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실크페인팅 화가 응웬티쩌우지앙
베트남 실크페인팅 화가 응웬티쩌우지앙
  • 베한타임즈
  • 승인 2021.12.03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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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웬티쩌우지앙(Nguyễn Thị Châu Giang)은 베트남인 실크페인팅(silk painting) 화가다. 그녀의 여러 작품은 대중의 인기를 얻었으며 미술적인 전문성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응웬티쩌우지앙의 작품은 해외에서도 인정을 받았다. 그녀의 실크 페인팅 작품 중 5점은 이달 4일부터 내년 428일까지 호주 퀸즐랜드(Queensland)에서 열리는 제10회 아시아태평양 현대미술 트리엔날레에 전시될 예정이다. 베트남 뉴스는 응웬티쩌우지앙과 함께 이번 전시와 향후 계획 등을 질문하는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본래 유화를 전공한 걸로 알고 있다. 어떻게 실크페인팅을 시작하게 됐는지?

나는 1998년에 미술대학을 졸업했으며 유화를 전공했다. 하지만 졸업 후에는 실크페인팅에 집중했다. 실크페인팅을 주제로 여러 차례에 걸쳐 단독 전시회를 열었다.

내가 그린 유화는 너무 과감하고 이해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았다. 나는 유화를 그릴 때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내 유화 작품은 반항적이거나 특이한 느낌을 자아냈다.

그러다가 2006년 개인적인 삶에 변화가 생겼다. 나는 벼랑 끝에 서있는 것 같은 위기를 겪었다. 만약 내가 유화로 인해 생기는 감정들을 고수한다면 절벽 아래로 떨어지고 말거라는 두려움이 생겼다. 나는 삶의 균형을 찾기 위해 실크페인팅을 선택했다. 실크페인팅은 기법이 부드러웠고 온화한 특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나는 예술은 유사한 걸 추구할 수 없다라는 철학을 늘 되새겼다. 내게 예술은 항상 탐험해야 하며 다양한 재료와 주제를 바탕으로 실험해야 하는 영역이었다. 지금까지 나는 실크페인팅과 원만히 조화를 이루며 그림을 그리고 있다.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Q. 이번에 제10회 아시아태평양 현대미술 트리엔날레에서 전시를 하게 됐는데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부탁한다.

지난해 나는 숨겨진 꽃 2(Ẩn Hoa 2)’이라는 단독 전시회를 위해 작품을 준비하고 있었다. 당시 아시아태평양 현대미술 트리엔날레를 담당하는 자라 스탠호프(Zara Stanhope) 큐레이터를 만나게 됐다.

우리는 함께 내가 그린 작품들을 감상하며 삶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특히 우리는 베트남 여성의 정체성에 대해 깊은 이야기를 공유했다. 당시 내가 준비하던 단독 전시회의 주제였기 때문이다. 그 후 몇 달이 지난 뒤에 자라 스탠호프는 내게 아태 현대미술 트리엔날레 참가를 제안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베트남 여성의 아름다움과 정체성을 대하는 내 감정은 매우 강력했다. 이와 더불어 코로나19 팬데믹이 전 세계를 집어 삼켰다. 많은 사람들이 팬데믹으로 사망하고 경제가 무너지는 등 여러 가지 나쁜 소식을 접했다. 이를 계기로 나는 삶이 매우 연약하고 덧없다고 생각했다. 너무 많은 고통과 손해가 있었고 삶과 죽음, 이별 등이 덮쳐왔다. 살기 위해서는 강력한 의지를 가져야 했다.

나는 2018년에 숨겨진 용이라는 주제로 단독 전시회를 한 적이 있다. ‘숨겨진 용숨겨진 꽃에 대한 아이디어를 혼합해 5가지 작품을 그렸고 이를 아태 현대미술 트리엔날레에 출품했다.

이번 실크페인팅 5점의 경우 작품의 양면에 모두 그림을 그렸다. 작품을 천장에 매달 예정이다. 작품이 상호 작용하며 대중과 소통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동안 실크페인팅을 감상하던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났다.

Q. 실크는 다루기 어려운 소재다. 왜냐하면 실크 표면에 그린 그림은 반복해서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실크에 그림을 그릴 때 창작 분야에서 어려움을 겪진 않았는지?

언급한 바와 같이 실크에 그림을 그리는 건 유화 캔버스에 그리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실크에는 물감을 문지르거나 지울 수도, 다시 그릴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실크페인팅에서 붓 한 획이 잘못되면 전체적인 그림에 영향을 끼친다.

처음 실크페인팅을 시작할 때는 색감을 처리하기가 어려웠다. 당시 나는 초보였고 유화 기법이 익숙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내가 그린 색감은 두껍고 불투명했다. 하지만 실크에 그림을 그릴 때는 정교해야 했으며 감정 절제와 함께 인내가 필요했다.

나는 작업을 하며 동료들에게 많이 배웠다. 꾸준히 경험을 쌓은 결과 더 많은 기법을 익힐 수 있었다.

Q. 많은 사람들은 여성이 정숙하고 유연하며 부드러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 표현된 여성은 자유롭고 개방적이다. 더 나아가 힘의 상징인 용과 연관이 돼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나는 모순적인 사람이다. 내 삶은 고요하다. 나는 빠르게 눈물을 흘리며 순리대로 일을 처리한다.

내 삶을 훑어보면 모든 것이 부드럽고 단순해 보인다. 하지만 내 마음 속 이면에는 여러 가지 모순들이 잠재돼 있다. 이 모순들은 자유를 갈망하며 힘을 숨기고 있다. 이런 힘을 바탕으로 나는 삶 속의 어려움을 극복하며 해결하고 있다.

베트남 여성이 나와 같다고 생각한다. 베트남 여성은 유약해 보이지만 인내를 갖고 견딜 줄 안다. 이들은 남편과 자녀를 위해 희생한다. 한편 베트남 여성들은 내면의 힘을 끊임없이 감추며 살아간다. 나는 이들의 속에 감추어진 강력한 에너지를 끌어내고 싶었다. 이들이 외면에 보여주는 부드럽고 부끄러운 모습이 전부가 아니란 걸 표현하고 싶었다.

Q. 프로필을 살펴보니 가족에 대한 내용이 상세하게 나와 있다. 여성, 아내, 어머니로 사는 게 화가 활동에 큰 영향을 끼쳤는지?

영향이 아주 없었다고는 할 수 없다. 왜냐하면 나 또한 항상 가족을 돌보길 원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나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없다.

다른 화가들은 끼니를 거르고 밤낮 없이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줘야 하고 가족을 위해 식사를 준비해야 하는 등 다른 할 일도 많이 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남편과 아이들이 내가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보내고 있다. 가족은 내게 감정적으로도 많은 힘이 돼준다. 가족으로부터 많은 영감을 얻고 있다.

Q. 어떤 기대를 갖고 제10회 아시아태평양 현대미술 트리엔날레에 참가하는지 궁금하다.

나는 그림을 그릴 때 그 속에 생각과 감정을 모두 쏟아 붇는다. 나는 이번 국제 미술전 참가를 계기로 더욱 유명해지거나 부유해 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내면에 존재하는 고통과 분쟁 및 걱정 등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림을 그린다. 그림은 나의 유일한 안식처나 다름없다. 왜냐하면 그림을 그릴 때만큼은 나 자신을 맘껏 표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림이 내게 무엇을 가져다 줄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

싱가포르의 예술가인 지미추아(Jimmy Chua)는 내게 아태 현대미술 트리엔날레에 참가하는 것은 당신의 작품이 인정을 받았다는 증거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나는 실크페인팅을 통해 거대한 바다와 같은 세상에 발을 내딛었다. 그만큼 내게 큰 의미를 가진 작품들이 인정받고 사랑받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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