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뀌는 대학입시 제도, 재외한국학생에 직격탄?
바뀌는 대학입시 제도, 재외한국학생에 직격탄?
  • 정진구 기자
  • 승인 2019.12.10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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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확대, 특기자 전형 축소로 불리해진 조건

 

한국의 대학입시 정책 기조가 또 다시 요동치고 있다. 1997학년도 수시전형 도입 후 20여 년 만에 다시 ‘정시 강화’로 바뀔 전망이다. 자녀를 한국의 대학에 보내려는 교민들도 혼란에 빠졌다. 새로 발표된 입시제도에 따르면, 재외한국학생들에게 불리해 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달 28일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서울 주요 대학의 정시 비중을 사실상 45% 안팎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유은혜 부총리는 “학생부종합과 논술 전형에 쏠림이 있는 서울 16개 대학을 대상으로 2023학년도까지 수능 위주 전형을 40%까지 늘리도록 할 것”이라며 “현재 고교 과정에서 준비하기 어려운 논술전형, 특기자전형도 폐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시 40% 기준이 적용되는 대학은 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광운대 동국대 서강대 서울시립대 서울대 서울여대 성균관대 숙명여대 숭실대 연세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 등 서울의 내로라하는 대학이 대거 포함된다. 서울 소재 16개 대학이 정시 비중을 40%로 늘릴 경우 이들 대학의 정시 선발 인원은 현재 고교 2학년이 대학에 진학하는 2021학년도 1만4787명에서 중학교 3학년이 대학에 가는 2023학년도 2만412명으로 5625명 늘어난다.

교육부는 수시 내 논술전형, 어학 및 글로벌 특기자 전형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했다. 아울러 ‘깜깜이 전형’으로 비판받아 온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은 축소된다. 현재 중학교 2학년이 대학에 가는 2024학년도부터 학종의 ‘핵심’으로 불린 자율, 동아리, 봉사, 진로활동 등이 대부분 대입에 반영되지 않는 등 비교과 영역도 폐지된다. 자기소개서도 현재 중2부터는 아예 없어지게 된다.

 

수능 대비 어려운 국제학교의 고민

해외 한국국제학교들은 이번에 발표된 대입제도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아직까지 대학별로 구체적인 안이 나오지 않은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입장이다. 호치민시 한국국제학교 신선호 교장은 “재외국민전형을 축소한다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으니 당장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선 교사들은 장기적으로 재외 한국학생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입을 모으고 있다.

무엇보다 수시전형이 줄고, 수학능력시험(수능) 위주 전형이 늘어나면 해외 국제학교 학생들에게는 치명적이다. 국제학교 수업 특성상 수능을 대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실제 호치민시 한국국제학교의 경우 지난 해 입시에서 수능을 치른 고3 학생은 단 한 명이었다.

어학 특기자 전형 축소 역시 재외 한국학생들에게 불리하게 작용될 전망이다. 특히 학생부종합전형(국제형)을 통해 해마다 많은 재외한국학생들이 지원해온 연세대학교 UIC(언더우드국제대학) 문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지난 해 호치민시 한국국제학교는 연세대 UIC에 6명의 합격자를 배출한바 있다.

호치민시 한국국제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교민 A씨는 “교육부의 발표를 보고 우리 아이가 크게 걱정하고 있다. 그동안 해왔던 입시 준비를 바꿔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외국민 특별전형은?

유은혜 교육부 장관

교육부의 이번 발표에서 교민들이 가장 큰 관심사인 재외국민 특별전형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한국내에서 교육과정을 이수하기 어려운 학생들을 배려하기 위한 재외국민 특별전형은 중고교 과정 해외 이수자 전형(3년 특례)과 재외국민 및 외국인(12년 특례: 외국에서 전 교육과정 이수자)로 나뉘는데 3년 특례 전형은 정원 외 2% 인원 내로 모집할 수 있는 반면, 12년 특례 전형은 모집 인원의 제한이 없다.

더불어민주당 신경민 의원실에 따르면,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부정입학으로 대학 입학이 취소된 사례는 총 209건이었는데 이중 재외국민전형 부정입학이 58건에 달해 두 번째로 많았다.

한국사회 일각에서는 정원 외로 선발하는 재외국민전형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지난 5월 연세대 페이스북 대나무숲에는 재외국민전형의 불합리성을 주장하는 글이 연이어 올라왔다. 관련 글 작성자들은 "외국에 살았으면 해당 지역 학교로 진학해야 한다"며 "만약 한국 대학에 올 거면 국내 학생들과 같은 방법으로 입시를 치르는 것이 맞는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특례 기준 강화는 하겠지만 재외국민전형 축소를 검토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송근현 교육부 대입정책과장은 "해외 각국에서 활동하는 가정의 학생에 대한 배려가 필요한 건 사실"이라며 "우리 사회의 다양성 확보를 비롯한 장점도 뚜렷한 만큼 3년 특례의 적용 기준을 강화하는 등 정책 보완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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