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외교부는 지난 4일 이태호 외교부 2차관의 팜빙밍(Pham Binh Minh) 베트남 부총리 겸 외교장관 예방을 계기로 한국‧베트남 양국 간 기업인의 필수적인 이동 지원을 위한 ‘한-베트남 특별입국절차’를 내년 1월1일부터 시행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두 나라는 고위급 인사 교류 등을 통해 코로나19에 대한 방역노력을 유지하는 가운데 기업인들의 경제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특별입국절차 제도화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나눠왔다. 실제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실무협의도 이어왔다.

지난 4월 3일 한국과 베트남 정상간 통화를 비롯해, 9월 강경화 외교장관, 11월 박병석 국회의장의 베트남 방문에서도 이 문제가 언급됐다. 박노완 주베트남대사도 베트남 총리실장관 및 외교부 영사차관 면담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코로나19 확산 상황 속에서도 국토교통부‧산업통상자원부‧중소벤처기업부 및 베트남 현지에서 주베트남대사관과 대한상공회의소, 한인회, 코트라,베트남한국상공인연합회(코참), 하노이중소기업연합회 등 유관기관들도 힘을 보탰다.

 

이러한 각계각층의 노력으로 지난 4월 29일부터 한국과 베트남을 오가는 부정기 항공편이 수시 운영됐다. 물론 입국 후 14일 격리는 그대로 유지됐다. 이는 양국이 최소한의 경제적, 인적교류를 유지할 수 있었던 밑바탕이 됐다.

 

무조건 격리 면제는 아니다?

 

한국 외교부는 양국이 이번 합의를 통해 14일 미만의 베트남 단기 출장을 하는 우리 기업인들이 베트남 입국 후 14일간 격리기간 없이, 바로 경제활동을 수행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주베트남 한국대사관 측은 홈페이지 공지문에서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의 의미는 특별입국절차에 따른 입국을 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입국을 위한 공식신청을 해당 지방성시 인민위원회에 이 날부터 제출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별도의 신청 절차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특별입국 절차는 ①지방 성‧시 인민위원회의 입국 승인 및 방역지침 및 활동계획서 등을 승인받고 ②공안부 출입국관리국으로부터 비자 발급을 허가받아 ③한국에서 비자를 발급 받은 후, 베트남 입국할 수 있다. 입국 후에는 특별 방역절차를 준수하고 베트남 정부로부터 사전에 승인받은 업무 수행이 가능하다.

 

전면적 시행 전 변수는?

 

이미 베트남 정부는 지난 9월, 한국에서 오는 14일 미만 단기 출장자에 대한 격리면제 조치를 승인한바 있다. 지난 10월 베트남을 방문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 제도를 활용했다. 팜빙밍 부총리 겸 외교부장관과 이태호 외교부 차관의 합의는 새로운 내용이 아니라, 이미 승인된 제도를 재확인한 셈이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격리면제가 되더라도 베트남에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전에 업무 장소 등을 신고해야 하며 출장자와 접촉하는 모든 사람들도 검역 대상이 된다.

 

얼마 전, 한국의 모 대기업에서 긴급 업무로 20명 정도의 인원이 베트남 호치민시에 출장을 와야하는 상황이었다. 단기 출장에 따른 격리면제 제도를 활용하기 위해 절차를 밟으려 했으나 출장자와 접촉해야 하는 현지 주재원들까지 이동의 제한이 따르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이로인한 업무의 비효율성을 고려한 출장자들은 차라리 14일 격리를 택하고 입국했다고 한다.  

 

한국 외교부가 베트남과의 외교채널을 통해 원활하고 실효성 있는 특별입국 운영을 나가겠다고 밝힌만큼, 풀어야 할 숙제이다.  

 

제도 시행의 또 다른 큰 변수는 한국과 베트남의 코로나19 확산 여부다. 현재 제 3차 대유행이 한창인 한국 내 사정이 악화될 경우, 베트남은 방역 유지를 위해 격리 면제에 난색을 표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내년 초 가장 중요한 정치행사인 공산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베트남으로서는 바이러스의 지역 전파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