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교육을 위한 Q&A] “초등 1학년 공부, 무엇이 먼저일까?”
[자녀교육을 위한 Q&A] “초등 1학년 공부, 무엇이 먼저일까?”
  • 베한타임즈
  • 승인 2020.02.21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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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융합교육콘텐츠연구소 한결可치 대표 김한결
cozyzm@naver.com

Q : 제 아이는 영국에서 태어나 유아기를 보냈습니다. 한글보다는 영어로 동화책을 읽는 것이 익숙한 편이고, 책을 좋아해서 꽤 많이 읽는 편입니다. 말이 많은 편은 아니고 주변인들과는 영어로 일상적인 대화를 하는 정도이며 한국어로 말하기와 듣기는 서툰 아이입니다. 지금은 한국에 들어온 지 1년 정도 되었고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습니다. 한글은 아직 완전하게 익히지 못한 상태입니다. 집중적으로 한글을 시키려고 하는 데 아이가 거부감이 있어서 상당히 고민이 됩니다. 그냥 이 상태로 입학을 하면 학업이 불가능하지 않을 지 불안하기도 합니다. 초등 입학 전에 괜한 거부감이 들까봐 한글교육을 강행하기도 그렇고, 안 하기도 애매한 상황입니다. 아이가 지금 좀 힘들어 하더라도 일단 한글은 떼고 가도록 해야 할 지 망설여지네요. 한글을 떼는 것에 너무 힘겨워 자칫 좋아하는 독서의 재미를 잃게 될까 두렵기도 하고요. 아이의 독서를 어떻게 계속 재미있게 도와줄 수 있을지도 궁금합니다.

A : 자녀의 입학을 앞둔 엄마의 심정이 고스란히 전해지네요. 우선 자녀의 한글학습 보다 엄마의 불안함이 더욱 걱정됩니다. 걱정하고 불안해하는 엄마를 보면서 아이는 초등학교의 전체적 이미지를 부정적으로 인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초등학교에 가는 설렘과 기대를 긍정적으로 느끼고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초등학교 1학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교생활에 대한 자신감과 적응력입니다. 한글이 다소 서툴더라도 아이가 초등학교에 가서 자신감 있고 즐겁게 생활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음이 들면 모든 애로사항들을 의외로 수월하게 척척 풀어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에서 태어나 자란 경우에도 한글을 완전하게 익히지 않고 입학한 친구들이 심심찮게 있기 때문에 지나치게 미리 걱정하지는 말기 바랍니다. 일반적으로 ‘한글 떼기’가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드는 일은 아니기에 미리 조급할 필요는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빨라도 늦어도 1년 정도의 차이일 뿐일 테니까요.

영어권의 나라에서 태어난 자녀분에게 모국어는 영어입니다. 아이에게 현재 한국어는 제2의 언어입니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 둔 아이에게 갑작스러운 제2외국어를 강행 학습시키는 것은 학습 전반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다행인 것은 책을 좋아하기 때문에 얼마든지 학습적인 시너지 효과를 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영어동화책으로 피노키오를 이미 읽었다면 한글동화책으로 피노키오를 읽어 보도록 해주는 방식으로 접근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를 한글로 접한다면 거부감은 훨씬 줄어들 것입니다.

나아가, 교과서는 반드시 미리 읽고 갈 수 있도록 엄마가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수업 전에 엄마와 미리 교과서의 이야기를 알고 수업에 참여한다면 훨씬 친근하게 느낄 수 있고, 새로 익혀야 할 부분에 대한 학습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주 1회는 꼭 1주일간에 배웠던 교과서를 가지고 다시 읽어보면서 몰랐던 부분을 익히는 방식이 좋습니다. 자칫, 한글 교재를 따로 정하여 학습하는 경우, 내용 연계성이 없기 때문에 학습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교과서를 미리 꼼꼼하게 읽고, 수업에 자신 있게 참여한 후, 다시 가정에서 복습하면서 다지고 익히는 방식의 패턴이 훨씬 효율적일 것입니다.

더불어 강조하고 싶은 것은 한글 떼기보다 읽기독립이 훨씬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읽기 독립은 누가 책을 읽어주지 않아도 스스로 책을 찾아 읽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한글을 다 아는 경우에도 책을 스스로 잘 읽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입니다. 영어단어를 많이 알고 있는데 영어 원서를 보면 읽기를 두려워하는 경우와 같은 상태이지요. 초등학교에서 교사들이 여유 시간마다 가장 많이 시키는 활동이 책읽기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읽기독립의 중요성을 알 수 있습니다. 읽기 독립이 된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의 학교생활은 질적으로 큰 격차를 가져올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1학년 교과서의 대부분이 200쪽을 넘는 상황에서 읽기독립이 원활하지 않은 아이에게 그 어떤 학습도 무의미하리라고 봅니다. 초등학교 1학년에서 필요한 학습 능력은 스스로 책읽기가 전부라는 점을 명심하기 바랍니다.

한글이 어느 정도 익숙해질 2학기가 되면 독서를 좋아하는 자녀에게 어떤 방식으로 독서를 진행할 지 고민해야 합니다. 구체적인 수준별 독해력 향상 실천 방법을 통한 실직적인 독서를 해야 합니다. 현재 초등학교의 독서 교육은 지나치게 다독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경향이 있습니다. 많이 읽은 아이에게 표창하는 방식이 대부분이라는 사실도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많이 읽었다는 기준 또한, 도서관에서 대출횟수가 많이 발생한 기록을 토대로 하는 등 허황된 경우가 상당한 것이 현실입니다. 질적인 독서를 위해 우리 아이에게 어떤 활동이 필요할까요. 하나의 책을 여러 번 반복해서 읽을 수도 있고, 한 권을 부분으로 나누어 아주 천천히 읽는 방법, 마음에 드는 부분을 골라서 읽는 방법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많이 읽고 싶어 하는 아이를 막을 필요는 없겠지요. 책을 좋아하는 마음이 있는 아이는 단순히 글자를 읽는 것을 즐기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새 책 냄새가 좋다는 이유로 책을 좋아하는 아이가 있을 정도니까요. 아이가 진짜 독서의 재미를 느끼고 온전히 책에 빠진 상태라면 다양하게 읽고 꼼꼼하게 읽는 것을 꼭 살펴주시기 바랍니다. 밥상에 앉을 때마다 맛있는 반찬만 골라먹듯이 어려서부터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흔히 나타날 수 있는 특징이 독서 편식이기 때문입니다. 만화만, 동화만, 시리즈만 읽는 아이라면 분명 재대로 읽을 수 있는 방향으로 이끌어 주어야 할 것입니다. 골고루 먹어야 잘 자라듯이, 골고루 읽는 만큼 제대로 성장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글떼기’ 보다 ‘읽기독립’을, ‘많이 읽기’보다 ‘제대로 읽기’에 집중한 아이가 진정한 독서의 기쁨을 평생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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