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가 된 건축가 응웬손
예술가가 된 건축가 응웬손
  • 베한타임즈
  • 승인 2020.12.11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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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웬손(Nguyễn Sơn)은 의심의 여지없이 재능이 출중한 건축가다. 하지만 응웬손은 열정이 넘치는 예술가이기도 하다. 응웬손은 내게 그림은 삶의 구원과도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건축가로 일할 때 의뢰인들은 내 실력을 전적으로 신뢰했다. 건축 일을 하면서 수십억 동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이 내게 줄 수 없었던 것이 있다. 바로 창조의 자유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응웬손은 그림을 그리며 다른 감정을 느꼈다. 그림을 그릴 때만큼은 자신 이외에는 아무도 의지하지 않았다. 응웬손은 무언가를 탐구하고 실험하는 과정에서 큰 만족을 경험했다.

응웬손은 지난 6년 간 먹고 자며 그림에만 몰두했다. 그는 자신의 작품 중에서 50점을 선정해 지난달 하노이 비카스(Vicas) 아트 스튜디오에서 행렬을 의미하는 매트릭스(Matrix)’라는 제목의 전시회를 열었다. 작품의 주재료는 버려진 전기회로와 아크릴이었다.

그는 모든 것에는 이중성이 있다예를 들어 산업발전이 가속화될수록 이로 인한 영향도 크게 나타난다. 기후변화를 초래하는 온실가스 등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한편 독성 폐기물도 증가했으며 원자력 발전으로 인한 위험한 사고도 있었고 유전자 변형, 생물전과 같은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비슷한 관점에서 디지털 기술을 추구할 때도 바이러스, 해킹, 게임 중독, SNS 중독 등과 같은 부정적인 영향을 살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응웬손은 작품 시작 초기에 매트릭스에 대한 개념이 무의식중에 떠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건축가로 일하면서, 사람들이 추구하는 도시 개발과 지속가능성은 양립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미로 속에서 길을 잃은 느낌이었다고 언급했다.

모든 사람들은 발전되고 문명화된 환경에서 살기 원한다. 하지만 그동안 하노이와 호치민시에서 진행된 도시 개발상황을 살펴보게 됐다. 아마 많은 사람들은 1990년대나 그 이전으로 돌아가길 원할 것 같았다. 예전의 삶은 고요하고 순수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응웬손은 나는 어지러움을 벗어나 삶의 균형을 찾기 위해 그림을 그렸다. 지난 6년 간 나는 수많은 다양한 그림을 그렸다. 다양한 소재를 활용했다. 하지만 특별한 철학이나 목적에 끌리지 않았다. 내 그림은 의도치 않게 개발로 인한 분쟁에 사로잡혀 있었다. 내 마음 속 어딘가 에서는 우리를 둘러싼 환경, 문화, 사회, 경제, 정치 등의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슬퍼하고 있었다고 언급했다.

나는 전기회로로 예술 작업을 하면서 자립할 수 있다고 느꼈으며 외부 환경에서 벗어날 수 있는 희열을 느꼈다. 마치 매트릭스에 대한 개념을 이미 정복한 느낌이었다고 설명했다.

응웬손이 초기에 생각한 아이디어는 다소 단순했다.

그는 버려진 전기회로를 활용해 예술작품을 탄생시켰다. 전기회로는 디지털 기술 없이는 원하는 모양으로 작게 자를 수 없었다. 그래서 응웬손은 전기회로 절단을 최소화하고 본연의 모양을 최대한 살리면서 예술작품을 만들었다.

응웬손은 전기회로를 활용한 예술 작업에 큰 흥미를 느꼈고 특정 모양이나 아이디어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전기회로를 논리적으로 정렬하는데 몰두했다. 그 뒤 아크릴을 활용해 전기 회로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다.

전기회로는 불규칙하고 투박했지만 아크릴은 물과 같이 부드럽고 유동적이었다. 응웬손은 전기회로에 아크릴을 불규칙적으로 부었다. 이를 통해 두 가지 재료의 대비가 극명하게 드러났고 화합이라는 개념이 탄생했다. 응웬손은 행렬을 의미하는 매트릭스란 서로 조화롭게 얽힌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응웬손은 작업을 하면서 모든 것이 무작위로 신속하게 진행되는 걸 느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예술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 응웬손은 창의적인 작품을 만들면서 두 재료의 혼란과 무질서를 통제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를 통해 무의미한 것을 유의미하게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응웬손은 통제 방법을 찾아 내 예술성의 궤도와 의식에 안착시키는 것이 매트릭스의 중요한 부분이다라고 설명했다.

가끔 암흑의 공간에 사로잡혔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작곡한 음악 앨범의 제목을 암흑의 공간이라고 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예술이 나를 구원했으며 부정적인 감정에서 나를 자유롭게 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예술을 작업하는 과정은 결과물보다 더 중요하고 흥미로웠다며 매트릭스 작업을 하며 기쁨을 느꼈다고 전했다. 응웬손은 예술을 할 때는 술 취할 때와는 다른 희열을 느꼈다. 뜨거운 태양, 폭우, 소음, 오염 등은 모두 무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비스카스 아트 스튜디오의 부이꽝땅(Bùi Quang Thắng) 예술국장은 응웬손의 작품은 관객들에게는 희미할 수 있지만 베트남 예술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부이꽝땅 예술국장은 디지털 기술은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특성이다. 우리의 삶 구석구석에 긍정적이고 부정적인 영향을 남기고 있다이는 예술에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예술가는 더 이상 산업혁명 이전의 시대에 사는 척 할 수 없다현대와 관련 없는 예술만을 추구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일반적으로 매트릭스는 막다른 골목, 혼란, 분란에 대한 통제를 나타내며 삶 속의 긍정적이고 효과적인 해결책을 발견한다. 응웬손의 예술작품은 긍정적인 감정으로 내면의 갈등을 통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건축가 레딘찌(Lê Đình Tri) 박사는 응웬손의 작품은 남성의 자아를 표현하며 시대를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레딘찌 박사는 응웬손은 재능 있으며 강한 성격을 지녔다. 그는 걱정도 많고 열정도 크다. 응웬손은 환경과 폐기물 등 삶의 부정적인 면에 대해 우려한다. 그런 만큼 응웬손의 예술작품에는 삶이 내제돼 있다. 그의 작품은 건축가의 삶과 방식을 보여주기 때문에 다른 작품과 차이를 보인다. 시대의 흐름과 융화되지 않는 느낌도 있다고 평가했다.

응웬손은 이번 전시회 작품 중 압축 도시(Sức Nén Đô Thị)’, ‘디지털 시대(Thời Đại 4.0)’, ‘해체(Thời Đại 4.0)’와 같은 작품에 특별한 애정을 표현했다.

응웬손의 작품 중 접접(Touch Point)’은 올해 이탈리아에서 열린 온라인 전시회에 소개됐으며 더블 매트릭스2020 국가 예술 전시회에 출품됐다. 그의 작품 미래의 안내자(Kẻ canh giữ tương lai)’2018년 영국에서 열린 전시회에 포함되기도 했다.

응웬손은 뛰어난 건축가다. 그는 수많은 성에 소재한 호텔, 오피스 빌딩, 아파트, 오락 시설 등을 설계했다.

응웬손과 그의 동료 까오킴사(Cao Kim Sa)2002년 베트남건축협회 및 하노이 대표간축사무소가 주최하는 골든 하노이 건축대회에서 2위를 차지했다. 응웬손은 현재 A.S.라는 건축 디자인 회사를 운영 중이며, 주로 그의 아내가 회사를 관리하고 있다.

응웬손은 시도 좋아한다. 그는 1991년 하노이 건축대학에서 수학할 당시 하노이 인민위원회가 주관하는 국가 시 경진대회에서 위로상을 받았다.

그는 1995함께하는 바람(Gió đồng hành)이라는 제목으로 시집을 출판했다. 지금도 응웬손은 여가 시간에 시를 써 페이스북에 올리고 있다.

응웬손은 1986년부터 사진에 흥미를 보였으며 현재 최신식 카메라 여러 대를 갖고 있다.

한편 응웬손은 199113세의 나이에 전국학생 무술대회에 참가해 은메달을 받았다. 그는 오랫동안 무술에 집중했으며 한 때 베트남 무술 팀 대표 코치를 이기기도 했다.

응웬손은 음악도 사랑한다. 그는 음악을 통해 슬픔과 기쁨을 공유하며 피로를 이겨내고 있다. 응웬손이 추구하는 음악에 대해 아는 사람은 아직 많지 않다.

 

그는 그동안 자신이 작곡한 노래 100여곡 중에 12곡을 선정해 2009암흑의 공간이라는 앨범을 발표했다. 주로 팝과 락 발라드로 구성돼있다.

응웬손의 노래 가사는 삶의 경험이 반영돼 있으며 철학적이다. 그는 노래를 통해 인간 영혼의 아름다움에 도달하기 위한 욕구를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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