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의 그루밍 2019
남자들의 그루밍 2019
  • 베한타임즈
  • 승인 2019.04.13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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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솔직해 지고 있다.

예전에는 본인을 꾸미고 단장하는 남자를 ‘남자답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이제는 남자도 스스로의 ‘갬성(개인의 감성)’에 솔직해졌다.

 

단발을 하려고 시안을 가지고 오는 남자, 아주 디테일한 스타일을 요구하는 남자, 자신을 꾸미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는 남자가 적어도 70% 가량 되는것 같다. 남자들이 자신의 스타일에 대해 디테일해졌다. 또 원하는 디자인과 손질법 등 모든 면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필자가 보기에 이미 7~8년 전부터 남자들은 ‘멋쟁이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요즘은 남자와 여자를 구별해 생각할 필요가 없다. '사람'을 표현하며 삶을 지향하는 모습이다. 평범한 여자보다 더 철저히 피부를 관리하는 남자가 많아졌다. 물론 성형도 많이 한다. 젊은 남자들은 특히 코와 턱 성형을 많이 하고 있다. 얼굴의 중심인 코를 성형해 멋진 미남으로 변신한다. 앞으로 나온 턱 성형은 특히 얼굴형을 바꿀 수 있어 인기다. 눈썹 컨투어도 기본이다.

 

패션도 마찬가지다. 7~8년 전부터 남자들은 가오리 라인에 가디건을 걸치기 시작했다. 긴 티를 늘어지게 입고 발목이 보이는 바지를 입는다. 그것을 '유니섹스 스타일'이라 한다. 왠지 야하게 느껴지지만, 여자와 남자가 함께 입는 옷이라는 뜻이 담겨있다. 여자 옷을 입은 것이 아니라 남자도 예쁜 옷을 원한다. 감각적으로 옷을 입고 멋을 내고 싶어 한다.

 

실제로 필자는 보이프랜드룩을 선호한다. 여성스러운 치마에 남자 슈트를 툭 걸치는 것. 박시한 2XL 남자 티를 입고, 양말과 운동화를 신는다. 그리고 남자들이 선호하는 캡모자를 쓰는 것이 좋다. 내 안에 남자 있다.

 

헤어스타일을 컨설팅 할 때 고객의 나이, 사회적 위치, 직업, 라이프 스타일 등을 고려해 스타일을 추천한다. 고객들은 스스로가 정한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한도 내에서 멋쟁이가 되고 싶어 한다. 대부분 늘 한 달에 한 번 시간을 내어 숍에 방문한다. 한국인에게 요즘 가장 핫한 헤어는 남자들의 길어진 헤어다. 숏컷을 하더라도 디자인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자신의 두상이 최고로 멋지게 보이는 유형을 찾아야 한다.

 

앞머리와 윗머리를 길러 이마 위로 살며시 C컬을 느슨하게 내려주는 것이 ‘갬성헤어’다. 쉼표 앞머리, 하트 앞머리로 개성을 더해 준다. 앞머리에 포인트를 준다. 하나같이 올해 컬렉션을 보면 젖은 헤어를 자연스럽게, 혹은 일부러 긴 머리카락을 내려주었다.

 

남자들이 헤어를 기르기 시작했다. 곱슬머리를 펴서 생머리를 원하고, 단발로 길어서 귀 뒤로 헤어를 꼽기도 한다. 구레나룻의 모양도 자신의 얼굴과 디자인에 맞게 결정하는데, 사진을 보여주기도 한다. 사실 헤어숍에서는 원하는 스타일의 사진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정확한 소통 방법이다. 어느 나라 사람이든지 사진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정확하고 간단한 언어다. 별 다섯 개 언어!

 

패션과 트렌드에 민감하다면 윗머리는  대부분 기르기를 원한다. 한마디로 멋쟁이 남자라면 그렇다. 목 뒷덜미나 귀라인 그리고 구레나룻 라인은 조금 짧은 듯 해도 윗머리는 길게 한다. 앞머리도 내리고 가운데 가르마와 앞가르마도 타서 늘어진 듯한 C컬로 스타일링을 하는 것이 트렌드고 대세다.

 

또는 ‘류승범’의 단발 스타일도 인기다. 단발로 헤어를 묶는 등 변화를 주고 싶다며 상담하는 남자들이 찾아온다. 트렌드를 말할 때 TV에 나오는 잘생긴 연예인도 빼 놓을 수 없다. 모델 겸 배우인 ‘이종석’의 헤어가 인기다. 드라마 인기와 헤어스타일이 인기가 비례하는 것 같다. 또 투블럭, 언더컷, 투블럭의 인기가 멈추지 않는 것은 동양인의 두상에 어울리는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언더컷도 비슷한 이유로 볼 수 있다. 한 마디로 디자인을 원한다는 것이다. 페이스와 두상이 작은 것을 모두 추구하고 있다. (투블럭이란? 블럭을 다르게 자른다는 뜻인데 두상이 커 보이는 백사이드를 올려 짧게 커트한다는 의미다.)

 

앞가르마 펌도 대세다. 손으로 쓸어 올리고 자연스럽게 내려오는 앞머리펌을 가장 많이 원한다. 이 스타일이야 말로 '갬성헤어' 1위라 하겠다. 물론 나이에 비해 탈모 현상이 빨라진 요즘, 넓은 이마를 가리기에도 너무나 좋은 스타일이다.

 

필자도 커트를 하면서 점점 고객의 외모가 멋있어지고 있다는 걸 느낀다. 남자의 머리스타일은 중요하다. 고객이 멋있어지면 기쁨을 감출 수 없다. 필자도 갬성 디자이너기 때문이다. 물론 짧은 헤어도 원한다. 런웨이에서 본 듯한 포마드를 바른 짧은 헤어 스타일을 원하는 남자도 많다. 손질도 편하고 카리스마가 느껴지며 개성이 강한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짧아서는 안 된다. 두상을 예쁜 사과처럼 만들고 짧은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을 갬성으로 만들어야 한다.

 

스타일에 관심이 별로 없는 남자들도 있다. 이럴 경우 부인이 그런 남편을 헤어숍으로 데려온다. 좋아하는 남자 연예인의 사진을 보여주며 "얼굴은 다르겠지만 잘 부탁합니다"라고 부탁한다. 본인의 안구 정화(?)를 위해서 남편을 챙겨주는 모습이 감동적이다. 필자는 더 열심히, 멋있게 보이도록 해 드리려 노력한다. 만족한 남자는 이제 스스로 예약을 하며 헤어숍을 찾아 온다. 필자가 뿌듯함을 느끼는 순간이다.

 

강해야만 했던 남자들에게 책가방을 내려놓도록 하는 것처럼 그들의 감성을 가슴에서 마구 꺼내고 있다. 이것이 한국남자, 그들의 진심이고 트렌드라고 생각한다. 남자들은 솔직해지고 있다.

 

베트남에 온 지 벌써 11개월이 되었다. 쨍쨍한 볕이 조금 수그러드니 타오디엔 거리를 걷는 일이 무엇보다 즐겁다. 호치민시 타오디엔 거리에 숍을 오픈하고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을 보며 늘 느끼는 것이 있다. 트렌드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무색할 정도로 자기만의 스타일을 고수한다는 것이다. 어머니처럼 흰색과 그레이가 섞인 고유의 웨이브를 가진 서양 아저씨가 머리띠를 하고 자전거를 타고 가는 모습, 멋지게 올백을 하고 큰 개와 산책 하는 스타일 좋은 서양남자, 금발에 포마드를 발라넘기는 뒷집 CEO.

 

하지만 타오디엔 거리의 외국인들에게는 베트남의 느낌이 조금씩 묻어난다. 그 속에 필자도 포함되어 있다. 필자는 남자가 아니라 남자의 심리를 모두 알기 어렵다. 남자가 여자의 마음을 다 모르는 것처럼 말이다. 늘 트렌드를 둘러보다 마지막에 스스로에게 묻곤 한다. 트렌드는 다름 아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그 자체다. 자신이 원하는 것, 편안함, 그리고 행복과 즐거움. 이것이 현재의 내 마음과 공존하며 만들어 지는 것, 그것이 트렌드다. 그것을 함께 느끼며 맞춰 나갈 수 있는 디자이너가 유행을 만들 수 있다.

 

[승신 AnewDay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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