 특성, 계약의 이행에 관한 필요사항 등이 일부 포함했지만 가격과 대금지급, 기타 조건들을 별도 건별 계약으로 합의토록 했다. 이런 경우 계약 당사자들은 MOU에 구속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당장 계약 이행을 청구할 근거도 없다.


이처럼 대다수의 MOU는 법적 효력을 갖지 못한다. 만약 한쪽이 일방적으로 악의를 갖고 이런저런 핑계로 MOU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신의성실의 원칙 위반으로 손해배상 등 구제를 청구할 수는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법원에서 상대의 악의를 입증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실속없는 MOU 체결이 빈번한 이유

 

MOU에 대한 법적 구속력이 없다보니 MOU가 본계약까지 가는 것 보다, 가지 못하고 좌초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MOU가 결실을 맺지 못하더라도 별다른 손해도 없다.

 

오히려 기업과 지자체의 실적 쌓기용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하노이시의 한 유통회사 관계자는 “일부 지자체들은 앞뒤 가리지 않고 MOU부터 맺자고 하는 경우가 있다. 실현 가능성이 낮더라도 MOU가 있어야 담당자가 바뀌더라도 관계를 지속할 수 있다고 말한다. MOU를 단순히 실적이나 명분용으로만 생각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한 지자체는 호치민시의 모 유통회사와 한국과일 1종에 대해 연간 200만 달러 수출 MOU를 체결했다. 이에 대해 호치민시에서 한인마트를 운영하는 E씨는 “20만 달러어치 수입도 엄청난데 200만달러라니 가당키나 한 금액인가”라며 실소했다. 또 다른 유통관계자는 “이런식으로 MOU를 맺고 외부에는 ‘200만달러 수출협약’이라고 홍보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MOU를 활용한 주가조작 및 불공정 행위도 문제다. 일부 기업들은 호재성 MOU 공시를 내놓은 뒤 주가부양 목적을 달성하고나면 ‘아니면 말고’식의 행태를 보여왔다. 특히 사이비 자원개발 기업들이 한때 해외 업체, 그리고 지방정부 등과 MOU를 체결한 뒤 대대적으로 홍보하면서 주가를 끌어올리는 경우도 있었다.  

 

코스닥의 경우 MOU 계약이 자율공시였던 과거와 달리, 공시 승인 절차가 까다로워지긴 했다. 구체성과 객관성을 담보하지 못하면 공시 승인이 거부되는 경우가 많지만, 해외 정부기관 및 지방정부와 MOU에는 비교적 관대한 편이다. 베트남 관련 MOU 공시 소식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 이유다.

 

본계약까지 가지 못하는 MOU 남발은 베트남에서 한국에 대한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MOU만 맺어놓고 끝나는 행태가 반복된다면 베트남인들에게 신의 없는 한국인으로 낙인찍힐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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