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 투자하라’ 푹 총리의 비즈니스 외교
‘베트남에 투자하라’ 푹 총리의 비즈니스 외교
  • 정진구 기자
  • 승인 2019.11.29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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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베트남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한 푹 총리

지난 주 부산에서 열린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및 한-메콩 정상회의에 참가한 베트남 응웬쑤언푹 총리는 이번 한국방문 기간 동안 한국의 여러 지도자와 유력 인사들을 면담하며 한-베 관계 발전을 위해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응웬쑤언푹 총리의 행보 중 단연 인상적이었던 점은 한국 대기업 총수들과의 개별적인 만남이었다. 이 자리에서 총리는 베트남에 대한 투자 확대를 요청하는 등 적극적인 비즈니스 외교를 펼쳐 눈길을 끌었다.

지난 달 28일 서울 용산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 주관으로 '한-베트남 비즈니스 포럼'이 열렸다. 포럼이 끝난 후 응웬쑤언푹 총리는 개별기업 면담을 진행했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의 만남은 베트남 언론들도 관심을 보였다. 이 부회장은 하루 전 청와대가 주관한 베트남 총리 초청 만찬에도 참석한바 있다.

개별기업 면담에서 응웬쑤언푹 총리는 이 부회장에게 "삼성이 계속 발전해 베트남이 모든 분야에서 삼성의 세계 최대 전략 생산거점이 되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베트남이 세계에서 가장 큰 휴대전화 생산기지가 된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며 "이는 삼성의 영광일 뿐만 아니라 베트남의 영광"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이 부회장은 "삼성 베트남을 성공적으로 운영해 베트남 경제 발전과 양국 관계 증진에 이바지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화답했다. 또한 2022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소할 예정인 삼성 연구개발(R&D) 센터에 약 3000명의 베트남 엔지니어들을 채용할 계획을 밝히며 베트남 정부의 행정적인 지원을 부탁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0월 말에도 하노이 출장을 통해 응웬쑤언푹 총리를 만나 삼성전자 스마트폰 최대 생산 기지인 베트남에 대한 장기 투자를 계속하고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힌바 있다.

이날 응웬쑤언푹 총리가 이재용 부회장과 나눈 대화의 핵심은 반도체 공장 설립이었다. 총리는 "많은 신기술이 적용되는 반도체 생산 공장을 베트남에 설립해 달라"고 요청하며 반도체공장 설립 프로젝트에 삼성이 투자할 경우 정부 차원에서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총리는 "삼성이 생산, 수출, 성장을 유지하며 베트남 사회 및 경제 발전에 이바지하기를 희망한다"며 "더 많은 베트남 기업이 삼성의 공급망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해달라"고 당부했다.

푹 총리와 이재용 부회장

천문학적인 투자가 요구되는 해외 반도체 공장 설립과 관련해 이 부회장은 즉답을 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등은 모두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로 시장 수요에 따라 생산되고 있다"고만 말했다. 그러나 삼성 입장에서 베트남 총리의 직접적인 요청을 마냥 무시하기는 어려운만큼 고민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면담에는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이윤태 삼성전기 사장 등 전자·부품 계열사 사장단이 대거 배석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베트남 북부에 스마트폰 공장, 그리고 남부에는 TV, 생활가전 공장을 두고 있다. 특히 베트남 공장의 스마트폰 연 생산량은 1억5000만대 정도로, 전체 생산량의 절반 수준이다.삼성의 핸드폰 공장이 위치한 박닌성은 삼성전자 협력 업체들의 진출로 제조업 메카로 급부상하고 있다. 삼성전자 베트남법인의 지난해 수출액은 베트남 전체 수출액의 3분의 1 수준인 600억USD에 달했다.

응웬쑤언푹 총리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의 면담에서도 투자 요청을 이어갔다. 베트남 시장점유율을 넓혀가고 있는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동남아시아 모빌리티 서비스 선두업체 그랩(Grab)에 투자하는 등 베트남 및 동남아시아 공유경제 시장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도 이날 응웬쑤언푹 총리와 면담하고 베트남 투자 및 협력에 대한 공감대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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