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를 위한 글쓰기 8] 고래를 춤추게 하는 것은?
[입시를 위한 글쓰기 8] 고래를 춤추게 하는 것은?
  • 베한타임즈
  • 승인 2019.11.05 01: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어융합교육콘텐츠연구소 한결可치 대표 김한결 cozyzm@naver.com

 제주도에서 서울로 갈치를 산 채로 옮기는 일은 상당히 어렵다고 한다. 단, 여기에 작은 상어를 함께 넣으면 상황은 전혀 달라진다. 갈치는 살아남기 위해 긴장(stress)상태로 생존본능을 발휘하기 때문에 펄펄 살아있다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 공전의 히트를 이어나가던 책 한권의 여파로 ‘칭찬과 고래’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정말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할까? 영유아기의 아이에 한해서라면 그렇다고 본다. 이제 첫 걸음을 뗄까 말까 주저하는 아기에게 조건 없는 칭찬과 응원은 절대적인 성장 동력일 것이다. 반면, 부적절하고 무분별한 칭찬은 오히려 고래의 삶을 망친다고 생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사실 나는 입시의 문턱에 다가서고 있는 수험생을 위해서는 후자의 입장이다. 대학 진학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성적을 가진 학생에게 칭찬을 한다고 학생의 목표했던 바가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단지 좋은 기분이 학습의 효율을 높이지는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실상을 정확하게 인지하도록 사실적 정보를 주는 편이 훨씬 도움이 된다. 수험생에게 긴장(stress)을 줄까봐서 무한 긍정의 칭찬을 한다는 안일한 생각은 독이 될 뿐이다. 적당한 긴장(stress)은 인간의 내적동기를 극대화시키는 명약이 된다.  

 

 수험생활에서 나타나는 긴장(stress)의 종류는 2가지다. ‘긍정적 긴장(stress)' 과 ’부정적 긴장(stress)‘이다. ’부정적 긴장(stress)‘는 학습과 무관한 요소, 즉, 가족, (이성)친구, 행복, 취미에 대한 것이다. ’긍정적 긴장(stress)‘는 학습과 관련된 것으로 목표달성을 위해 겪는 일상의 활동 전부이다. 가령, 식사, 운동, 수면 등 학습을 위한 컨디션 조절과 관련한 크고 작은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학습의 효율을 위해서는 오로지 긍정적 긴장(stress)만 필요하다. 성공적으로 수험생활의 여정을 마무리 짓고 싶다면 주도적으로 긍정적 긴장(stress)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

 

 '자기를 소개해보세요' 라는 질문을 떠올려보자. 벌써 긴장(stress)이 된다면, 이렇게 생각해보자. 누구나 사회적 인간으로 첫 발을 내딛는 순간, 이 질문에 답을 해야 한다. 아니 해내야 한다. 누구나 공감하는 이야기겠지만 첫 대답에서 흡족하게 해 낸 기억을 간직한 이는 몇이나 될까. 아직 말도 서툰 시절, '이름이 뭐니?' 라는 질문에 답을 생각하는 시점부터 자기소개의 역사(history)는 시작되었다. 수없는 자기소개의 기회 속에서 성장한 우리에게 '자소서' 쓰기는 어려운 일이 아니어야 맞다. 자기 표현력은 발전했을 것이고 자기를 표현하는 어휘도 다양해지며 풍부한 내용까지 담은 자기소개의 틀이 갖춰졌어야 옳다.

 

하지만 그러한가. 여전히 ’자소서‘에 대한 부담감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입시의 문턱까지 온 연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자기를 소개하는 일은 모든 시작의 첫 단추인데 여전히 긴장(stress)을 주는 요소라면 마음먹고 제대로 이겨내야 하지 않을까. 이런 일련의 사유의 과정을 거쳐보면 이것은 분명 긍적적 긴장(stress)에 포함한다. ’자소서‘가 긍적적 긴장(stress)에 해당한다는 것은 스스로 인지하면 극복 가능한 요소로 인지했기에 목표달성을 위한 효과적인 에너지를 주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긍적적 긴장(stress)은 물론, 부정적 긴장(stress)조차 없는 경우가 학교 현장에는 비일비재하다. 무기력 상태의 장기화로 인한 고착 상태라고 표현하면 적절할 것이다. 인간은 분명 생각하는 ‘동물(動物)’인데, 교실에서 학생의 존재는 일상적으로 ‘식물(植物)’같은 상태라고 진단한 전문가도 있을 지경이다. 내 아이가 그렇지 않으리라는 확신은 금물이다. 학교에서는 온종일 무기력하게 하루를 보내고 잠을 자야할 시간에 식사도 하는 둥 마는 둥 학원 스케줄에 맞추어 몸을 움직인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많은 양의 지식을 머릿속에 쏟아 넣고 귀가하면 씻고 잠든다. 그리고 해뜨기 전에 일어나 다시 부랴부랴 등교준비를 한다. 그러다보니 배는 텅 비고 머리는 멍 하다. 악순환의 총체적 난국이 수험생의 일상 속에서 시시각각 펼쳐지고 있다.

 

이것을 보통은 학생의 긴장(stress)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데 엄밀히 들여다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이는 그 어떤 긴장(stress)도 아닌, 무기력 상태이다. ‘무기력’은 영혼을 좀 먹듯, 스스로 움직일 그 어떤 이유도 찾을 수 없게 만드는 인간의 최대 적이다. 그 상태를 피하기 위해서는 ‘동물’의 본연에 충실하게 몸을 움직여야 한다. 심겨져 움직이지 못하는 ‘식물’적 인간이 되지 않기 위해서 학생이 움직일 수 있는 교실이여야 한다. 하지만 학생보다는 늘 교사가 서서 움직이기 때문에 문제 상황은 여전할 수밖에 없다. 실제 움직인 주체가 무엇이든 획득하는 것은 당연한 진리이다. 교사가 주체인 생활을 12년이나 해 온 학생에게 무엇을 얻었냐고 질문하는 대학입시 평가의 패턴은 아이러니하다.  

 

 자아의 정체를 깨닫는 순간은 긴장(stress)과 함께 찾아온다.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긴장(stress)의 상황과 마주했을 때 자아는 눈을 뜬다. 그런 상황에 직면할 때 좌절 또는 극복을 하면서 나의 역사(hitory)가 에피소드로 쌓여가는 것이다. 그런 에피소드의 한 페이지가 모이다보면 어느 날에는 책 한권으로도 모자라다 싶을 자각이 든다. (그런 자아의 인식이 드는 시기가 오면 ‘자소서’를 적재적소에 맞게 능수능란하게 다룰 수 있는 상태가 될 것이다.) 자기가 주체이기에 긴장(stress)을 조절할 수 있고 긍정적 긴장(stress)는 효과적인 결과를 이끄는 결정적인 동력이 된다. 적절한 긍정적 긴장(stress)는 스스로 조절하기에 따라 갈치를 살리는 상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고래를 춤추게 만드는 것은 긴장(stress)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나온다. 긴장(stress)이 없는 상태가 최적의 상태일 것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긍정적 긴장(stress)을 다루는 주체로 서야할 때다. 자아를 움직이게 하는 긴장(stress)의 주인이 누구냐에 달려있다. 춤추는 고래가 되고 싶다면 긴장(stress)의 주인이 되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