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을 나누자’ 임대료 감면에 동참하는 건물주들
‘고통을 나누자’ 임대료 감면에 동참하는 건물주들
  • 정진구 기자
  • 승인 2020.04.06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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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들이 코로나19 사태로 벼랑 끝까지 내몰리고 있다. 내수경제 침체에 따른 매출 급감으로 생존 자체가 위협받고 있는 현실이다.

 

베트남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특히 한인들이 대거 뛰어들었던 요식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호치민시의 경우 지난 3월 24일 오후부터 30인 이상 수용 가능한 식당에 대한 영업 중단 조치가 내려졌는데, 불과 사흘 만에 당국의 조치가 강화돼 모든 식당이 문을 닫아야 했다. 식당들은 배달로 근근이 연명하고 있지만 기존 매출을 보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다른 업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영업자들에게 가장 큰 부담은 임대료다. 폐업을 택하지 않는다면 임대료는 매달 나가야 한다. 특히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 베트남의 점포 및 사무실 임대료는 크게 상승한바 있다. 현 시점에서 높은 임대료는 자영업자들에게 시한폭탄이 되고 있는 셈이다.

 

생존의 기로에 서 있는 지금, 좋은 임대인을 만나 복 받은 자영업자들도 있다. 코로나19로 모두가 어려운 가운데, 임대인들이 고통 분담 차원에서 임대료를 감면해 주는 사례가 속속 들려오고 있다. 평균적으로 10~20% 정도의 임대료 감면을 해주는 경우는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더욱 파격적인 사례들도 있다.

 

호치민시 7군 푸미흥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최윤헌 대표의 사례는 단순한 미담을 넘어 한국과 베트남의 우애를 깊이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지난 2월 중순경, 최 대표는 코로나19로 영업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되자 건물주에게 처지를 하소연했다. 그러자 건물주는 흔쾌히 임대료 10%를 감면해 주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바이러스는 잠잠해지지 않았다. 결국 호치민시 당국의 조치에 따라 3월 25일부터 아예 식당 영업을 중단해야 했다. 소식을 접한 건물주는 다시 50%까지 임대료를 감면해 주기로 약속했다. 이것만으로도 최 대표는 큰 고마움을 느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연락을 해온 건물주는 식당의 현 상황을 자세히 물어본 뒤,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임대료를 받지 않겠다고 밝힌 것이다. 건물주는 자신도 어렵기 때문에 최 대표의 상황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최윤헌 대표는 “내가 건물주라도 이렇게까지 하는 못했을 것”이라며 “지금과 같이 어려운 시기에 그것도 해외에서 이렇게 따뜻한 베트남 건물주를 만나니 매장 매출이 줄어 힘들지만 마음의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

 

이밖에 호치민시 1군에서 자그만 유통회사를 운영하던 박석민씨는 코로나19로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자 1년 남은 사무실 임대 계약을 파기하고 철수를 고려했다. 당연히 3달치 월세에 해당하는 보증금도 포기하기로 했지만 사정을 전해들은 건물주는 박씨의 어려움을 이해한다며 보증금을 그대로 돌려주겠다고 했다. 심지어 계속 머물더라도 당분간 임대료도 일부 감면해 주겠다고 덧붙였다. 박씨는 “건물주의 마음이 너무 고마워 눈물이 났다. 상황이 나아지면 이번에 받은 도움을 꼭 되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호치민시 1군에서 카페 두 곳, 그리고 2군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윤모씨는 극과 극의 임대인을 모두 경험했다.

 

1군 카페의 임대인은 영업 중단 조치가 내려지기도 전에 임대료 30%를 감면해 주겠다고 약속했고 또 다른 카페 임대인 역시 한 달치 임대료를 빼주겠다고 말했다.

 

반면 2군 식당의 건물주는 전혀 다른 행태를 보여줬다. 지난 3월말, 윤씨는 건물주를 만나 더 이상의 영업이 어렵다고 설명하자, 건물주는 곧바로 식당 문을 걸어 잠그고 안에 있는 집기까지 빼가지 못하게 했다. 윤씨는 “물론 지금 어렵지 않은 사람은 없고 건물주도 사정이 있을 것”이라면서도“하지만 보증금도 냈고 다른 임차인까지 소개해 줬는데 개인 물품까지 가져가지 못하게 하는 모습에 매정함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10년 넘게 베트남 호치민시에 거주해 온 교민 김일권씨는 “임대료를 깎아주는 건물주도 있고 그렇지 않은 건물주도 있는데, 과거 어느 때보다 임대료 감면에 동참하는 등 고통을 나누고자하는 베트남 건물주가 훨씬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며 “그만큼 지금의 상황이 힘들고 어렵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한편 호치민한인회에서는 베트남 건물주 및 임대인들에 임대료 면제 및 인하를 요청하는 한인회 명의 공문을 작성해 자영업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아래 스캔본을 출력하거나 호치민시 7군 푸미흥 베한타임즈에서 원본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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