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위한 신규 예술 개척’ 캘리그라피 전문가 다오후이황
‘미래를 위한 신규 예술 개척’ 캘리그라피 전문가 다오후이황
  • 베한타임즈
  • 승인 2021.02.05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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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오후이황(Đào Huy Hoàng)은 베트남에서 일종의 서예 양식인 서양식 캘리그라피를 전파하며 유명해졌다. 그는 하노이 해외무역대학을 졸업한 28세의 청년이다. 베트남 현지언론은 다오후이황과 함께 캘리그라피를 시작하게 된 계기와 더불어 직업을 추구하면서 직면하는 어려움, 미래 계획 등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나는 다오후이황이며 현재 하노이에서 캘리그라피를 직업으로 삼아 전문적으로 연구 중이다. 내가 캘리그라피를 시작한지는 어느덧 10년이 되어 간다. 한편 나는 펜을 제작하기도 한다. 오래된 속담에 펜을 잡고 일하면 직접 펜을 만들게 된다라는 말이 있다. 이와 함께 나는 일본 옻칠(Urushi) 작품을 만들고 있다.

Q. 캘리그라피를 시작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특별히 캘리그라피를 선택하게 된 이유가 있는지?

나는 항상 손으로 글씨 쓰는 걸 좋아했다. 내가 어렸을 때 할아버지는 나에게 본인이 작성한 노트 필기와 증조할머니의 편지들을 보여주셨다. 할아버지는 나에게 손 글씨 쓰는 법, 중국식 글씨를 쓰는 방법, 책을 제본하는 법 등에 대해 가르쳐주셨다. 내가 성장기를 보내는 시기에 우리 집에는 다양한 공예 작품이 있었고 특히 손으로 쓴 노트가 많았다. 나는 대학에 진학하면서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하고 싶었다. 물론 내가 실제로 전공한 국제경제학과는 확연하게 다른 분야다. 대학을 다니면서 부수로 그래픽 디자인 공부를 했지만 컴퓨터로 작업을 하는 게 결코 쉽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캘리그라피에 대한 글을 보게 됐고 그제야 내가 손으로 아름다운 글씨를 쓸 수 있을 거라고 짐작하게 됐다. 그 후 학교 수업을 마친 뒤 캘리그라피에 대해 연구했고 독학을 했다. 그러면서 주위에서 구할 수 있는 캘리그라피 재료들을 수집했다.

나의 형은 유명한 예술가이자 일러스트 전문가인데 나는 형을 매우 존경한다. 하지만 나는 예술에 대해 정식으로 배워본 적이 없다. 캘리그라피는 예술과 과학을 연결하는 중간 지점에 있다. 캘리그라피는 주위에 아름다운 사물을 보는 관점을 내 생각을 연결한다. 나는 항상 펜을 잡을 때마다 행복을 느낀다. 그런 만큼 나는 자연스럽게 캘리그라피를 시작하게 됐다. 주변 사람들은 나를 보고 타고난 재능이 있다고 했다. 나도 일정 부분 동의한다. 그동안 캘리그라피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예술적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캘리그라피 작업을 하면서 색소, 금도금 나뭇잎, 양피지 등을 활용해 그림을 그리는 법을 배웠다. 더 나아가 다양한 다른 예술 기법들에 대해서도 학습했다.

Q. 캘리그라피에 대한 설명을 부탁한다. 현재 베트남에서 캘리그라피는 어떤 수준인지? 현재 베트남에는 캘리그라피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은데, 캘리그라피를 하면서 직면하는 어려움에는 어떤 것이 있나?

사실 현재 베트남에서는 중국 서예나 베트남 서예만큼 서양식 캘리그라피가 유명하지는 않다. 나는 이를 전적으로 이해한다. 우리의 뿌리를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수천 년간 아시아 문자를 사용했다. 베트남에서 로마자 형태의 베트남 알파벳(chữ quốc ngữ)을 공식적으로 사용한 건 100여년에 불과하다. 현재 인터넷과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캘리그라피가 한참 유행을 얻고 있다. 물로 서양식 캘리그라피도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나는 2013년 초반에 처음으로 캘리그라피 워크샵을 수강했다. 당시 강사였던 마가렛 셰퍼드(Margaret Shepherd)는 보스톤에서 하노이까지 와서 수업을 진행했다. 마가렛 셰퍼드는 동남아시아 문자를 연구했으며 수개월간 동남아 전역을 여행하며 현지 예술에 대해 배우고 캘리그라피를 가르쳤다고 했다. 선생님은 열흘 동안 우리에게 로마식 철자를 가르쳐줬는데 로마식 철자는 인류가 처음으로 사용한 라틴 알파벳이었다. 당시 나는 캘리그라피 수업을 듣기 위해 수강 중이던 대학 수업을 빠졌다. 그 수업은 내 인생에 중대한 변곡점과도 같았다. 나는 내 마음 속에서 드디어 캘리그라피 전문가에게 정식 캘리그라피를 배울 수 있게 됐다라고 생각하며 큰 희열을 느꼈다. 나는 그때의 수업이 정말 좋았고 이를 계기로 마가렛 셰퍼드를 본받아 캘리그라피를 전문 직업으로 삼아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사실 베트남에서 캘리그라피를 직업에 대해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이와 더불어 베트남에서는 캘리그라피 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나는 글쓰기나 워크샵 지도 등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려고 했지만 이마저도 넉넉하지 않았다. 내 궁극적인 목표는 시각 예술이다. 다양한 예술을 융합하고 싶은데 캘리그라피와 더불어 펜 메이킹, 목재 예술, 옻칠 등을 혼합해 예술 작품을 만들고 싶다.

나는 대학에서 국제경제학을 전공했다. 나는 대학에서 배운 학문을 직업에 활용할 수 있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내가 대학교 3학년 일 때 부모님은 나에게 기술회사에서 인턴을 하거나 삼촌의 회사에서 일해보라고 권유했다. 그래서 나는 이력서를 제출했고 채용이 됐다. 하지만 일주일 만에 그만뒀다. 나는 오랫동안 그 일을 할 수 없을 거라고 확신했다. 그래서 캘리그라피로 사직서를 써서 제출했다.

Q. 그동안의 성과에 대해 공유를 부탁한다.

나는 2019년에 처음으로 단독 전시회를 열었다. 하노이에서 수차례 그룹 전시회를 했고 미국 컨퍼런스에도 참석했다. 내 작품은 펜월드(PenWorld)나 타이프메거진(Type Magazine)과 같은 유명 해외잡지에 실리기도 했다. 특히 나는 유명 브랜드인 크레인(Crane Co), 스피드볼(Speedball), 찰스앤키스(Charlie & Keith), 에르메스(Hermes), 디올(Dior) 등에서 의뢰를 받고 작품을 제작했는데 이를 매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2016~2018년에 해당하는 3년간 미국과 캐나다에서 열리는 국제 캘리그라피 컨퍼런스 참석을 지원하는 장학금을 받았다. 당시 그곳에서 전 세계의 유명 캘리그라피 전문가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 후 나는 일본, 호주, 북미 등에서 열리는 캘리그라피 컨퍼런스와 심포지엄 등에 참석했다. 나는 북미, 아시아, 호주 등을 포함해 12개국을 여행 다니며 지역 전문가들과 예술가들에게 강연과 워크샵 등을 진행했다.

나는 이 같은 여행을 통해 수많은 교훈을 얻게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나는 문화적인 경험도 많이 했으며 이런 지식을 바탕으로 더욱 성장했다. 나는 뉴욕에서 일본 옻칠 예술에 대해 배울 수 있을 거라곤 생각도 하지 못했다. 서울에서 목재 예술을 배웠으며 인디아나폴리스에서 가구 제작, 교토에서 소목, 쿠알라룸프르에서 종이접기, 시드니에서 제본 등을 배웠다. 나는 대학에 다닐 때 해외 유학 기회를 포기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캘리그라피를 통해서 더 많은 해외 국가를 여행하게 됐다.

Q. 베트남인들에게 캘리그라피를 소개하기 위한 아이디어가 있는지?

나는 베트남에서 손 글씨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캘리그라피를 소개하는 워크샵을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하노이와 호치민시에서 캘리그라피 아트쇼를 처음으로 개최했다. 향후 이 같은 행사가 연례로 개최되길 바라고 있다. 또한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그룹 전시회를 열고 있다. 현재 거의 모든 것이 인터넷을 통해 전달되는 시기인 만큼 이 같은 분위기를 잘 활용한다면 캘리그라피가 유명해 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현재 예술가 및 캘리그라퍼들과 협업해 예술 프로젝트 제작하는 것을 선호한다. 문자도 예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문자 예술을 통해 예술가의 내면의 의미 있는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다. 이는 우리가 수천 년 동안 중시했던 획 단위 글쓰기보다 차원이 높은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Q. 향후 계획은 어떤 것이 있나?

나는 2021~2022년 사이에 개인적으로 캘리그라피 직업 10주년을 맞이한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단독 전시회를 개최하고 싶다. 지난 10년 간 내가 추구한 예술을 결집해 단순한 전시회가 아닌 다채로운 공연과 시각 예술을 선보이고 싶다. 나는 단순히 취미로 캘리그라피를 시작했다가 전 세계적인 전문 예술가로 등극했다. 물론 10년이라는 시간은 길지 않지만 젊은 캘리그라피 전문가에게는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나는 내 지난 과거를 유의미하게 돌아보며 향후 20, 30, 50 주년을 기대할 것이다.

향후 나는 베트남인과 전 세계 사람들을 대상으로 국제 캘리그라피 이벤트를 개최하고 싶다. 전 세계 사람들이 베트남에 와서 캘리그라피에 대해 배우고 현지 문화를 체험하게 되길 바란다.

베트남에는 캘리그라피와 관련된 수많은 공예품이 있다. 이중에는 종이공예, 섬유 제작, 염색, 옻도금 등이 포함된다. 이 같은 베트남의 전통을 손 글씨를 사랑하는 전 세계의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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