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 출신 정휘량 코치 ‘베트남 농구의 박항서를 꿈꾸다’
KBL 출신 정휘량 코치 ‘베트남 농구의 박항서를 꿈꾸다’
  • 정진구 기자
  • 승인 2019.08.25 23: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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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한류(韓流)는 베트남에서 거세다.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축구를 동남아시아 최강으로 이끌었고, 박충건 감독은 베트남 사격의 올림픽 금메달을 견인했다. 적어도 스포츠 분야에서는 일본이나 중국보다 한국을 더 인정하는 분위기다. 여기 또 한 명의 스포츠 한류를 꿈꾸는 이가 있다. 프로농구 선수 출신 정휘량 코치이다.

2년 전 베트남 호치민시에 정착한 정휘량 코치는 스포츠, 엔터사업을 주종으로 하는 회사를 세웠다. 현재 호치민시에서 BB 샤크라는 유소년 농구교실을 운영하며 100여명의 한국과 베트남 학생들에게 농구를 가르치고 있다. 엘리트 선수 출신이 직접 가르치는 체계적인 레슨으로 아이들의 반응도 좋다. 처음에는 한국 학생이 다수였지만 입소문을 타고 베트남 학생들도 점차 늘고 있다.

 

정 코치는 가족과 함께 호치민시에 왔다. 한국 프로농구(KBL) 전주KCC와의  계약 기간이 1년 더 남아있었지만 미련 없이 은퇴를 택했다. 보장된 자리를 마다하고 베트남으로 떠난다고 하자 주변에서는 모두 의아해 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습니다. 누구는 미쳤다고도 하고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았지만 해외에서 살아보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여기저기 알아보다 베트남에 왔습니다. 아직도 한국의 농구계에서는 저를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 같더군요.”

 

정휘량 코치가 운영하는 유소년 농구팀 BB샤크

농구교실을 운영하는데 있어 그는 몇 가지 철칙을 갖고 있다.

“농구는 함께하는 스포츠입니다. 다 같이 협동하고 단결할 수 있는 플레이를 하도록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교육 중에는 절대 남 탓을 하거나 욕도 못하게 합니다. 아이들마다 농구 실력이 천차만별이지만 조금 부족한 아이들에게도 공정한 기회를 주고 함께하는 농구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쌓은 인맥도 농구교실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몇몇 프로 선수들은 비시즌 베트남을 찾아 정 코치와 함께 아이들에게 레슨을 하기도 했다. TV에서 보던 실제 선수들로부터 직접 농구를 배울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물론 여러 가지 어려운 점도 있다. 스포츠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한 베트남에서 농구교실을 하기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높은 체육관 임대료도 부담이다.

 

“전용 체육관을 지어보려고 땅을 임대했지만 건설허가가 나지 않아 포기했습니다. 한국처럼 체육관이 많지 않다보니 임대료도 너무 높은 것 같습니다. 조건에 맞는 체육관을 찾아다니는 일이 가장 어렵고 아쉽습니다.”

 

KBL 시절의 정휘량 코치

정휘량 코치의 계획은 단순히 농구교실만 운영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에서 보고배운 선진 농구 시스템을 베트남에 정착시키겠다는 장기적인 플랜을 갖고 있다. ‘베트남 농구의 박항서’ 등장이 기대되는 부분이다.

“베트남 프로농구도 유심히 살펴보고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베트남 프로농구는 외국인 용병과 교포 및 혼혈 선수들이 모두 합류해도 KBL 2군 수준입니다. 그만큼 발전의 여지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동네 농구장에 가면 정말 많은 베트남 젊은이들이 농구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 가능성을 보면서 여러 가지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여기 사는 동안 베트남 농구 발전에 작은 힘이라도 기여해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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