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아버지와 베트남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라이따이한' 여성이 38년 만에 한국 땅에서 혈육과 재회했다 지난 28일 서울 성동경찰서에 따르면 김롼(44·여)씨는 1969년 미국계 전기회사의 기술자로 베트남에 파견 온 한국인 아버지 김진락(76)씨와 베트남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1남4녀 중 둘째로 태어난 김씨의 어린 시절은 유복한 편이었다. 베트남전쟁이 막바지로 치닫던 1975년 4월, 김씨 아버지는 가족들을 데리고 미국으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전쟁이 갑자기 끝나버리면서 혼자 급히 베트남을 탈출해야만 했다. 이후 남겨진 김씨 가족의 삶은 고난과 역경의 연속이었다.

김씨는 1998년 한국으로 결혼 이민을 왔지만 삶은 여전히 순탄치 않았다. 남편의 상습 폭력으로 1년 만에 파경을 맞은 김씨는 이후 10년을 불법체류자 신세로 지내다 종교단체 등의 도움을 받아 어렵사리 한국 국적을 취득하기에 이르렀다. 봉제공장에서 일하면서 자리를 잡고 어머니를 한국으로 초청한 김씨는 그간 삶에 지쳐 잊고 지냈던 아버지를 찾아 나섰다. 어머니가 가져온 가족사진과 아버지의 여행증명서 등을 단서로 집 근처의 성동외국인근로자센터에 도움을 구했다. 센터의 협조 요청을 받은 성동경찰서는 김씨 아버지의 행적을 추적한 끝에 그가 베트남을 탈출하면서 한국 외교부에 여권을 신청한 사실을 파악, 신청 서류에 적힌 주소지를 되짚어 김씨의 사촌오빠 김병한(54)씨를 찾아냈다.

김씨 큰아버지의 아들인 사촌오빠는 경찰이 소재를 확인할 수 있었던 유일한 김씨 아버지의 혈육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 아버지의 다른 남매들은 모두 사망했고, 아버지 본인의 행방은 찾아낼 수 없었다' 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 24일 대구의 한 식당에서 사촌오빠를 처음 만났다. 경찰은 '두 사람이 처음엔 서먹했지만 헤어질 땐 서로를 끌어안았다' 고 말했다. 사촌오빠는 김씨에게 '이제 네게 오빠가 생긴 것' 이라고 말했다. 아버지와 많이 닮았다는 말에 눈시울을 붉힌 김씨는 '비록 아버지는 찾지 못했지만 앞으로 사촌오빠 집에서 모시는 큰아버지 제사에라도 꼭 참석하겠다' 고 말했다.

(편집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