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네가 푸미흥에서 한 일을 알고 있다?
나는 네가 푸미흥에서 한 일을 알고 있다?
  • 정진구 기자
  • 승인 2019.06.04 12: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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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남성 상대 몰카 사건

올초, 2박 3일 일정으로 호치민시를 찾았던 한국인 관광객 A씨(38세·남)는 귀국 하루 전 푸미흥의 한 마사지샵을 찾았다. 여행의 피로를 풀기 위함이었지만 사실 그가 찾은 마사지샵은 불법 성매매가 이루어지고 있는 곳이었다. A씨는 그 사실을 까맣게 모른 채 들렀다가 일반 마사지샵에 비해 높은 이용료를 확인한 뒤 바로 나와버렸다.

A씨가 마사지샵을 나오던 순간, 맞은 편 카페에서 한 여성이 핸드폰으로 A씨를 촬영하는 듯한 모습이 보였다. 이상한 기분을 느낀 A씨는 이 여성에게 “혹시 나를 촬영한 거냐?”고 물었다. 그러자 여성은 셀카를 찍고 있었다고 말하며 도망치듯 자리를 떴다.

이 즈음, 호치민시 거주 여성 단체톡방에 불법 마사지를 하고 나오는 남성들이라는 설명이 달린 사진 몇 장이 올라왔다. A씨가 갔던 바로 그 마사지샵을 나서는 다른 남성들이 찍혀 있었다. 해당 남성들의 얼굴은 모자이크 등으로 처리되지 않고 그대로 노출돼 있었다. 특정인을 노리고 촬영한 것이 아닌, 마사지를 받고 나온 남성들이 타겟이었다.

단체톡방은 사진에 나온 남성들에 대한 성토장이 됐다. 얼굴까지 공개된 해당 남성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성매매를 한 파렴치한으로 취급받았다. 푸미흥에 거주하는 교민 B씨는 “이런 사실이 알려진 후 남성들 사이에서는 앞으로 푸미흥 마사지샵에 가면 가정이 파탄난다는 이야기가 돌고있다”고 말했다.

지난 해 한국에서는 돈을 받고 남성들의 유흥업소 출입 여부를 알려준 ‘유흥탐정’이라는 사이트가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낳았다. 당시 진위를 떠나 많은 여성들이 남편 혹은 남자친구에 대한 성매매 정보를 의뢰했다. 그러나 사이트 운영자는 결국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구속을 피할 수 없었다.

‘유흥탐정’이 돈을 받고 특정인의 개인정보를 넘겼다는 점에서 이번에 푸미흥에서 발생한 성매매 남성 몰카 사건과 단순비교하긴 어렵다. 하지만 감춰진 남성의 성매매 사실이 폭로된다는 점에서 비슷한 면이 있다. 더구나 몰카 사건은 단체톡방 안 불특정다수에게 남성 얼굴이 공개됐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더 클 수 있는 사안이다. 특히 실제 성매수자가 아닌, A씨 같은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몰카사건이 엄연히 명예훼손에 해당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반면 다수의 여성들은 성매매를 이번 사건의 본질로 보고 있다. 여성 교민 C씨는 “몰카 사진을 올린 사람을 두둔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아이들과 함께 사는 푸미흥에서 버젓이 영업하는 불법 성매매 업소들과 거리낌없이 이런곳을 드나드는 남성들은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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