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의 단오절 이야기
베트남의 단오절 이야기
  • 최정은 기자
  • 승인 2019.06.03 10: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매년 음력 5월 5일은 베트남의 단오절로 올 해는 6월 7일이다. 똇 도안 응오(Tết Đoan ngọ)라 불리는 이 날은 베트남 사람들에게 설날 다음 두 번째로 큰 전통적인 명절이다. 단순한 명절을 넘어 질병을 치유하는 운을 가져오는 절기로도 알려져 있다. 공휴일은 아니지만 단오절을 지내기 위해 문을 닫는 상점도 많고, 일시적으로 물가가 상승하기도 한다.

 

예로부터 베트남의 음력 5월은 농산물을 수확하는 시기였다. 특히 단오절은 여름 중 태양이 가장 높이 뜨며 강한 생명력을 가진 벌레들이 매우 기승을 부렸다. 농촌에서는 벌레때문에 수확에 어려움을 겪었고, 사람들에게 병균이 옮겨지기 십상이었다. 수확을 망치고 해를 끼치는 벌레를 없애는 좋은 기회로 단오절을 ‘벌레를 죽이는 절(Tết giết sâu bọ)’이라고도 한다. 현대 사회가 되면서 과거의 의미는 많이 사라졌지만 먹을거리를 즐기며 건강을 기원하는 중요한 명절로 인식되고 있다.

 

단오절에 챙겨 먹는 음식

 

 베트남 사람들은 몸속에, 특히 소화기에 많은 병균들이 있다고 생각했다. 자극적이고 신맛이 나는 음식들이 체내 병균을 몰아낸다고 믿었기 때문에 자두, 리치, 망고, 매실과 같은 과일을 먹는다. 다양한 햇과일과 더불어 찹쌀로 빚은 술밥, 껌 즈어우 넵( Cơm rượu nếp)도 찾는다. 병균들이 술에 취해 죽을 것이라는 재미있는 믿음을 갖고 있다. 단맛의 술밥은 소화와 갈증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일 년 중 반을 보냈다는 의미로 빤우쩌(Bánh Ú tro, 애쉬케이크)도 먹는다. 북쪽 지방에서는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오리 고기를 챙겨먹는다.

 

베트남의 다양한 단오 풍습

 

지방마다 풍습은 조금씩 다르지만 온 가족이 이른 아침부터 일어나 분주하게 하루를 지낸다. 꽃을 빻아 레몬주스를 넣어 만든 재료로 아이들의 손톱을 물들인다. 다음 날 아침까지 얹어 감싸두면 손톱이 붉게 물드는데, 붉은 색은 나쁜 기운을 물리치는 것으로 여겨진다.

 

11시~13시(오시)에는 모든 가족들이 모여 제사를 지낸다. 근처 숲이나 정원에서 약초를 뜯는 풍습도 있다. 베트남 사람들은 단옷날 정오에 뜯은 약초의 경우, 양기가 풍부해 치유의 효과가 크다고 여겼다. 또 정오에 태양을 바라보면 시력이 좋아지고 눈이 맑아진다고 믿었다. 질병을 예방하고 병균을 피하기 위해 목욕을 하거나 바다에서 수영을 하기도 한다.

 

한편 여자 아이들은 단오에 귓불을 뚫기도 한다. 어린 아이들이 있는 집안에서는 다양한 실로 엮은 매듭, 꽃과 과일 등으로 수놓은 자수 부적을 아이들에게 달아주었다. 비단으로 옷을 만들어 스님들에게 가져가 악귀를 막는 부적을 그리는 등 아이들의 건강을 빌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