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미용실 옆집에 또 한인 미용실이?
한인 미용실 옆집에 또 한인 미용실이?
  • 정진구 기자
  • 승인 2019.02.26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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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미흥에 같은 한인 미용실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지난 해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는 편의점주의 경영 여건 개선을 위해 편의점 업계가 제출한 거래 공정화 자율규약을 승인했다.

6개 편의점 브랜드가 참여했고 전국 3만8000여 점포에 즉시 적용된 자율규약의 주요내용을 살펴보면 △50~100m 범위 내 출점 지양 △심야 영업 강요 금지 △폐업시 영업위약금 감경 등이 포함됐다.

여기서 가장 핵심은 근접출점이다. 물론 ‘지양’이라는 표현으로 강제성을 두지 않았지만 지나친 근접 출점으로 인한 편의점 과밀 및 출혈 경쟁을 방지하겠다는 업계의 의지를 보였다는 평가다.

근접출점 관련 규제는 과거에도 있었다. 그러나 명시적인 출점 거리 제한은 일종의 담합 행위라는 이유로 2000년에 폐지되었지만 최근 전국의 편의점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규제가 부활한 것이다.

알고도 근접출점, 상도가 아니다?

최근 호치민시에서도 근접출점 규제를 떠올릴만한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베트남에 진출하는 한국기업과 교민수가 늘어나면서 생긴 일이다.

7군 푸미흥에는 한 두 집 걸러 같은 업종의 한인운영 업소가 자리하고 있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구역 전체가 한인타운으로 조성된 스카이가든 인근이 그렇다. 특히 한국 고기집들은 거의 한 집 걸러 하나씩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먹자골목’이라는 개념으로 본다면 그다지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한인타운이 아닌 지역, 더구나 같은 업종의 점포가 나란히 있다면 문제가 있다. 푸미흥 미칸 지역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교민 A씨는 최근 황당한 소식을 접했다. 옆집 카페가 폐업한 뒤 새로운 한인 미용실이 입점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A씨는 “벽하나 두고 또 미용실이라니 너무 기가 막힌다. 새로 오는 점주에게 항의했더니 같은 미용실이지만 성격이 다르니 상관없다고 하더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2군 타오디엔에도 비슷한 일이 있다.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아파트단지에 한 달 간격으로 한인마트 두 곳이 나란히 출점했다. 이 아파트에 거주하는 교민 B씨는 “두 곳 모두 취급하는 품목, 가격이 비슷하다. 차이점을 못 느껴 마트가 나란히 있어도 별다른 느낌은 없는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민C씨는 “바로 옆집에 비슷한 성격의 업소를 오픈하는 것은 상도에 어긋난 짓이라고 생각한다. 해외에서 같은 한국사람들끼리 서로 치고받겠다는 이야기”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나중에 들어온 업소는 상도를 어긴 가해자로만 봐야할까? 사업주가 해외에서 원하는 조건을 가진 점포를 찾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호치민시에서는 최근 1~2년 사이에 임대료가 크게 올라 사업주들의 부담이 이만저만 아니다. 오죽했으면 바로 옆집에 같은 업종의 한인 업소가 있다는 것을 알고도 임대계약을 할 수 밖에 없었을까.

 

호치민시 2군 타오디엔에 나란히 위치한 한인마트 두곳

근접출점의 문제는 상생이 아닌, 공멸의 길로 갈 수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겠지만 눈에 띄는 차별화 없이 동종 업소가 나란히 위치했을 때 소비자들에게 큰 매리트도 없고, 업소는 업소대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창업컨설팅사 스타트비즈니스의 김상훈 대표는 “차라리 비슷한 성격의 업소들이 대거 모여 하나의 특화된 거리를 만들고 공동마케팅을 한다면 시너지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겠지만, 해외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라며 “한정된 수요와 좁은 지역에 가게만 늘어나는 것은 자영업자들에게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지난 해 10월 창립한 베트남중소기업연합회 산하 푸미흥 소상공인 지회 이재근 회장은 “해외에서 한인들이 상부상조하지 못하고 있는 점이 안타깝다”며 “근접출점의 경우, 한인사회에 신뢰할 수 있는 구심점이 있었다면 어느 정도 교통정리가 가능 할 텐데 그런 역할을 할 만한 곳이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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