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만에 만난 모녀 ‘페이스북의 기적’
24년 만에 만난 모녀 ‘페이스북의 기적’
  • 베한타임즈
  • 승인 2019.07.26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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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만에 가족을 만난 레티란(가운데 파란옷)이 감격스러워하고 있다

지난 18일 오후, 응에안성(Nghệ An) 응이록(Nghi Lộc)에 위치한 응웬티리엔(Nguyễn Thị Liên)씨의 집에는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친척들부터 이웃까지 몰려와 집주변이 분주했던 이 날은 아주 특별한 가족 한명이 집으로 돌아오는 날이었다. 응웬티리엔씨는 인신매매로 중국에 팔려간 딸 레티란(Lê Thị Lan)을 무려 24년 동안 보지 못했다. 이날 날씨는 찌는 듯이 무더웠지만 그 누구도 자리를 뜨지 않았다. 레티란이 집으로 돌아오는 특별한 날이었기 때문이다.

딸이 차에서 내리자마자 어머니는 그녀를 꼭 안아주었다. 다시는 딸을 절대 잃고 싶지 않았다. 69세가 된 리엔씨는 “나는 이번 생에 딸을 다시는 볼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하며 울먹였다. 눈물이 그녀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리엔씨는 “딸이 돌아오는 순간이 계속 생각나 어젯밤에 한숨도 못 잤다”며 “우리 가족은 딸과의 재회에 여러방면으로 도움을 준 언론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리엔의 이웃인 응웬티투(Nguyễn Thị Thu)씨에 따르면 동네의 다른 주민들 모두 레티란이 다시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심지어 살아있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응웬티투씨는 “그 누구도 란이 집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우리 모두 기쁜 마음으로 란씨 가족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인신매매로 중국에 끌려가 강제 결혼

24년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레티란

가난한 집의 6명의 자녀 중 장녀였던 레티란은 19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응이아단(Nghĩa Đàn)에서 고용 노동자로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그러나 중개인에게 속은 그녀는 탄호아성(Thanh Hóa)에서 중국 광시로 끌려갔고 65세의 중국 남성에게 단돈 300달러에 팔렸다. 레티란은 이 남성과 무려 13년을 살면서 세 명의 딸과 한 명의 아들을 낳아야 했다.

삶은 지옥같았다. 이 기간 동안 중국 남편은 레티란에게 상습적으로 폭행과 학대를 일삼았다. 그녀는 여러 번 도망치려 했지만 그때마다 붙잡혀 어두운 방에 감금되기도 했다. 심지어 남편은 그녀에게 건강에 치명적인 약물을 주입해 기억을 조금씩 잃어가도록 유도했다.

그리고 얼마 후 레티란은 또 다른 남성에게 팔려가 지금까지 11년째 노예 같은 생활을 하고 있었다. 불행 중 다행이도 43세인 두 번째 중국인 남편은 그녀를 비교적 잘 대해주었다. 2년 전 레티란은 남편에게 베트남에 있는 고향에 갈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고 부탁했다. 남편은 돈까지 쥐어주며 고향에 갈 수 있도록 해줬다. 그러나 레티란은 브로커에게 속아 돈만 모두 날린채 베트남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말았다.

페이스북에 영상 올려 가족의 품으로…

이달 초, 레티란은 중국에 거주하는 한 베트남 여성을 만났다. 호아빈성(Hòa Bình) 출신의 이 여성은 레티란으로부터 지난한 사연을 듣고, 가족과 연락이 닿을 수 있도록 란의 이야기를 영상에 담아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것이 전환점이 되었다. 영상은 널리 퍼지고 베트남까지 공유되었다. 결국 레티란의 친척 당티타오가 이 영상을 보게 됐다. 당티타오가 본 영상 속의 레티란은 베트남어를 유창하게 하지는 못했지만 여전히 그녀의 고향과 부모의 이름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녀는 가족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을 이야기했다. 당티타오는 “처음에는 레티란을 곧바로 알아보지 못했지만 그녀가 집 주소와 가족들의 이름을 말하자 나는 그제야 그녀가 내 시누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영상 속 여성이 레티란이라는 사실이 확인되자 가족들은 곧바로 연락을 취해 그녀가 기억을 되찾도록 도왔다. 이어 레티란을 하루빨리 베트남으로 데려오기 위해 공안에 이 사실을 알렸다. 레티란의 어머니 응웬티리엔은 24년 전 그녀의 딸이 갑자기 사라진 후 백방으로 찾아나섰지만 좀처럼 행방을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레티란의 아버지는 딸을 잃은 충격으로 심각한 병을 얻게 됐고, 결국에는 딸이 실종된지 4년만에 숨을 거두고 말았다. 특별히 아끼던 첫째딸의 얼굴을 끝내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고 만 것이다.

가족들의 신고를 받은 응에안성 공안의 응웬탄하이 공안과장은 레티란의 정보를 수집해 조사를 시작했고, 그녀에게 연락을 취했다. 응웬티하이 과장은 “레티란이 베트남어를 거의 잊어버려 의사소통이 쉽지 않았다”며 처음 레티란과 접촉했던 당시를 회상했다. 응웬탄하이 과장은 이어 “우리는 포기하지 않고 가족과 경찰, 그리고 레티란 사이의 소통 수단을 만들어 접촉을 계속했다. 점차 레티란은 베트남 대리인과 중국 당국을 신뢰하게 됐고, 그녀를 안전하게 귀국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응웬탄하이 과장은 이번 레티란의 사례를 통해 중국으로 인신매매된 더 많은 피해자들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비록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레티란이 중국으로 팔려간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기로 했다. 공안의 조사에 따르면 베트남과 중국의 국경 인근 지역에서 매년 12~14건의 인신매매 사건이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피해자 중 90% 가량이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중국으로 팔려가 성 노동자가 되거나 중국 등 외국인 남성과 강제로 결혼을 하고 있다. 지난 2015년 11월부터 2018년 4월 사이에 총 24건의 인신매매 사건이 적발되어 용의자 57명이 검거된바 있다.

[Christy Lim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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