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을 돌려줘~” 집 보증금 떼이는 한인 피해 증가
“보증금을 돌려줘~” 집 보증금 떼이는 한인 피해 증가
  • 정진구 기자
  • 승인 2020.01.16 15: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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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중부 다낭시에 거주하는 교민 A씨는 최근 이사를 하는 과정에서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떼이는 피해를 입었다.

A씨가 보증금 반환을 요청하자 집주인은 도리어 16가지 비용을 임차인 A씨에게 청구했다. 집 청소와 침구류 세탁비를 비롯해, 가구 수리비, 소모품 교체비와 각종 가재도구 비용까지 청구했다. 액수도 터무니없었다. 냄비 하나에 450만동, 스푼과 포크 360만동, 이불과 베개 등에 500만동을 요구했다. A씨는 “집주인이 물어내라고 한 금액을 모두 합치니 정확히 보증금과 일치했다”고 밝혔다. 한 마디로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기 위한 꼼수였던 셈이다.

또 다른 교민 B씨도 지난 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경험이 있다. 주인은 집이 너무 더러워졌고 처음부터 있지도 않았던 물건이 사라졌다며 보증금 반환을 거부한 것이다. B씨는 집주인과 언쟁까지 벌였지만 좀처럼 말이 통하지 않았다. 최초에 계약을 주선했던 베트남 현지 부동산에 해결을 요구했다. 그러나 부동산측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니 그냥 날렸다고 생각하라”는 황당한 답변을 들어야 했다.

위 사례처럼 한인들이 베트남에서 갖가지 이유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일반적으로 임차인은 입주시 2달치 월세에 해당하는 보증금을 임대인에게 지불하는데, 큰 하자가 발생하지 않는 한 계약이 종료되면 이를 돌려받는다. 여기서 말하는 하자란, 집 내부가 파손됐거나, 풀옵션 아파트의 경우, 비치된 물품이 없어지는 경우 등이다. 그러나 일부 집주인들은 이를 악용하곤 한다. 호치민시 교민 최일(45)씨도 이와 관련해 안 좋은 경험이 있다. 그는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닳고 소모되는 부분까지 집주인이 문제 삼아 보증금의 절반을 떼어갔다. 사는 동안 집주인과 큰 문제도 없었고 월세도 제 날짜에 꼬박꼬박 냈는데 이렇게 나오니 너무 화가났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 공인중개사는 “베트남 현지인들 사이에서는 자주 발생하는 일은 아니다”라며 “베트남 사정을 잘 모르는 외국인 임차인들을 만만하게 보고 이런 행태를 일삼는 집주인들이 있다”고 말했다.

 

보증금 떼이지 않으려면?

이런 피해를 방지하려면 무엇보다 계약서 작성 단계에서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많은 한인들이 언어소통이 어렵다는 이유로 부동산에 모든 업무를 일임하는 경우가 있는데, 계약서 만큼은 꼼꼼히 챙겨야 한다. 계약서상에 들어간 모든 조항을 살핀 후 임차인에게 불리하게 적용될 수 있는 부분은 수정을 요구해야 한다. 보증금 반환과 관련해서는 내용이 구체적일수록 좋다.

풀옵션 아파트의 경우 계약서에 첨부된 비치물품 목록도 정확히 확인해야 한다. 목록에 있던 물건이 훗날 없어졌다면 배상을 피할 수 없다. 호치민시 유어랜드 부동산의 김종현 실장은 “입주하기 전에 집주인과 함께 목록상에 있는 모든 물품이 실제 있는지 일일이 확인하고 가능하며 사진 촬영도 해놓으면 좋다”고 말했다.

임차인 입장에서 이런 바지런한 확인으로 손해 볼 일은 전혀 없다. 김종현 실장은 “조금 까다롭게 느껴지더라도 처음부터 꼼꼼하게 확인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집주인들이 임차인을 함부로 볼 수 없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정당한 사유 없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을 경우, 법적으로 해결하는 방법도 있지만 시간도 오래 걸리고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생길 수 있다. 그리고 반드시 승소한다는 보장도 없다. 오히려 여론을 활용하는 방법이 실효적이다. 각종 커뮤니티에 피해 사실을 공유해 해당 집주인이 새로운 임대를 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한국 커뮤니티 외에 베트남어나 영어로도 내용을 전파하면 효과가 더 좋을 수 있다. 실제로 호치민시 7군 푸미흥에 사는 교민 D씨는 이런 방법으로 3달 만에 보증금을 돌려받았다. D씨는 “한국인들이 많은 푸미흥 아파트들은 한국 교민 사이에서 좋지 않은 소문이 도는 것을 극히 경계한다. 보증금 문제로 집주인과 다투다 한국인들이 많이 보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집주소까지 공개해 버렸더니 임대가 안나갔고, 결국 집주인이 두 손을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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