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구충제가 기적의 항암치료제?
강아지 구충제가 기적의 항암치료제?
  • 최정은 기자
  • 승인 2019.11.05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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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벤다졸

강아지 구충제가 암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9월 해외 이슈를 다루는 유튜브 채널 '월드빌리지 매거진TV'에서 말기암 환자가 구충제를 복용해 극적 완치가 되었다는 내용의 영상이 배포되었다. 이를 시작으로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구충제가 기적의 항암 체료제라는 루머가 확산되었다.

 

1일 현재 조회수 225만을 넘어선 이 영상에는 조 티펜스(60대, 남, 미국 오클라호마주)가 2016년 폐암 말기 진단 뒤 펜벤다졸(fenbendazole) 성분의 강아지용 구충제를 복용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는 한 수의사의 권고로 펜벤다졸을 복용하게 되었고 3개월 뒤 암세포가 기적같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최근 폐암 투병 중인 한국의 개그맨 김철민씨도 펜벤다졸 복용 의사를 밝혀 화제를 이어가고 있다. 절박한 심정의 몇몇 말기암 환자들도 기적을 바라며 구충제를 이용한 치료법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국의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달 28일 대한암학회와 함께 ‘펜벤다졸은 동물용 구충제로 동물에게만 허가된 약이기 때문에 복용하면 안된다. 복용을 중단해야 한다“며 경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항암 효과 여부를 SNS나 유튜브를 통해 공유하는 현상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현재 구충제를 복용하는 암 환자 현황을 파악하기 조차 어려운 상황으로 식약처의 잇따른 경고도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구충제를 놓고 여러 가지 의견들이 오가고 있는 가운데 현재 한국에서는 이 약이 품절 사태를 빚으며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상황이다.

 

펜벤다졸은 기생충의 피부와 장 세포에 있는 미세소관 단백질의 형성을 억제한다. 이 약에 노출된 기생충은 세포 기능이 떨어지며 생명 활동에 필요한 포도당을 흡수하는 능력이 약해져 결국 죽게 된다.

 

타파스 무코파디 인도 펀자브대 국립인간게놈연구센터 교수 연구팀이 지난해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에 발표한 연구에서는 펜벤다졸이 미세소관 단백질의 기능을 억제해 암세포 사멸을 유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펜벤다졸은 기생충의 피부와 장 세포에 있는 미세소관 단백질의 형성을 억제한다. 이 약에 노출된 기생충은 세포 기능이 떨어지며 생명 활동에 필요한 포도당을 흡수하는 능력이 약해져 결국 죽게 된다.

 

그러나 한국 식약처와 약사회에서는 펜벤다졸이 암환자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실제 구충제가 암에 별다른 효능이 없다는 연구결과도 있었다.

 

베트남에서 구충제 사재기?

 

베트남 약국에서 구입 가능한 푸가카(메벤다졸)

한국에서는 강아지 구충제 품절사태로 그 대체품도 주목 받고 있다. 인간 구충제로 알려진 메벤다졸(mebendazole)은 펜벤다졸과 기본적으로 같은 화학 구조를 갖고 있는 벤조이미다졸 계통의 구충제이다. 앞서 지난 2002년 미국 텍사스 오스틴 소재 생명공학사 인트로겐 세러퓨틱스가 메벤다졸이 폐암 세포에 강한 항암 작용을 보였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메벤다졸 역시 한국에서 쉽게 구입하기 어렵다.

 

메벤다졸의 경우 베트남에서 상대적으로 구입이 수월하다. 실제로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한국인들이 베트남 교민들을 통해 이 구충제를 대리 구입하는 경우가 부쩍 늘고 있다. 베트남에서 메벤다졸은 푸가카(Fugacar)라는 상품명으로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다.

 

공중위생상태가 다소 열악한 베트남에서 구충제 복용은 권장된다. 푸가차(메벤다졸)는 일반적으로 요충, 회충, 편충 및 구충 감염을 치료하기 위한 약으로 다국적 제약회사 얀센(Janssen)에서 만들었다. 가격은 한국 돈으로 1000원 정도에 불과하다.

 

지난 달, 베트남에 거주 중인 교민A씨는 푸가카 구충제를 구입해 폐암 말기 투병 중인 한국의 친구에게 보냈다. A씨는 “메벤다졸이 더 많은 임상 시험이 필요하고 정식 항암제로 인정되지 않은 상태라는 것을 안다”라며 “지푸라기라도 잡겠다는 말기암 친구에게 기적이 일어나기를 바라며 구입을 도와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한국의 한 의사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40년 동안 문제없이 안전성이 입증된 약”이라며 “사람이 먹는 구충제의 경우 항암 효과가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반면 약사회는 이런 현상을 두고 ‘근거 없이 온라인을 통해 인간의 생명을 담보로 한 왜곡된 정보 차단과 이를 조장하는 의료인 제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며 무차별적인 복용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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