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국민 수험생들의 불안한 한국행
재외국민 수험생들의 불안한 한국행
  • 정진구 기자
  • 승인 2020.07.10 10: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배려 없는 한국 대학들, 역차별 논란

요즘 대입 수험생들은 입시 준비에 한창이다.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한국 교육부와 각 대학들은 수험생들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 입시 전형에 큰 변화를 주지 않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반면 재외국민특별전형 등을 통해 한국 대학에 진학하려는 재외국민 수험생들은 고민이 적지 않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입국이 제한되고 있는 현 시국에 입시를 위해 한국에 다녀와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 대학 진학을 준비하고 있는 호치민시한국국제학교 12학년 김모군은 요즘 부모님께 여간 죄송스럽지 않다. 지원하는 대학 일부가 현장 면접과 필답고사를 실시해 부득이 한국에 다녀와야 하기 때문이다. 김군은 한국에 가면 호텔에서 지내야 한다. 14일 격리기간 동안 들어갈 숙박비에, 베트남에 돌아올 때도 자비로 격리를 해야 한다. 오며가며 숙박비로만 500만원 이상 들어가 너무 부담스럽다고 토로했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부모님 사업이 예전만 못하다는 사실을 잘 아는 김군은 단기 아르바이트 자리까지 알아보고 있다.

격리에 2차 유행까지불안한 수험생들

호치민시한국국제학교 12학년 138명 중 김군처럼 입시를 위해 한국에 이미 들어갔거나 갈 예정인 학생들은 70여명 가량으로 예상된다. 베트남 대학에 진학하거나, 12년 특례에 해당하는 학생을 제외하고 거의 모두 한국에 간다고 보면 된다.

수험생도 예외 없이 한국 입국과 베트남 귀국시 각각 14일 격리가 불가피하다. 뿐만 아니라 현재 베트남 입국까지 제한되고 있어 귀국 시점도 불투명하다. 그나마 주베트남 한국대사관이 910일경 호치민시한국국제학교와 하노이한국국제학교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베트남 특별입국을 추진하고 있어 다행이다. 하지만 외국계 국제학교에 재학 중인 재외국민 수험생들은 그 혜택을 볼 수 없다. 호치민시의 한 외국계 국제학교에 다니는 수험생 아들을 둔 교민 김선규씨는 우리 아들도 같은 한국인임에도 한국국제학교 학생들에게만 특별입국을 허용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한국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재외국민 수험생 상당수는 매년 한국에 가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 학생들이 갖게 될 부담은 예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바로 코로나19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듯 격리기간만 약 한 달이다. 게다가 한국은 2차 유행 조짐까지 보이고 있어 수험생들의 불안감도 적지 않다. 호치민시한국국제학교에 재학 중인 또 다른 수험생 정모군은 대학에 가서 면접과 시험을 보는 과정에 사람들과 어쩔 수 없이 접촉을 할 수밖에 없는데 감염 위험 때문에 무척 걱정된다고 말했다. 정모군의 학부모 정일권씨는 한국에 머무는 동안 자칫 코로나에라도 걸려 시험을 못 보게 되면 누가 책임을 져야하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라고 밝혔다.

일부 대학, 온라인 면접 도입

한국의 일부 대학은 해외에 거주하는 수험생들의 편의를 위해 온라인을 통한 서류접수와 비대면 면접을 도입했다. 연세대학교와 경기대학교, 부산대학교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다수의 대학은 원칙적으로 현장에서 면대면 면접을 고집하고 있다. 비대면 면접을 시행하는 대학 중에 필답고사를 시행하는 경우도 있다. 면접은 집에서 할 수 있지만, 시험을 보기 위해서는 적어도 한 번은 학교에 가야하는 셈이다.

최근 토플과 AP시험 등이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한국의 어느 대학도 온라인 필답고사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 교육부 역시 입시 전형에 큰 변화를 주지 말 것을 권고하고 있어 현행 제도는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한국 교육부와 대학들이 재외국민 수험생에 대한 배려에 인색한 이유는 공정성때문이다. 해외 거주자들도 다른 일반 수험생들처럼 모든 입시 절차를 한국에서 치르는 것이 공정하다는 생각인 것이다.

호치민시한국국제학교의 정영오 진학지도부장은 한국 교육계가 재외국민 학생들에게 무관심한 것 같다. 그들이 말하는 공정성이 오히려 역차별을 야기할 수 있는데, 이 점을 매우 안이하게 바라보는 것 같다.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에 재외국민 수험생들을 위한 작은 배려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