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 씌운 치아, 검진해도 발견되지 않는 문제가?
[의학칼럼] 씌운 치아, 검진해도 발견되지 않는 문제가?
  • 베한타임즈
  • 승인 2020.09.30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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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아에 광범위하거나 깊은 충치가 진행되어 크라운 치료(치아의 머리 부분의 전반을 단단한 재료로 씌우는 치료)를 받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흔히 치아를 ‘씌운다’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이 경우 치아 둘레를 모두 삭제할 뿐만 아니라 종종, 구멍을 뚫고 신경치료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신경치료를 하게 되면 치과를 여러 번 방문해야 할 수도 있고 마취 주사를 놓기도 합니다. 그럴 뿐만 아니라 때때로 치료 기간에 통증이 심하게 발생하여 고생을 많이 하는 일도 있습니다.

 이렇게 고생하여 치료를 끝낸 씌운 치아는 이후에 아무 문제 없이 사용 가능한 것일까요?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씌운 치아는 앞으로 평생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모든 부분을 씌워주었으니 이제는 충치가 생길 수 없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오해이며 씌우게 된 치아는 치료하지 않거나 간단한 치료만 했던 치아보다 앞으로 더 많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씌운 치아는 사실 임플란트 전 단계 상태의 치아라고 보는 것이 더욱 타당합니다. 여러 가지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고 문제 발생 시 임플란트 치료로 이어지기가 쉽기 때문입니다. 우선, 씌운 치아도 충치가 다시 발생할 수 있습니다. 크라운과 치아의 경계 부위에서 충치가 발생하는 예도 있지만, 치아와 크라운 사이의 접착제 부분이 수명이 다 되어서 발생하는 누출 때문에 충치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만일, 씌울 당시에 건강한 치질이 많이 남지 않은 상태였다면 사용 중 치아의 남은 머리 부분이 쉽게 부러질 수도 있습니다. 또한, 치아의 머리나 뿌리 부분에 금이 가는 일도 있습니다. 특히, 신경치료를 받은 치아라면 뿌리 부분에 염증이 생기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이 발생하면 다시 치료하여 치아를 살릴 수도 있지만, 치아를 빼고 임플란트 시술을 해야 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그러므로 살린 치아라 할지라도 결국 임플란트 단계로 가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관점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씌운 치아에 발생하는 문제는 검진을 통해 조기에 발견할 수 있을까요? 그럴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치과에서 검진을 받으면 모든 문제가 전부 발견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실은 그렇지 않을뿐더러 씌운 치아 내부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더더욱 발견이 어렵습니다. 일단, 크라운 내부의 충치는 크라운과 치아의 경계 부분이 아니라면 육안을 통한 검진으로도, 방사선사진으로도 발견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크라운은 불투명한 재료로 만들기 때문에 눈으로 그 내부 상태를 볼 수 없을 뿐 아니라, 방사선도 통과하지 못하기 때문에 엑스레이로도 그 내부를 볼 수 없습니다. 치아의 머리 부분이나 뿌리에 금이 간 경우에도 육안이나 방사선으로 발견할 수 없습니다. 신경치료를 받지 않은 치아의 경우 통증이 나타나 크라운을 제거하고 충치를 발견하는 예도 있지만 뜯어보니 이미 치질 손상이 심하여 치아를 살릴 수 없는 일도 있습니다. 신경치료를 받은 치아라면 충치 진행 시 통증을 느낄 수 없어서 치아가 썩어서 부러질 때까지 발견할 수 없는 일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씌운 치아를 가능한 한 내 치아로 평생 사용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애석하게도 완벽한 방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확률을 높일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은 있습니다. 우선, 치과 검진으로 모든 것을 발견할 수 없을지라도 치과 검진을 정기적으로 받아야 합니다. 크라운과 치아의 경계 부위 근처에서 충치가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 경우 치과 검진을 통해 충치를 조금이라도 일찍 발견한다면 치아를 다시 치료해서 사용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또한 어느 땐가부터 입안에서 불쾌한 냄새가 날 때는 크라운과 치아 사이에 누출이 생겨서 그럴 수 있어서 치과 방문 시 이러한 사실이 있다면 치과의사에게 알려주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오래 사용한 크라운은 교체를 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자동차 부품들도 오래 지나면 새것으로 교체를 해주며 부품마다 주행거리나 시간을 기준으로 하는 교체 주기 안내서가 있습니다.

물론 치아에 씌운 크라운에 이러한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습니다. 그 이유는 자동차는 같은 제품이면 부품의 재료나 규격 등이 모두 같지만, 사람의 치아나 구강 내 환경은 사람마다 다르고 치료 전의 상태마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씌운 치아의 치아나 보철의 수명에 대하여 명확하게 기준을 잡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씌울 당시 치아의 상태가 나쁘지 않았고, 환자가 관리를 잘했으며, 식습관을 포함한 여러 습관에 있어서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10년 이상 사용한 크라운에 대해서는 교체를 해주는 것을 권장합니다. 10년 이상 크라운을 사용하면 씌운 치아에 문제가 생긴다는 뜻은 아닙니다. 어떤 경우에는 2~3년 만에 크라운을 제거했더니 치아에 충치가 심하게 진행된 예도 있습니다. 반면 어떤 경우에는 20년을 넘게 사용한 크라운을 제거했음에도 치아에 충치가 전혀 진행되고 있지 않은 일도 있습니다. 10년은 대체로 특이사항이 없는 경우에 예방적인 차원에서 크라운의 교체 주기로 생각해볼 수 있는 기준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위와 같이, 씌운 치아는 임플란트 직전 단계까지 치료한 치아로 보아야 합니다. 또한, 이후에 얼마나 더 오래 쓸 수 있을지 가늠이 어려운 경우도 많습니다. 게다가, 아무리 검진과 관리를 열심히 한다손 치더라도 치료 후 문제가 없을 것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치아를 오래 쓰는 가장 좋은 방법은 크라운 치료를 받지 않도록 애초부터 치아를 잘 관리하는 것입니다. 만일, 관리와 검진에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발생했다면 최대한 빨리 치료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충치가 발생한 치아를 방치했을 때 치아가 망가지는 속도는 충치를 치료한 치아에 다시 문제가 생겨 치아가 망가지는 속도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입니다. 치료를 받을 때도 기왕이면 다시 문제가 생기기까지 더 오랫동안 버텨줄 수 있는 적절한 재료를 사용하면 더욱 좋습니다.

 임플란트는 치아가 상실되었을 때 매우 좋은 치료지만, 최종적으로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결해주는 치료가 아닙니다. 자연치아보다 위생관리가 어려워 잇몸병이 잘 발생하고 기계적인 문제도 자주 발생합니다. 또한 치조골의 지속적인 손상은 임플란트의 재시술도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한편, 씹을 수 있는 능력을 고령까지 보존하는 것은 환자의 건강과 수명에 크나큰 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건강하게 오래 사는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 자신에게 원래 주어진 치아부터 정성을 들여 관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피치 못하게 치료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최후의 치료라는 마지막 보루에 안심하고 기대는 것보다는 즉각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씌운 치아가 있다면 정기검진을 받도록 하고 아무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손 치더라도 장기간 사용한 크라운은 교체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치아 관리와 치료에 대한 올바른 인식, 특히, 씌운 치아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관리로부터 많은 사람이 조금이나마 치아 상실로 인한 고통을 줄일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박상모 BF치과 빈홈점 통합진료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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