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항서 감독의 경제적 가치는?
[사설] 박항서 감독의 경제적 가치는?
  • 김종각 변호사
  • 승인 2018.12.25 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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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베트남 주요 도시의 시내는 쏟아져 나온 시민들로 대단한 장관을 이루었다.

2002년 월드컵 때 거리를 가득메운 서울 시민들의 물결을 지켜 본 외국인들의 놀라움을 이해할 수 있었다. 축구경기가 주는 흥분과 승리의 열광을 경험한 우리들조차 베트남 시민들의 환희를 지켜보며 놀라움을 금치못했다.

동남아시아 국가끼리 치러지는 축구 경기를 이례적으로 SBS 지상파와 SBS스포츠 케이블에서 동시에 생중계를 했다. 놀라운 시청율이 나왔다. 닐슨코리아의 조사에 따르면, 두 방송사를 통해 18.1%의 시청율이 기록되었다. 지난 월드컵 때 한국과 스웨덴의 첫 경기를 생중계 한 KBS의 시청율이 17%(닐슨코리아 조사)였던 점을 감안하면 SBS의 생중계 결정은 한 마디로 대박이었다.

베트남 축구 열기에 한국인들이 관심을 갖고 베트남을 응원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박 감독이 베트남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한지 3개월만에 23세이하 아시아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이끌어냈고, 일약 베트남 영웅이 되었다. 그리고 그 분위기는 스즈키컵 우승까지 크레센도로 점점 고조되어 왔다. 그리고 두 나라 사람들의 서로에 대한 따뜻한 애정도 크레센도로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

박항서 감독을 운이 좋은 감독으로 보는 시각도 있고, 준비된 감독으로 평가하는 시각도 있다. 그를 어찌 평가하든 한국과 베트남 두 나라 모두에게 대단한 행운이 된 건만은 명백한 사실이다. 베트남은 전통적으로 축구를 좋아하여 국민 스포츠로 여겨왔지만, 국제무대에서 실력을 발휘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그동안 나름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2001년 브라질인 감독 영입을 시작으로 2003년 프랑스인 감독, 2004년 브라질인 감독, 2007년 오스트리아인 감독, 2011년 독일인 감독, 2014년 일본인 감독을 차례로 영입하였다. 선진 축구를 구사하는 외국인 감독을 통해 축구 부흥을 꿈꿔왔지만 기대만큼 성적은 이뤄지지 않았다. 하지만, 2017년 부임한 한국인 감독이 베트남 국민의 오랜 열망과 숙원을 풀어준 것이다.

스즈키컵 결승 경기가 끝나고 열광하는 관중 속에서 그라운드를 퍼레이드 하던 베트남 선수 하나가 태극기를 휘감고 달리던 장면이 화면에 비쳤다. 이 광경을 TV로 지켜 본 한국인들 개개인의 마음에 어떤 느낌을 주었을까? 2002년 월드컵 8강전을 이긴 후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뛰면서 기뻐할 때 몸에 태극기를 휘감고 달리던 차돌이 선수가 연상되지는 않았을까? 그 당시 차돌이 선수가 전달한 퍼포먼스의 뜨거운 감동은 정말 이루 표현할 수 없었다. 거리 응원을 나온 시민들 중에도 태극기를 갖고 나온 사람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 같은 모습은 모두 한국 언론을 통해 한국인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박 감독 개인에게 향하는 베트남 사람들의 감사와 사랑의 마음이 대한민국 전체로 번져가고 있는 것이다.

한국과 베트남이 역사 속에서 이런 저런 모습으로 좋은 인연을 형성하여 왔었지만 지금보다 더 뜨거운 마음으로 용해되어 본 경험이 있을까? 아무리 많은 수의 한베 가정이 생겨난다 하더라도, 정치인들이 사돈의 국가라고 표현한다 하더라도 마음과 마음을 하나로 녹이는 이 경험을 만들 수는 없을 것이다. 박항서 한 개인이 이런 거대한 물결을 이끌어 냈으니 과연 영웅이 아닐수 없다 !

사실, 우리는 베트남 사람들 마음 깊숙한 곳에 편하지 않은 무언가 숨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직설적으로 ‘과거사 사죄’를 해야 한다고 부르짖어 온 사람도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물질적 헌신과 기여를 통해 이를 녹여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실천하는 단체들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박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축구 대표팀을 통해 한국에 대한 베트남 사람들의 생각에 진정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음을 확인하고 있다. 그 동안 어떠한 형태로든 부정적으로 형성된 마음이 있었다면, 한 순간에 깔끔히 해소될 수는 없다할지라도 이제 두 나라 사람들은 서로 부등켜 안고 서로에게 따뜻한 애정을 느끼며 감사할 수 있는 진정성이 생겼다고 말할 수 있다. 필자는 이것이야말로 박 감독의 진정한 가치이고 위대함이라
고 말하고 싶다.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신한은행 베트남은 올해 3월 박 감독을 홍보대사로 위촉한 이후 베트남 고객수가 기존 100만명에서 120만명으로 신장되어 20% 이상 성장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진정한 마음으로 한국을 사랑하게 된 베트남 사람들이 시장에서 행동으로 표현한 한 예라 할 것이다. 그리고 이같은 행동들이 크레센도로 물결친다면 앞으로 양국간에 미칠 경제파급 효과가 엄청날 것으로 기대된다.

올해 미국 빌보드차트 1위를 통해 세계를 놀라게 했던 BTS가 국내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연간 4조원이 넘는다는 현대경제연구원의 평가가 있었다. 박항서 감독을 통해 형성된 국민정서가 한국과 베트남 두 나라 간에 지속적으로 미칠 순기능을 고려해 볼 때 경제적 파급효과는 이 보다 훨씬 상회할 것으로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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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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