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를 과학적으로 재평가한 레응웬프엉
육아를 과학적으로 재평가한 레응웬프엉
  • 베한타임즈
  • 승인 2021.03.19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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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응원프엉(Lê Nguyên Phương)은 미국의 학교 현장에서 심리학자로 오랫동안 경력을 쌓은 심리학 박사다. 얼마 전 그는 자신의 고국인 베트남에 돌아와 가정의 정신 건강 문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베트남 뉴스는 레응웬프엉 박사와 함께 그의 경력과 미래 계획 등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베트남에서 가정의 정신건강 분야에서로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나는 건강한 시민이 모여 건강한 사회를 구축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정신이 건강한 시민이 힘을 모으면 바람직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 베트남의 기성세대들은 전쟁과 빈곤을 경험했으며 정신적인 외상을 겪고 있다. 문화적으로 베트남 가정에서는 자녀들에게 훈육의 수단으로 체벌을 하고 매를 든다. 사회적으로 부모들은 돈을 벌어야 해서 너무 바쁘기 때문에 자녀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줄 시간이 없다. 이로 인해 젊은 세대들은 종종 자신들의 감정이 소외받는다고 생각한다. 한편 헬리콥터 부모의 경우 자녀들에게 너무 많은 부담을 준다. 이들은 자신의 자녀들이 부모의 기대만큼 행동하고 성과를 달성하기 바란다. 이 같은 부모들은 자녀의 꿈이나 성격에는 관심이 없다. 이로 인해 해당 어린이들이 어른이 되면 정체성 위기를 겪거나 기타 정신 질환을 경험한다. 왜냐하면 가정에서 제대로 된 지지나 이해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젊은 세대들이 10~20년 후에는 우리 사회의 지도자가 될 텐데 그때 베트남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Q. ‘혼란 속에서 자녀 기르기라는 책을 출판했는데 이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책 출간 후 반응이 어떤지?

혼란 속에서 자녀 기르기는 총 2권으로 구성돼있다. 이 책은 부모들 뿐 아니라 비평가들 사이에서도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일부 부모들은 내가 집필한 책을 통해 자녀 양육법이나 훈육 방법 등을 배울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으며 자녀들의 잘못된 행동을 고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실상 내 책의 의도는 이와 정 반대다. ‘혼란 속에서 자녀 기르기는 부모들의 핵심 가치와 세계관을 다루고 있으며 부모의 관점에서 양육을 조명하는 책이다. 나는 책의 각 주제를 소단위의 사례 연구로 분류했다. 이를 바탕으로 각기 다른 양육 접근법에 대해 논의했으며 과학적 증거를 통해 내용을 보충했다. 이 같은 접근방식을 통해 독자들은 내용에 대해 토의할 수 있으며 자신들의 가치와 바람을 재조명해볼 수 있다. 이와 더불어 부모들은 혼란 속에서 자녀 기르기를 읽으면서 자신이 원하는 양육 방식을 다시 한 번 고민해보고 연구해보게 되길 바란다.

Q. 미국과 베트남의 양육 스타일은 어떻게 다른가?

미국은 매우 큰 국가이기 때문에 미국 인구를 일반화하기에는 너무 복잡하다는 특성이 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미국 대부분의 주에서 신체적 체벌은 불법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가장 큰 차이는 미국에는 정신건강 서비스 및 양육 프로그램 등을 비롯한 수많은 재원이 풍부하다는 점이다. 미국에는 심지어 결혼을 준비하는 커플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존재한다. 나는 이 같은 점에 중점을 두고 싶었다. 베트남 부모들이 양육을 하는데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자료를 마련하길 원했다. 이와 더불어 사람들이 가정 및 결혼과 관련된 문제를 직면할 때 해결책을 찾아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싶었다.

Q. 최근 수많은 전문가들이 유아기의 정신적 외상에 집중하고 있다. 이 분야가 유행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전문가들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다양한 정신적 외상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정신적 외상은 양육 방식으로 인해 발생하기도 하며 사회적으로도 나타난다. 전쟁 및 빈곤 등을 비롯한 여러 가지 고난을 겪은 국가에서는 수 세대에 걸쳐 정신적 외상을 겪는다. 해당 국가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하지만 전문적인 서비스가 제한돼 있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이 정신 건강 및 정신 질환 등에 대한 지식을 더 많이 알게 되면 아동들의 스트레스, 불안, 우울증 등을 더욱 잘 파악할 수 있다. 이 같은 정신적인 문제를 겪고 있는 아동들은 유아기에 정신적 외상을 겪은 경우가 많다. 한편 최근 우리 사회는 다양한 성격과 아동기의 경험 사이의 관계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학술적인 관점에서 볼 때, 만일 우리가 응용심리학과 더불어 심리학 이론에도 귀를 기울이기 시작하면 정신 건강 및 치료 방법 등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우리가 성공적인 삶에서 행복을 목표로 삼는다면 아동기의 정신적 외상을 비롯한 정신 건강 문제를 중요하게 다뤄야 한다.

Q. 베트남 사회에서 바람직한 양육의 접근 방식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제안을 부탁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우리는 삶 속에서 실패를 통해 학습한다고 생각한다. 지혜와 동정의 마음을 갖게 되면 우리는 더 나은 부모가 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올바른 인격체로 살아갈 수 있다. 양육 분야에서 내가 높이 사는 접근 방식은 다이애나 바움리드(Diane Baumrind)의 연구 결과에 바탕을 둔 권위적인 방식이다. 이 방식은 4개 분야로 구성돼 있는데 기대, 훈육, 지지, 사랑 등이 포함된다. 높은 기대를 갖는다는 것은 아동의 필요를 인식하고 충분한 사랑을 제공한다는 걸 의미한다. 물론 쉬운 방법은 아니다. 이와 함께 이 같은 모든 자질을 갖추고 나서야 부모가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권위 있는 부모로서 이 같은 방식을 시도하고 노력한다면 분명히 양육 방식이 개선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지난 세대에 걸쳐 양육 방식이 크게 변했다고 생각하는지? 이를 뒷받침할 만한 예시가 있나?

베트남에서 양육방식은 크게 개선됐다. 많은 부모들이 신체 체벌을 자제하고 있으며 일부 부모들은 자녀를 나무라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베트남 부모들이 기억해야 할 중요한 사실이 있다. 바로 자신의 두려움과 욕심을 직면하는 일이다. 부모의 욕심에 따라 자녀들이 어떠한 삶을 살도록 강요하면 자녀들은 문제를 겪을 수밖에 없다.

Q. 가족들 간에 어떻게 해야 끈끈한 유대관계를 쌓을 수 있는지? 부모와 아동이 상호 지지하고 신뢰하며 이해할 수 있게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하다.

가족들 간의 관계 형성은 지속적인 과정이다. 현재 나는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있는데 약자를 따서 HELP라고 부르고 있다. H는 조화를 의미하는 Harmony, E는 감정이입의 Empathy, L은 학습을 의미하는 Learning, P는 평화를 뜻하는 Peace이다. 조화와 감정이입은 가족 구성원 간의 관계에 중점을 둔다면, 학습과 평화는 자신을 개선하는 데 주력한다. 가족은 함께 배우고 놀고 일해야 한다. 성인들이 부모가 되면 노는 걸 멈추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자녀들과 함께 노는 법을 알지 못해 당황한다. 스마트폰으로 페이스북을 살펴보는 건 노는 게 아니다. 가족은 한 팀이 돼야 한다. 가족 구성원들이 서로 감정을 이입하고 조화를 이뤄야 한다. 잠자리에서 읽어주는 동화 한편도 놀이가 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가족 구성원들이 함께 가사를 분담하면 누구도 의무감에 시달리지 않고 즐겁게 가정생활을 할 수 있다.

의사소통은 아주 중요하다. 의사소통에는 내용과 더불어 문맥, , 얼굴 표정, 단어 선택 등이 포함된다. 의사소통을 통해 정보도 전달할 수 있지만 상대방의 감정을 달랠 수도 있다. 우리는 대화를 할 때 톤과 태도, 대화의 목적 등을 인지해야 한다. 가족과 대화를 할 때 대화의 방식에 대해 알고 있으면 가족 구성원들이 모두 행복하고 함께 성장할 수 있다.

Q. 이번 인터뷰에서 주로 양육에 대해 논의를 한 것 같다. 그렇다면 자녀들이 부모와 더 잘 대화하고 협상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이 있는지 궁금하다.

나는 개인을 대상으로 변화를 추구하는 또 다른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 프로그램은 약자를 따서 self라고 부르고 있다. 이중에는 자기 인지를 뜻하는 self-awareness, 자기 지식의 self-knowledge, 자기 결의를 의미하는 self-determination, 자기 규율의 self-governance, 자기 구조를 뜻하는 self-constitution, 자기 자유를 의미하는 self-liberation으로 구성돼있다. 먼저 우리는 우리 자신을 표현할 수 있을 만큼 자신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런 다음 결의를 갖고 부모님께 우리가 원하는 바를 설명해야 하고, 우리 삶의 주도권을 스스로 가져야 한다. 부모님과 대화할 때는 겸손해야 한다. 하지만 내 의견을 말할 때는 단호한 태도를 지녀야 한다. 만약 이런 기술이 아직 부족하다면 학습하고 연습을 하면 된다. 자녀들이 꼭 기억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부모에게 복종하는 것은 사랑이나 존경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물론 대화를 할 때 미리 정해놓은 생각 없이 마음을 털어놓고 의사소통을 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문제가 발생했을 때 서로 대화를 통해 이를 해결하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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