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 작업에 외국인 노동자 투입?
후쿠시마 원전 작업에 외국인 노동자 투입?
  • 정진구 기자
  • 승인 2019.05.21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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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된 일본의 특정기능인 비자
후쿠시마 원전

일본은 지난 4월 특정기능 재류자격 보유자(특정기능인 1호 비자) 제도를 새로 도입했다. 특정기능인 1호 비자를 받으면 5년 동안 일본에서 건설, 산업기계 제조업, 전기·전자 정보 산업, 자동차 정비, 빌딩 청소, 외식업 등에 종사할 수 있다. 일본 정부는 이 제도를 통해 연간 30만명의 외국인 노동자들을 받아들인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최장기 경제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일손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본은 외국인 노동자들을 수입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베트남 노동자들도 이 제도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새 제도가 나오기 전에도 일본은 베트남 노동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근무지였다. 일본의 높은 인건비와 고용의 질은 베트남 노동자들에게 매력적이다. 다른 어느나라보다 좋은 환경 속에 단기간에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인식을 주고 있는 것이다. 일본 역시 베트남 노동자들을 적극 받아들이고 있다.

통계를 통해서도 이런 현상은 증명된다. 베트남 노동보훈사회부 해외노동관리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 해외취업 베트남 노동자수는 4만1725명인데, 이중 가장 많은 2만3253명이 일본에서 근무 중이다. 한국은 876명으로 3위였다.

특정기능인 비자 도입으로 베트남 노동자들의 일본 진출은 더욱 가속화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분위기에 따라 일본 최대 채용 정보업체인 리쿠르트도 최근 베트남에서 법인설립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후쿠시마 원전에 외국인 노동자 투입?

그런데 최근 특정기능인 비자를 둘러싸고 새로운 논란이 야기되고 있다. 산케이신문과 아사히신문 등 일본의 유력 언론사들은 특정기능인 비자를 받은 노동자들을 후쿠시마 제 1원전 폐로 작업에 투입하겠다는 도쿄전력의 움직임을 보도해 파문이 일고 있다.

후쿠시마 제 1원전은 2011년 3월 11일 동일본대지진 당시 수소폭발이 발생해 현재 발전소의 폐로 작업이 진행 중이다. 도쿄전력은 얼마전 폐로작업 관련 설명회에서 후쿠시마 원전 현장작업에 특정기능인 비자를 가진 외국인을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폐로작업이 특정기능 비자 보유자가 종사할 수 있는 건설업에 해당돼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도쿄전력에 따르면 폐로 작업이 진행되는 제1원전 구내에서 하루 평균 4000여 명이 일하고 있다. 작업 구역 대부분은 방사선 관리 지역 이어서 일정 피폭 기준을 초과하면 근무를 더 할 수 없다. 향후 수십년이 소요될 폐로 작업에 필요한 인력 확보는 도쿄전력에게 시급한 문제였고, 외국인 노동자 활용은 그들이 생각해낸 하나의 해결책이었다.

외국인 노동자를 후쿠시마 원전 작업에 투입한다는 내용을 보도한 아사히신문

일본 아사히신문은 ‘지난해 4월부터 올 2월까지, 11개월간 후쿠시마 제1원전의 방사선 관리 구역에서 일한 총 근로자가 1만1109명 중 763명이 10~20밀리시버트(mSv), 888명이 5~10mSv의 피폭량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일본의 원전 노동자 피폭 선량 한도는 연간 50mSv이다.

도쿄전력의 이러한 구상에 대해 일본 정부는 일단 부정적이다. 일본 법무성 야마시타 타카시 장관은 “(도쿄전력의 구상은) 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도교통성도 “현재 단계에서 외국인 근로자를 폐로 작업에 투입한다고 말 할 수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일본정부의 이 같은 입장은 방사선 피폭이 우려되는 원전 폐로 작업에 외국인 노동자들을 투입할 경우 해당 국가의 반발을 살 것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노동자 스스로가 원전 작업을 원한다 하더라도, 그들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국제적인 문제로 불거질 수 있다.

일본에 가려는 베트남 노동자들이 대거 늘어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외국인 근로자들의 원전 작업 투입과 관련한 일본 정부의 좀 더 명확한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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