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행하는 바이러스 재난 영화
역주행하는 바이러스 재난 영화
  • 최정은 기자
  • 승인 2020.03.10 12: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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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은 물론 전 세계가 코로나19 확산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코로나19의 감염을 우려해 외출까지 자제하는 분위기다.

최근 영화 마니아들은 밀폐된 공간에 다수가 모이는 극장에 가는 대신 집에서 VOD(Video On Demand, 주문형 비디오)를 통해 영화를 보는 경우가 많다. 특히, 수년 전 개봉했지만 지금의 사태를 예견한 듯한 바이러스 재난 영화들의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 전염병에 대한 불안감이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재조명을 받고 있는 것이다.

대다수 바이러스 재난 영화들의 주제는 치명적인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해 나타나는 다양한 문제점들을 통찰력 있게 다루며 위험성을 경고한다. 관객들은 주인공이 처한 상황을 보면서 ‘우리는 아직 저 정도 상황은 아니다’라는 위안도 얻고 문제가 해결되면 현실에서 희망을 가질 수 있다. 현재 역주행 중인 바이러스 재난 영화 6편을 소개한다.

컨테이젼(Contagion, 2011)

홍콩 출장을 다녀온 여성이 미국으로 돌아온 뒤 갑작스럽게 사망한다. 이어 어린 아들까지 비슷한 증상을 보이며 죽고 만다. 이 알 수 없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은 고열에 시달리다 사망하는 유사한 증상을 보인다. 버스 손잡이와 신용카드는 물론 악수와 같은 신체적 접촉 등 일상 속에서 빠르게 전염되며 전 세계로 퍼진다. 폭발적인 사망자의 증가로 인한 두려움은 도시를 통째로 봉쇄하게 만드는데, 중국 우한과 닮은 모습이다. 실제 바이러스 백신 개발도 1년 이상의 긴 시간이 소요되듯 영화에서도 꽤 시간이 흐른 뒤 백신 개발에 성공한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바이러스의 원인으로 박쥐를 지목하며 현실에 입각한 바이러스 영화로 평가된다.

 

감기(2013)

바이러스 감염 공포를 다룬 유명한 대표적인 한국 영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유행했던 2015년에도 크게 관심을 모은 영화로 2020년들어 다시 역주행중이다. 감염 확률 50%, 치사율 100%로 감염 속도 초당 3~4명인 미상의 호흡기 바이러스가 세상에 퍼진다. 공포에 질린 사람들은 극한의 상황에서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인다. 사재기로 식료품을 확보하고 살아있는 사람들을 살처분하며 도시를 패쇄 하는 등 인간의 이기심을 보여준다. 극심한 혼란 속에서 국가 기관의 미숙한 대처 방식과 무능한 통치야말로 가장 큰 재난이라는 의미심장한 주제를 전달한다. 전염병 발병으로 어수선한 분위기 속 가짜 뉴스가 횡행하는 것도 오늘의 모습과 상당 부분 닮았다.

 

아웃브레이크(Outbreak, 1995)

바이러스 재난 영화의 표본으로 손꼽힌다. 30년전, 아프리카 자이르(Zaire)에서 의문의 출혈열이 발생해 감염자들이 모두 사망한다. 미국으로 확산된 이 바이러스는 모타바 바이러스로 불리는데 에볼라 바이러스가 그 원형이다. 원숭이를 통해 처음 감염된 사람은 병에 걸린 줄도 모른 채 극장에서 기침을 한다. 자신도 모르게 바이러스가 일상 속에서 전파되는 모습이 코로나19를 연상케 한다. 바이러스는 변종을 일으키며 전염성이 높아지고, 사회는 극심한 혼란 상태에 빠진다.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소재로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영화다.

 

눈먼 자들의 도시(2008)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포르투칼 출신 작가 주제 사라마구의 동명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Blindness>를 영화화 한 작품이다. 평범한 어느 날, 한 남자가 앞이 보이지 않는다며 차도 한 가운데 차를 세우며 시작된다. 갑작스럽게 등장한 정체불명의 맹인 바이러스로 모든 사람들이 시력을 잃어간다. 정부는 눈먼 자들을 격리 수용하고, 사람들은 시력과 함께 이성 또한 사라진 듯한 카오스에 빠진다. 인간의 욕망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내용으로 보는 이들을 불편하게 한다.

 

판데믹(Pandemic, 2020)

넷플릭스가 지난 1월 말에 공개한 총 6부작 신작 다큐멘터리 시리즈다. 판데믹이란, 세계보건기구(WHO)가 분류한 6단계 중 최고 등급으로 전염병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상태를 뜻한다. 인플루엔자의 확산과 전파를 막기 위한 의료진들의 고군분투를 보여준다. 미국에 주로 시선이 맞춰져 있지만, 다큐멘터리는 미국과 중국 뿐만 아니라 베트남 등 여러 나라에서 촬영했다. 지난 50년간 대부분 치명적인 독감 바이러스가 중국에서 출현했고, 가까운 베트남도 미국 국제 개발처의 도움으로 닭에 백신을 주사하는 등 조속한 대응을 준비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70억 이상의 인구가 사는 지구에서 신생 바이러스를 늘 대비해야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93데이즈(93 Days, 2016)

나이지리아의 내과 의사 '아메요 아다데보'의 실제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영화로 알려졌다. 2014년 나이지리아에서 첫 에볼라 바이러스 환자를 발견하고 확산을 막은 내과 의사의 실화를 담은 영화다. 처음 발견된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자는 근접한 라이베리아의 재무부 관료 패트릭 소여. 소여는 증상을 숨기고 퇴원하려 했지만 아메요가 의심을 품으며 격리 진료를 주장한다. 라이베리아 대사가 압력을 행사하면서 바이러스 초기 진압에 어려움을 겪는다. 동료 의사들의 도움으로 큰 확산을 막아내지만 정작 아메요는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돼 사망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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