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기 교정과 아름다움에 대한 열망 그 사이 (하)
성장기 교정과 아름다움에 대한 열망 그 사이 (하)
  • 베한타임즈
  • 승인 2020.06.09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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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범진 BF치과그룹 대표
고범진 BF치과그룹 대표

치아를 가지런하게 배열한다는 것은 치아 자체의 위치를 바꾸는 것이긴 합니다. 그러나 그 치아를 우리가 원하는 만큼 움직여 배역시킬 수 있는 공간이 입 속에 마련되어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어린 아이의 작은 입 속은 애초에 공간이 작기 때문에 어른 치아를 움직인다고 하더라도 아직 공간이 마련되어있지 않아 움직여서 새로운 자리에 위치시킬 수가 없습니다.

물론 이럴 때는 공간을 확장해주는 장치를 적극적으로 사용해서 억지로 공간을 만들고 치아를 그곳으로 이동시키는 방법을 택할 수는 있습니다.

다만 일반적인 경우에 있어 억지로 공간을 만들어야 할 만큼 심각하게 교정을 해야 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또 어린이들의 성장을 꾸준히 관찰하면서 진료를 하는 소아치과 의사들에게 있어 타고난 성장을 압도하는 기술은 아직 없다고 보는 것이 정설에 가깝습니다.

만약 어떻게든 인위적인 공간을 마련하여 원래 자기가 타고난 얼굴 모양과 비율보다 구강의 크기만 커지게 되어 치아는 가지런하게 배열이 되었음에도 입만 툭 튀어나오는 식으로 부자연스러운 얼굴 모양을 가지게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입 속만 보는 사람들이라 하더라도 입 속의 치아를 내가 알고 있는 대로 배열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 것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한 사람의 타고난 성장에 맞춰 그 다음 입 속에 있는 치아들을 배열해 주는 것이 순서가 되어야합니다.

따라서 치아가 좀 비뚤게 맹출하게 되더라도 자연스럽게 본인 성장에 맞춰 공간이 마련되는 것을 충분히 기다려준 이후에 치아를 얼굴 크기와 형태에 맞춰 배열해 주는 것이 좀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또 한가지 소아치과의사들이 하는 걱정은, 사람의 성장은 제아무리 대단한 의사라고 하더라도 완벽하게 예상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만약 10mm가 부족할 것이라고 예측해 교정치료를 시작하였더니 성장이 다 이루어진 다음 10mm 가 오히려 남을 만큼 성장해버렸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렇다보니 성장에 대한 변수가 많은 어린 시기부터 섣불리 예측하여 교정을 하는 것은 신중하게 생각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다만 치아의 맹출 자체가 문제가 생기는 경우, 간단한 부분 교정들로 순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기 때문에 무조건 미루는 것이 낫다, 아니면 일찍 하는 것이 낫다 라고 하는 것은 모두 틀린 말이 됩니다.

또 필자가 보호자들에게 자주 드리는 설명 중 한가지는, 치아가 가지런하다, 혹은 비뚤다는 것은 옳고 그른 것을 따지는 영역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사람마다 얼굴 생김새가 다 다르듯 치아의 배열도 다 다른 것인데 보통의 경우 가지런하지 않으면 문제가 있다고 여기고 곧바로 가지런하게 배열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약 절대 다수의 사람들이 가지런한 치아를 가지고 있고 소수만 비뚤게 배열이 되는 것이라면 그것이 옳고 그른 것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가지런한 배열이라는 것은 치의학적으로 교합과 배열의 이상적인 기준을 만들어 놓은 것에 불과한 것이기에 모두가 그런 이상적인 배열을 가져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최근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교정치료는 심미적인 이유가 가장 대두되는 것 같습니다. 소중한 우리 아이도 예쁜 치아 배열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도 거기서부터 시작되는 것이겠지요.

그러나 실제로 교정은 꽤 힘든 과정이고, 심지어 성장교정은 기간이 더 오래 걸리며 장치도 더욱 다양하게 사용해야 하는 만큼 성인 교정에 비해 어쩌면 더 어려운 일입니다.

아이가 정말 원하는 경우가 아닌, 어른들의 바람에서 시작하는 교정치료의 경우 실제로 아이들이 많이 힘들어하고 잘 먹고 잘 자야하는 성장기 어린이들에 큰 스트레스를 주는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소아치과의사들의 경우, 과연 지금 무조건 치아를 가지런하게 바꾸는 것이 아이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것인가를 꼭 생각하고, 절대 서둘러서 결정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빠질 치아를 왜 치료하느냐는 물음을 심심치 않게 받던 시절부터, 이제는 더욱 더 예쁘게 어릴 때부터 바꿔주고 싶어하는 시대까지 우리는 점점 발전해 왔습니다.

그러나 항상 강조되는 제1원칙은 아이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누구나 다 김태희씨나 원빈씨처럼 생길 수 없지만, 다양한 개성과 매력을 가지고 살아가듯 치아의 심미적 기준에 대해서도 조금은 더 생각해 봐야하지 않을까요?

 

[고범진 BF치과그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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