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르는 격리, 높아지는 방역 강도
잇따르는 격리, 높아지는 방역 강도
  • 정진구 기자
  • 승인 2020.03.27 16: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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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민들 불안감 가중, 생필품 확보는 큰 어려움 없어

호치민시 2군에 거주하는 주재원 A(31)는 지난 322일 일요일 오후 조깅을 하러 집을 나서다 아파트 출입문이 봉쇄된 사실을 알게 됐다. 아파트 관리 직원에게 문의하니, 해당 동에 의심환자가 발생해 격리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격리 돼 버린 A씨는 부랴부랴 인근 식료품점에 물과 쌀 등을 주문했다.

당초 아파트 측은 48시간이면 격리가 해제될 것이라고 말했으나 격리 기간은 계속 연장돼 닷새가 지난 327일 현재까지 언제 봉쇄가 풀릴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 기간 동안 A씨는 호치민시 보건당국으로부터 코로나19 검사까지 받아야 했다. A씨는 의심자와 다른 층에 거주하고 있었다. 어떠한 증상도 없었고, 감염원으로 지목된 장소에도 간 적이 없었지만 의무적으로 검사를 받아야 했다. A씨는 방역을 위해 얼마든지 격리를 감수할 수 있지만 기약이 없으니 너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A씨가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는 호치민시 2군 마스테리 아파트이다. 현재까지 총 3명의 입주자가 확진판정을 받았는데(120, 124, 150번 환자), 이들이 거주하던 해당 동과 블록 두 곳이 봉쇄된 상태다. 2군 타오디엔의 바이러스 슈퍼 감염지로 알려진 부다바(Buddha Bar)와 인접해 있으며 이곳을 다녀왔거나 확진자와 접촉한 외국인들이 다수 거주하고 있다.

베트남 당국의 방역 조치 강화로 주호치민 총영사관 관계자 B씨는 얼마 전 예상치 않게 일부 마스테리 입주자들로부터 원성을 들어야 했다. 호치민시에서 마스테리에 앞서 아파트 전체가 격리됐던 7군 푸미흥 파크뷰 아파트의 경우 확진자가 발생한 뒤 만 하루 만에 격리가 해제됐고, 확진자가 거주하던 해당 층만 14일간 격리를 실시했다. B씨는 파크뷰의 사례를 바탕으로 마스테리 아파트 입주자들에게 안내를 했다. 그러나 48시간이 지나도 격리는 풀리지 않았고, 입주자 전원이 검사까지 받는 상황이 되자 일부 한인들이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줬다며 불만을 나타낸 것이다. B씨는 사태가 급박하게 돌아가다 보니 당국의 조치도 점점 강화되고 있다. 오늘 이렇다고 내일도 같다고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아직 봉쇄되지 않은 또 다른 마스테리 입주자 C씨는 우리 동은 아직 격리되지 않았지만 최근 부다바를 방문한 입주자가 발견돼 언제 봉쇄될지 몰라 긴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확진자가 발생하면 거주지 전체를 봉쇄하는 일종의 코호트 격리가 일반화되면서 한인들의 불안감도 가중되고 있다. 아직 베트남의 한국 교민 중 코로나19 확진자는 한 명도 없지만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불편을 겪고 있다. 일부 한인들은 격리 자체를 항의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격리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이동의 제한을 뺀다면 집안 생활에는 큰 지장이 없다. 배송이 얼마든지 가능해 생필품 확보에 대한 우려도 없다. 현재 파크뷰에 살며 14일간 격리 조치를 받고 있는 교민 D씨는 공안이 두 명씩 교대로 24시간 상주하며 출입을 막고 있으며 외부에서 반입되는 물품을 전달해 주고, 쓰레기도 문 앞에 두면 처리해 주고 있다고 말했다. D씨는 우리도 갑작스러운 격리로 황망하고 불안하기도 했지만 주변의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시고 있어 잘 견디고 있다고 말했다.

호치민한인회는 7군 파크뷰에 이어 2군 마스테리와 빈탄군 빈홈 센트럴파크 아파트 등에 위문품을 전달하며 격리된 한인들을 돕고 있다. 이밖에 많은 교민들도 나름의 방법으로 지원을 하고 있다. 한국의 떡볶이 프랜차이즈 '두끼'도 호치민한인회와 함께 300인분 이상의 떡볶이와 어묵, 치킨 등을 격리자들에게 제공했다. 2군의 중식당 '샹차이'는 격리 한인들을 대상으로 배달 음식 비용을 추후에 받기로 했으며 일부 식당들도 할인에 동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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