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제는 속임수다?
[사설] 경제는 속임수다?
  • 김종각 변호사
  • 승인 2018.11.23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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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병법의 저자 손무는 전쟁(兵者)을 속임수(詭道也)라고 정의했다(兵者 詭道也). 역사상 빛나는 전쟁사에서 이 정의는 가치를 발휘했다.

베트남 현대사에서 가장 빛난 전투였던 디엔비엔푸 전투에서도 이 정의는 통했다. 홍강과 하노이 지역에서 베트남 정부군에 밀리던 프랑스군은 하나의 속임수를 쓴다. 라오스침공을 통해 베트남 북서부 산간 지역을 타고 사이공까지 내려가 남부 지역을 장악하려고 하는 베트남 정부군의 의도를 파악한 프랑스군의 나바르 장군은 하노이에서 라오스로 가는 길목인 디엔비엔푸에 1953년 11월 진지를 구축하고 베트남 정부군을 유인한다. 비행기로만 병력과 물자 수송이 가능한 이 험준한 산지에 요새를 구축한 프랑스군은 막강한 105mm 화포를 배치하고 베트남 정부군을 섬멸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이때 베트남의 영웅 지압장군이 이들의 속임수에 허를 찌르는 또 다른 속임수를 쓴 것이다. 중국으로부터 지원받은 화포들을 인력으로 험준한 산 꼭대기까지 이동시켜 누구도 예상치 못한 허를 찌른 것이다. 프랑스 군의 예상을 깨고 산 정상에서 포를 쏘아대며 나타난 베트남 정부군의 속임수에 프랑스 군은 속수무책으로 무너졌고, 베트남 정부군을 섬멸하기 위해 디엔비엔푸에 주둔하고 있던 프랑스군 1만 6천명은 전사하거나 대부분 포로가 되고 만다. 이렇게 하여 100여년간 이어져 온 식민 지배가 종식된 것이다.

호치민 시내 중심지에서 사이공 강을 바라보고 서 있는 동상이 있다. 주인공은 몽고 군을 물리친 쩐흥다오(1228~1300) 장군이다. 그의 탁월한 전략과 용맹으로 어떤 이들은 우리나라의 이순신 장군과 비교하기도 한다. 베트남은 아시아 지역에서 유일하게 몽고 군의 침략을 물리친 나라이다. 이는 쩐흥다오의 지형지물을 이용한 속임수 덕분이었다. 그는 바악당 전투에서 강 바닥에 말뚝을 박고 썰물이 될 때까지 기다린 후 이를 모르고 전투에 임하던 몽고 군의 함선을 궤멸시킨다.

속임수를 써서라도 승리를 가져와야 하는 것은 전쟁이야말로 생사의 문제(生死之地), 존망의 위기(存亡之道) 순간이기 때문이다. 무엇이 바람직했느냐를 따지기 보다 살아남기 위해 무슨 방법이라도 써야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인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예리하게 직시했던 손무는 어떻게 상대방을 속일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들을 전술 전략으로 기술했던 것이다.  

현대사회에서 경제활동 또한 전쟁 못지 않은 절체절명의 상황들이라 표현할 수 있다. 기업이나 개인의 경제활동의 성패 또한 존망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럼 여기에도 속임수가 인정될 수 있는가?

모건스탠리를 비롯해 여러 금융사에서 금융투자가로 일해왔던 아론 브라운은 자신의 경험을 담은 ‘월스트리트의 포커 페이스(2007년)’란 책에서 금융 투자를 도박에 비유한다. 심지어 포커 페이스 기술을 발휘할 줄 알아야 진정한 투자 대가처럼 묘사한다. 나쁜 금융 상품에 투자하는 실수를 범했을지라도 손실 없이 모면하기 위해 어떻게 좋은 투자 상품인 것처럼 둔갑시키는지 그 기술을 가르치기도 한다. 가히 경제분야에서의 손자병법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속임 기술의 부러움은 2009년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불러온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달리 생각하도록 했다. 파생상품이란 이름으로 수십, 수백, 아니 수천 배로 부풀려진 허상의 풍선이 터지는 참담함을 지켜보며 원칙에 충실함의 중요성을 깨달은 것이다. 룰렛 게임 하듯 언젠가는 터질 폭탄을 돌리는 건 나만 살아 남기 위한 묘수가 아니라 공멸이라는 것을 인식한 것이다.      

 2018년도 막바지에 이르렀고, 이제 곧 2019년이 다가올 것이다. 2019년은 2009년 세계금융 위기가 터진 후 10년이 되는 해다. 어떤 사람들은 10년 주기설을 주장하기도 하여 2019년의 경제 현황이 어떨지 다른 해와 달리 조심스럽기만 하다. 혜리 덴트는 ‘2019년 부의 대절벽’이란 저서를 통해 왜 2019년에 경제위기가 올 수 밖에 없는지 상세한 근거와 데이터를 제시한다.

경기가 상승하고 하강하는 사이클은 자연스런 움직임일 수 있다. 문제는 여기에 우리가 얼마나 많은 속임수를 부려 시장을 왜곡시키는가이다.  

경제 전문가들에 의할 때 내년도 베트남 경기 예측 역시 별로 좋은 것 같지는 않다. 어떤 전문가는 현재 상황을 한참 부동산 버블이 일었을 때인 2006년 2007년 현상이 보인다고도 한다. 필자가 보기에도 특히, 아파트 분양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현 시점에서는 수요자보다 아파트를 개발하여 분양하고 있는 공급자가 훨씬 많은 시장인데 왜 아파트 가격은 날로 비싸지는가? 결국 시장에서의 자연적 현상이 아니라, 아파트를 개발하는 개발사들이 그들의 수익을 극대화 시키려고 임의적으로 분양가격을 상승시키고 있기 때문이라고 평가된다. 문제는 이렇게 시장을 왜곡하고 속이게 되면 그 뒷감당을 시장 전체가 해야 한다는 점이다.

세계 경제 전망이 어떻든지 간에 베트남은 내년도에도 여전히 좋은 흐름을 이어가길 간절히 기대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장을 지키려는 서로의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특히 부동산 시장에서 버블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다. 개발사들은 베트남 경제 여건에 맞는 분양가를 책정해야 하고, 거래를 촉진하는 중개상들도 허상인 수치로 지나친 투기를 조장해서는 안될 것이다. 아파트 분양에 관심을 갖는 잠재적 수요자들도 더 냉철한 시각으로 여유를 갖고 바라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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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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