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에 한국 비판 기사, 일본의 '내로남불'
광복절에 한국 비판 기사, 일본의 '내로남불'
  • 정진구 기자
  • 승인 2019.08.26 15: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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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매매혼 문제 거론한 비엣조, 그런데 일본은?
일본 잡지 비엣조가 보도한 한국의 매매혼 관련 기사

한국의 광복절이었던 지난 8월15일, 베트남에서 운영되는 일본계 잡지사 비엣조(Viet-Jo)는 한국의 매매혼에 대한 비판 기사를 실었다.

민주적 미디어를 위한 시민연합(Citizens'Coalition for Democratic Media)이라는 단체의 보고서를 인용한 이 기사는 한국의 결혼중개업자가 유튜브를 활용해 베트남 등 동남아 여성을 상품화해 광고를 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보도에 따르면 2019 년 1월부터 7월 10일까지 약 6 개월간 25의 유튜브 채널에서 4515개의 여성 소개 영상이 올라왔다. 대부분 베트남 여성이 누군가의 질문에 답하며 자신을 소개하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기사는 2012년 베트남 결혼 중개법이 개정돼 사실상 매매혼이 금지됐지만 한국의 결혼 중개업자들이 유튜브를 활용해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7월 영암에서 발생한 베트남 이주여성 폭행사건 당시, 한국의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폭행사례 설문조사 결과를 덧붙이기도 했다.

사실 비엣조의 이번 보도는 최근 베트남 언론을 통해 보도된 매매혼 관련 이슈를 다시금 조명한 것이다. 얼마 전 ‘뚜이쩨’와 ‘징’ 등 매체는 베트남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매매혼의 문제점을 지적해 사회적인 관심을 모은바 있다. 그 이전에 영암 이주여성 폭행사건이 불을 지폈다.

 

베트남서 문제되는 결혼중개업체

매매혼의 문제점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국제결혼을 희망하는 남성들은 중개업자를 통해 1~2주만에 여성을 만나고 결혼식까지 속전속결로 치를 수 있다. 이후 여성들은 신랑을 따라 한국으로 가기 위해 비자수속을 진행하는데, 배우자의 이름도 정확히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한때 한국 대사관이 결혼비자 조건을 까다롭게 만들기도 했다.

이런 만남과 결혼은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다. 매매혼으로 결혼한 여성들이 한국에 가서도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돌아가거나, 불법 체류자가 되는 경우도 많다. 베트남인들도 이런 행태에 대한 거부감이 적지 않다. 중개업자를 통한 매매혼이 반드시 근절돼야 하는 이유다.

유튜브를 통해 베트남 등 외국여성들을 물건처럼 품평하는 행위는 명백한 잘못이다. 한국과 일본의 외교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현재, 일본 매체 비엣조가 이 문제를 거론한 것에 대해 많은 한인들은 부끄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호치민시 교민 최호준씨는 “일본사람들에게 약점을 잡힌 기분이 든다. 우리가 잘못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니 할 말도 없다”고 말했다.

 

일본 업체도 버젓이 매매혼 광고 중

일본 업체가 운영하는 매매혼 유튜브 채널

일부 한인들은 비엣조가 한국을 깎아내리려는 의도로, 그것도 광복절에 이 문제를 꺼냈다며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베트남 내 한국 커뮤니티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일본 잡지가 한국 관련 부정적 소식을 전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라는 의견이 많다.

문제는 매매혼 문제가 한국에 국한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심지어 한 일본 결혼 중개업체 역시 외국여성을 소개하는 영상을 유튜브에 지속적으로 올리고 있었다(사진). 한국 업체가 제작한 영상과 매우 유사한 형태다. 만약 비엣조가 이러한 일본의 매매혼 사례도 기사에 함께 다뤘더라면 진정성을 의심받지는 않았을지 모른다. ‘제 눈에 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의 눈에 티끌만 탓한다’는 말이 떠오르는 사건이다. 베트남 교민 우종국씨는 “그야말로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전형적인 행태”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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