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력도둑 녹내장’ 정기검진으로 조기발견이 중요하다
‘시력도둑 녹내장’ 정기검진으로 조기발견이 중요하다
  • 베한타임즈
  • 승인 2019.09.24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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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장게장을 일컬어 밥도둑이란 말을 많이 씁니다. 그런데 안과에서도 이런 도둑 소리를 듣는 질환이 있습니다. 소리 없는 시력 도둑, 바로 녹내장입니다.

일반인 사이에서 백내장과 녹내장은 이미 유명한 안과 질환이 되었습니다. 녹내장이란 용어는 사실 백내장과 달리 눈이 초록색으로 변하지 않습니다. 다만 녹내장의 한종류인 폐쇄각 녹내장이 오래 진행되면 동공이 확장되고 눈속이 올리브색 혹은 청녹색으로 보인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지만 눈 색깔이 초록색으로 변하는 녹내장은 그 빈도가 매우 낮습니다.

다른 질환과는 달리 대부분의 녹내장은 안압이 높거나 시신경에 혈류장애 또는 기타 원인으로 시신경이 서서히 말라가는 질환입니다. 대부분의 녹내장은 말기가 되기까지 자각증상이 없는 것이 특징입니다. 시력도둑으로 불리는 이유입니다.

최근 한국녹내장학회가 발표한 국민건강영양조사 분석 결과에 따르면, 녹내장 진단을 받은 환자 710명 중 63명만이 본인의 질환을 인지하고 있던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들은 이전에 녹내장 진단을 받은 병력이 있거나, 또는 녹내장으로 의심된 적이 있는 환자들이었다고 합니다. 연구 결과 우리나라 인구의 녹내장 유병률은 4.7%로 추정되지만, 높은 유병률에도 불구하고 오직 8%의 환자만이 자신의 질병에 대해 자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녹내장은 눈 속 시신경이 점차 약해지면서 보는 범위가 서서히 좁아지는 질환으로, 한 번 손상된 시신경은 회복이 되지 않으므로 영구 장애를 갖고 살아가게 됩니다. 특히 녹내장은 초기 자각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진단기회를 놓치기 쉽고, 녹내장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다른 증상으로 안과를 방문하거나 건강검진을 통해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녹내장으로 인한 실명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조기에 발견해 꾸준한 치료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자각증상이 거의 없기 때문에 결국 정기검진만이 실명의 불행을 막을 수 있는 지름길입니다.

녹내장의 발병원인은 여러가지가 있으나 가족력, 안과 질환에 의한 합병증, 그리고 약물 특히 스테로이드 계통 약물의 사용으로 인한 원인이 대부분입니다. 선천적 녹내장의 경우 아이들의 눈이 매우 커보여 한국인 답지 않게 예쁘다는 소리를 듣기도 하지만 사실 녹내장으로 인해 눈이 커지는 경우도 있으므로 유난이 눈이 커보이는 신생아의 경우 바로 안과 검진을 받아 보는 것이 좋습니다.  대부분의 녹내장은 40대 이후에 발명합니다. 따라서 40세 이상은 최소한 1년에 1번은 반드시 안과에서 정기검진을 받는 것이 좋으며, 40세 미만일지라도 녹내장 가족력이 있는 경우, 고도근시(안경도수가 6디옵터 이상), 장기간 스테로이드를 사용한 경우, 눈에 외상을 입은 일이 있거나 눈속 수술을 받은 일이 있는 경우도 녹내장에 걸리기 쉬운 사람도 정기검진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진단 환자 중 약 88%는 녹내장 관련 증상과 무관하게 발견

건양대학교 김안과병원 황영훈교수팀이 발표한 ‘녹내장의 진단경로’ 논문에 따르면, 김안과병원에서 녹내장을 처음 확진받은 환자 484명을 대상으로 진단경로를 조사한 결과, 다른 증상 때문에 안과를 방문했다가 우연히 발견된 경우가 74.2%로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 그 밖에 건강검진을 통해 발견된 경우가 12.4%, 녹내장 관련 증상 때문에 발견된 경우가 11.8%, 가족력으로 인한 검사 진행이 1.7%로 나타났습니다. 즉 본인이 녹내장 이라는 것을 인지하거나 녹내장에 해당되는 증상으로 안과에 온 환자는 10명중 1명꼴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이렇듯 녹내장은 조기 발견이 가장 좋은 치료임에도 불구하고 조기 진단이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다행히도 대한민국의 40대 이상 국민은 무조건 1년에 한번 건강검진을 받게 되어 있어 여기서 시신경에 대한 사진에 이상이 발견돼 녹내장의 조기진단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베트남에 계시는 분들은 바쁜 일상에 정기검진을 받지 못해 뒤늦게 녹내장이 발견되어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를 종종 경험하게 되어 매우 안타깝습니다.

녹내장은 비록 무서운 질환이기는 하지만 조기 진단이 이루어진다면 진행을 늦출 수 있는 질환이니 안과 정기점검을 통해 시력도둑이 우리의 소중한 시력을 훔쳐가지 못하도록 해야겠습니다.

다음번에는 녹내장의 증상과 치료 그리고 시력 예후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김안과 다솜병원 김성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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