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베트남, 원동력은?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베트남, 원동력은?
  • 정진구 기자
  • 승인 2020.05.08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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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는 한국의 2.7% 사망자도 ‘0’…세계가 주목
코로나 검사를 진행 중인 베트남 의료진

지난 몇 달간 코로나19가 온 세계를 마비시켰다. 역사상 유례없던 판데믹 상황에서 바이러스의 진원지인 중국을 비롯해, 미국과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엄청난 수의 확진자와 사망자가 나온 반면, 방역에 성공해 피해를 최소화한 나라들도 있다.

이중 한국은 모범 방역 사례로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신속한 확진자 동선 파악과 광범위한 검사, 특히 드라이빙 스루 검사라는 획기적인 시도도 찬사를 받았다. 미국과 유럽 등 서구 선진국 지도자들이 앞다퉈 한국에 도움을 요청했을 정도로 한국의 방역은 이번 코로나19 판데믹 상황에서 돋보였다고 평가된다.

그런데 베트남의 방역은 그런 한국을 압도했다. 한국도 한때 신천지를 통한 대구지역 집단 감염으로 곤욕을 치렀다. 반면 베트남은 코로나19 초기부터 지금까지 단 한번도 하루 확진자가 하루 30명을 넘긴 적이 없다. 하노이 박마이 병원 등 슈퍼진원지에서 감염자가 다수 나오기도 했으나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지 않았다. 57일 현재 베트남에서 발생한 코로나19 확진자는 288(233명 완치)으로 한국과 비교해 2.7%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한국에서 256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으나 베트남에서는 단 한 명의 사망자도 나오지 않았다. 인구 대비 확진자 비율에서도 비교가 되지 않는다.

한 박자 빨랐던 봉쇄 조치

다른 서구 선진국에 비해 의료시스템이 열악했던 베트남이 코로나19 방역을 성공적으로 완수한 원동력은 무엇일까.

워싱턴포스트, 가디언, 로이터통신, DPA 통신 등 해외 유수의 외신들은 베트남의 방역 성공을 분석하며 다른 어느나라보다 한 발 빠른 봉쇄 조치를 꼽았다.

베트남에서 첫 번째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날은 123. 베트남 보건부는 이튿날 곧바로 비상 바이러스 예방센터를 가동했고 총리가 주관하는 코로나19 예방 및 통제 국가운영위원회도 만들었다. 21일에는 중국과의 항공 운항을 중단시켰으며 구정 연휴 이후에는 모든 학교를 폐쇄했다.

이후 한국에서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경제적 피해를 감수하고 한국발 입국자까지 막는 초강수를 뒀다. 이 과정에서 한국내 베트남에 대한 좋지 않은 여론이 형성되기도 했으나 베트남 내 코로나19 확산세는 적절한 수준에서 통제됐다.

외신들은 베트남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의료 시스템을 고려해 한 박자 빠른 감염원 차단과 전통적인 보안 감시 시스템을 적극 활용해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우위를 점했다고 평가했다.

박기동 세계보건기구(WHO) 베트남 사무소장은 베트남은 중국에서 환자가 보고되기 시작한 1월부터 위기관리를 시작했다면서 국경을 닫는 것만으로는 전염병을 막을 수가 없고 시간을 벌어줄 뿐이기에 베트남은 의심환자나 접촉자를 추적하고 격리해서 치료하는 시스템을 일찍부터 적극 가동했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빠른 봉쇄만으로 이룬 성과는 아니다. 워싱턴포스트는 베트남의 압도적인 코로나19 검사 건수에 주목했다. ‘아우어 월드인 데이터' 자료에 따르면 지난 달 29일 기준, 베트남의 '확진 1건당 코로나19 검사 건수'966.7건으로 대만(147.6), 뉴질랜드( 123.9), 호주 (83.6), 한국(57.8)에 크게 앞섰다.

베트남은 2003년 사스(SARS), 2005년 조류인플루엔자 사태 이후 지금까지 전염병에 대한 연구 및 대응 계획 등을 치밀하게 준비해 오는 등 비상 사태를 대비한 나름의 대응 전략을 갖추고 있었다.

이밖에 휴대폰 앱과 SNS를 활용한 베트남 정부의 적극적인 홍보, 가짜뉴스에 대한 강력한 대응 역시 민심의 동요없이 코로나19 사태를 안정적으로 버텨낸 원동력이었다.

방심했던 싱가포르와도 대조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성공적인 방역을 했으나 뒤늦게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싱가포르의 사례와도 비교된다.

싱가포르는 확진자 증가세가 주춤하자 지난 달 23일 개학을 강행했다. 또한 건강한 사람은 마스크를 쓸 필요가 없다는 싱가포르 정부의 발표로 국민들의 경계심이 풀어지며 학교와 공동기숙사 등을 통해 확진자가 급속히 증가해 낭패를 봤다.

반면 베트남은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완화하면서도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유지했고, 개학 시기도 최대한 늦추는 등 방역 강도를 적절히 조절해 왔다. 베트남과 싱가포르의 희비가 엇갈린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

 

베트남 '코로나19 극복 조력' 박기동 WHO 사무소장

베트남이 코로나19 사태를 조기에 진화하는 데 방역 전문가인 박기동(57) 세계보건기구(WHO) 베트남 사무소장의 역할도 컸다. 초기부터 베트남 정부와 정보를 교류하면서 WHO 가이드라인으로 베트남 상황에 맞는 지침을 만들기 위해 긴밀히 협조했다이후 매일 당국과 교류하며 필요한 정책을 조언한 것으로 전해졌다박 소장은 서울대 의대에서 예방의학을 전공하고 의료관리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1994년 보건사회부(현 보건복지부)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했고, 2006년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WHO 본부에 파견되기 직전에는 복지부 방역과장이었다WHO 본부에서는 2009년까지 신종플루(H1N1) 위기 대응 업무를 맡아 인플루엔자 발생을 감시하고 방역 대책을 수립하는 역할을 했다.이후 WHO 직원으로 신분을 바꿔 20178월까지 필리핀 마닐라에 있는 WHO 서태평양지역 사무처에서 근무했다. 같은 해 9월 처음으로 국가 사무소장을 맡은 베트남으로 자리를 옮겼다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 박 소장이 베트남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한 것은 음주 피해 예방 관리법을 통과시키는 것이었다. 주류 광고 시간제한, 음주 강권 금지, 공직자의 근무시간 음주 금지와 함께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것 등이다관련 법은 올해 1월 시행해 베트남에서 음주나 음주 운전이 크게 줄어드는 효과를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았다올해는 의사면허 시험 도입을 골자로 한 의료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잠시 보류 중이다박 소장은 "보건의 기본은 방역"이라며 "구체적인 정책 결정과 집행은 베트남 정부가 하는 것이고, WHO는 당국에 자문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베트남 정부가 지난 달 16일부터 코로나19 저위험 지역을 중심으로 이동제한 등의 조치를 점진적으로 완화한 것에 대해 박 소장은 "지금 상황으로 봤을 때 적절하다"고 진단했다박 소장은 "베트남 정부는 2개월 전부터 코로나19 방역 조처를 어떻게 완화할지 고민해왔다"면서 "잘해나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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