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이런 사람인데....” 한인사회 망치는 경력 위조
“나 이런 사람인데....” 한인사회 망치는 경력 위조
  • 정진구 기자
  • 승인 2019.06.11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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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한타임즈 캠페인] 법과 정의가 서는 한인사회

심리학에 ‘리플리 증후군’이란 용어가 있다. 현실 세계를 부정하고 허구의 세계만을 진실로 믿으며 상습적으로 거짓된 말과 행동을 일삼는 반사회적 인격 장애를 의미한다. 과거 ‘한국 미술계의 신데렐라’로 불리며 대학교수, 유명 미술관 큐레이터,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 등을 지낸 신정아씨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신씨는 예일대학 미술학 박사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학력은 미국 캔자스대 학부 중퇴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나 큰 파문을 낳았다.

베트남 교민사회에도 리플리증후군 환자들이 자주 목격된다. 단순히 있어 보이려는 심리를 넘어,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위조된 경력과 학력을 활용하는 일부 한인들도 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자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정확한 검증이 어려운 해외라는 특성, 그리고 ‘한인끼리 믿고 살아야 한다’는 미덕도 이런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그러나 경력 및 학력 위조는 궁극적으로 한인사회의 신용 및 신뢰를 깨는 사기 행위이며, 여기서 더 나아가 증명서 등의 위조까지 따른다면 명백한 범죄다. ‘경쟁사회의 슬픈 자화상’이라고 포장하기에 그 폐해가 너무 크다.

이미 호치민시 한인회는 지난 회장선거 당시, 당선자의 허위 학력 및 경력 문제로 큰 홍역을 치렀다. 아직까지도 호치민시에 공인받은 한인회가 존재하지 못하고 있는 원인이 되고 있다.

푸미흥에서 광고마케팅 사업을 하는 A씨는 주변에 “한국의 대형 광고대행사 직원으로 근무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러나 해당 광고회사와 실제로 업무를 했던 또 다른 교민과의 식사 자리에서 거짓이 탄로 나고 말았다. A씨는 “그 회사에서 근무했던 것은 아니고 일감을 받은 것”이라고 말을 바꿨지만, 이마저도 사실이 아니었다고 한다.

호치민시에서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청와대 경호팀’ 출신이라던 B씨는 실제 폭력전과가 있는 건달이었고, ‘유명 베스트셀러 저자’라고 말하던 C씨는 개인출판을 통해 판매도 되지 않은 책을 낸 이력이 전부였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전문직 위조다. 면허도 없이 의사, 한의사, 회계사, 법조인을 사칭해 버젓이 해당 업무를 하고 있다. 호치민시에 거주하는 한 의사는 “의료 경험과 지식이 일천한 의사, 그리고 면허가 있는지 조차 의심스러운 의사들로 인해 의료사고가 자주 발생한다”고 성토했다. 적잖은 서비스 비용을 지불하고 수준 이하의 전문직 서비스를 받게 되는 한인 소비자들의 피해는 매우 심각한 문제다.

이러한 허위 경력자들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한인사회 내부의 불신은 커질 수밖에 없다. 교민들 스스로가 이를 정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그럴듯한 경력을 앞세우는 누군가와 거래를 해야 한다면 반드시 경력증명서, 혹은 관련 면허 확인은 필수다. 간단한 인터넷 검색만으로도 어지간한 개인 이력 검증이 가능한 시대다. 거짓 이력이 확인된다면 주변에 이를 적극적으로 알려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는 것을 막아야 한다.

다만 특별한 목적으로 경력을 위조하는, 소위 말하는 사기꾼 외에 자신의 처한 상황을 벗어나고 위안을 얻고자 거짓말을 반복하는 사람이라면 정신과 치료를 받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유길상 정신건강의학 전문의는 “치료를 통해 현실에서도 자신이 충분히 인정받고 사랑받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허구 속에 숨지 않게 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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