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 베트남’ 유튜브 채널의 심각성
‘안티 베트남’ 유튜브 채널의 심각성
  • 정진구 기자
  • 승인 2020.06.09 11: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근거 없는 부정적 내용 일색...피해는 교민들에게

유튜브는 전 세계적으로 소셜네트워크 플랫폼의 대세로 자리 잡았다. 텍스트가 물러가고 영상의 시대가 오면서 너도나도 유튜브에 영상을 업로드하는 1인 방송의 시대가 도래 한 것이다. 텍스트보다 훨씬 직관적인 영상 콘텐츠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유튜브지만 많은 부작용도 노출하고 있다. 바로 검증되지 않은 정보의 확산이다. 최근 여러 유튜브 채널에서 쏟아지고 있는 일부 베트남 관련 정보가 그렇다.

○○비엣채널이라는 유튜브 채널은 구독자 1만5000명에 육박한다. 베트남 관련 내용을 주로 다루고 있는데 평균적으로 30만회 이상의 높은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검색화면에 노출되는 섬네일은 매우 자극적인 제목을 달고 있다. 실례로 ‘한국에 매달리는 베트남 상황‘, ’베트남의 생생한 범죄현장‘, ’배신의 아이콘 베트남‘ 등 거의 대다수가 베트남에 부정적인 내용이 주를 이룬다.

내용도 전혀 논리적이지 못하다. 도입부에는 베트남 현지 언론 뉴스를 인용하지만 결론은 입맛에 맞게 바꾸기 일쑤다. 예를 들어 한국의 모 기업이 코로나19 사태로 베트남에 대한 투자를 잠정 연기한다는 뉴스를 인용하면서 이 기업이 베트남에서 곧 철수할 예정이며, 다른 한국 기업도 줄줄이 베트남 철수를 고려하고 있다는 식의 확인되지 않은 주장을 펼치는 식이다. 베트남 정부의 정책을 멋대로 해석하거나, 극히 일부의 베트남 여론을 전체 베트남 분위기인것처럼 정의내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일반화의 오류와 흑백논리의 오류의 연속이다. 심각한 문제는 이런 엉터리 정보를 수많은 사람들이 시청하고, 이것을 사실로 받아들인다는 점이다.

○○비엣채널과 비슷한 성격의 유튜브 채널은 셀 수 없을 정도다. 시사뉴스를 표방하면서 자극적인 제목을 단 섬네일, 진행자 없이 더빙으로만 진행되는 방식 등은 대동소이하다. 제작에 들어가는 수고에 비해 조회수가 많이 나오다보니 이런 채널들이 우후죽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부작용은 심각하다. 베트남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한국에 지속적으로 전달되면 부정적 인식 확산으로 두 나라 관계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상황이 더욱 악화되면 외교적 마찰까지 생길 수 있다. 모든 피해는 베트남에 있는 한국교민과 주재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게 된다.

 

누가 이런 채널을 만드나?

베한타임즈는 베트남 관련 정보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유튜버 A씨와 SNS를 통해 인터뷰를 가졌다. A씨가 운영 중인 채널은 아직 구독자가 300명이 채 되지 않은 신생 채널이다. 그가 만든 콘텐츠는 모두 베트남과 일본 관련인데, 두 나라에 대한 비판적 내용 일색이었다.

A씨는 “소재는 베트남 현지 언론을 통해 얻고 있으며 한국이나 다른 나라 언론들을 폭넓게 검색해 사실에 바탕을 둔 정보를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A씨가 만든 콘텐츠 중에는 한국기업들이 베트남 대신 인도네시아로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는 내용이 있지만 이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A씨는 그저 “기업인들에게 물어보면 다 아는 이야기”라고만 했다.

현재 한국에 거주 중인 A씨는 베트남 하노이에서 2년간 거주했다고 말했다. 그는 “베트남에 살면서 수차례 범죄 피해를 당했고, 외국인이라서 부당한 대우를 받은 적도 여러 번”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하노이에서 자그마한 사업을 진행했지만 허가를 얻지 못해 결국 접었고 5000만원 가까이를 날렸다고도 했다. A씨의 사연을 듣다보니 그가 베트남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갖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유추가 가능했다.

베트남 관련 부정적 내용을 담은 유튜브 영상들

베트남에서 사업 실패로 어려움을 겪었던 한국인 B씨도 최근 유튜브 채널 운영을 시작했다. B씨는 베트남 사회의 민낯을 보여주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이 일을 시작했지만 그가 만든 첫 번째 콘텐츠는 ‘베트남에 가면 안된다’는 일방적인 주장만을 담고 있었다. 근거는 날치기 범죄가 많고 교통이 혼잡하다는 이유가 전부였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베트남 정부가 강도 높은 방역 조치를 내린 후 많은 한국인들이 어려움을 겪었던 것은 사실이다. 누구보다 가깝다고 여겼던 베트남의 단호한 행동에 섭섭함을 느꼈다는 한국인들이 적지 않다. 여기에 일부 언론들의 무책임한 보도 행태로 빚어진 양국 네티즌들의 갈등도 두 나라의 우정을 흔드는데 한 몫 했다. 이런 분위기가 결국 '안티(anti) 베트남' 채널의 난립을 불러 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짜뉴스를 통한 여론 선동은 진실을 가리고 사회를 혼탁하게 한다. 특히 국제적 사안에 대한 가짜뉴스의 폐해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진실을 외면하고 있는 일부 정보 채널에 대한 규제가 시급해 보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